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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4대에 걸친 독립운동…의연한 삶
상산 이덕생 선생 일가

내년 10월로 개교 100년이 되는 대구 계성학교 출신의 4대에 걸친 독립운동가문이 광복 60주년을 앞두고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상해 임시정부 의정원 상임위원을 지낸 상산(象山) 이덕생(1900~1939) 일가다.

상산은 조선예수교 장로회 제26대 총회장, 동산병원 이사장 등을 역임한 대구 남산교회 이문주 목사의 아들로 계성학교 졸업반 재학 중 3ㆍ1운동이 일어나자 독립선언문을 몰래 인쇄해 3ㆍ8 대구만세사건 때 배포했고 항일 비밀결사조직인 ‘혜성단’에도 관여했다.

독립운동지 ‘신한별보(新韓別報)’를 제작 배포하던 중 일경에 체포돼 1년 여의 옥고를 치룬 뒤 요시찰 인물로 낙인 찍히자 장성희(애국부인회 부회장)와 혼례를 올리고 곧바로 중국으로 건너가 싱하이 의열단에 가입했다.

한국 독립당 당지 '진광'주필





상산은 한국독립당 당지 ‘진광’의 주필, 대한민국 임시정부 의정원 상임위원으로 있으면서 부친인 이 목사가 매달 부쳐주는 생활비 10원 중 밀가루 한 포 사고 남은 돈은 군자금으로 쾌척하는 등 궁핍한 생활을 하다 1939년 이국 땅에서 영양실조로 타계했다.

유족인 4명의 자식들마저 일경에 핍박을 받자 보다 못한 이 목사가 손자인 이들을 살리기 위해 상하이로 건너가 배편으로 함께 귀국도중 일경에 잡혀 취조를 받는 동안 손자 셋이 잇따라 요절하는 참극을 겪었고 이 목사는 해방을 불과 2개월 앞둔 1945년 6월 작고했다.

상산의 핏줄로 유일하게 남은 이해균은 1944년 징병으로 끌려갔다가 일본 패망으로 기적적으로 귀국, 가문을 이끌어가야 할 처지가 됐다. 그럼에도 광복후 토지개혁 때 수많은 땅이 소작인들의 수중으로 들어가는 상황에서 “저 땅은 조상님 땅이지 내 땅이 아니다. 그 동안 우리는 편안하게 살아왔지 않느냐”며 의연하게 받아들였다.

이해균은 광복 직후 철도운수경찰(경찰후송대)로 복무했고 1961년부터 63년까지 경북체육회 사무국장을 지냈다. 어려운 살림에도 독립운동가 후손답게 꼿꼿한 태도를 견지했으며 남을 적극 도와주는 지역 마당발로 통했다. 부친인 상산의 독립운동에 대한 포상 문제가 거론될 때도 “조국이 광복됐으면 그것으로 충분한 보상을 받은 것인데 포상은 무슨 포상이냐”며 개의치 않았다.

이해균의 부인이며 상산의 맏며느리인 이재실(78) 씨는 광복 60주년을 맞아 1982년 타계한 남편의 모습이 더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 씨는 상산의 항일 행적을 묻어둘 수가 없다고 생각해 남편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77년 정부가 독립유공자 신청을 받을 때 광복회의 도움을 받아 항일 관련 자료를 수집해 제출했다. 포상보다는 독립운동의 의미를 후손에 알리고 점차 잊혀져 가는 애국지사의 삶을 통해 민족정기를 선양하기 위해서였지만 정부는 독립 유공을 인정 그해 포상을 했다.

이문주 목사, 상산, 이해균, 그리고 아들 이종현(51ㆍ대구 협성고 교무부장) 씨 등은 1906년 10월15일 건립된 영남지역 최초의 중등교육기관인 계성학교 사람들이다. 이 목사는 계성학교 5대 경영자였고 상산은 13회 졸업반, 이해균 씨는 31회, 이종현 씨는 61회 졸업생이다.

정인표(56회) 교장은 12일 통화에서 “개교 100주년 행사 때 계성학교를 빛낸 분들에게 상을 수여하고 항일운동이나 6ㆍ25 때 학도병으로 참가, 졸업을 하지 못한 분께 명예졸업장을 줄 계획”이라고 밝혀 내년은 상산 일가에 의미 있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


입력시간 : 2005-08-1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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