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향한 미숙아의 싸움 고귀해요""막대한 비용 불구 지워 적어 치료 중도 포기도 많아"
6개월 조산아 형우 군 뒷바라지 전효상·이혜련 부부 "생명 향한 미숙아의 싸움 고귀해요" "막대한 비용 불구 지원 적어 치료 중도 포기도 많아"
“아기가 아픈 것도 서러운데 경제적 부담까지 가중되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미숙아 부모들이 아기를 낳아서 포기하지 않도록 사회적 관심이 절실합니다.” 서울 중부경찰서 전효상(41) 경장과 이해련(38) 씨 부부는 아들 형우(생후 25개월)를 낳고 지난 2년간 마치 20년과 같은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2003년 여름. 결혼 9년 만에 늦둥이를 본다는 생각에 들떠 있던 전 씨 부부는 출산 예정일을 4개월이나 앞서 그 해 8월 갑작스럽게 아기를 낳았다. 불과 임신 23주만이었다. 당시 아기 형우의 몸무게는 535g. 보통 신생아 체중의 6분의 1정도에 어른 손바닥 크기보다 작았다. 남의 일로만 여겼던 미숙아였다. 의료진으로부터는 ‘아기가 3일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형우가 태어나서 처음 3주간은 병원에 발걸음도 못했어요. 생존 가능성이 없다고 애 아빠가 보지 말라고 하곤 혼자 면회를 다녔죠.” 형우는 태어나자마자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 인큐베이터에 생명을 의지했다. 폐 기능을 비롯해 신체발달이 완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부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기가 가쁜 숨을 쉬는 것을 보며 어떻게든 살려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전 씨는 “아기의 몸무게가 1g 변할 때마다 울고 웃기를 반복해야 했다”고 말했다. 형우는 지난해 1월 한 TV에 방송된 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천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인큐베이터 생활을 끝내고도 완전하지 못한 건강상태로 인해 병원을 제집처럼 들락거리고 있다. 이씨는 “집에서 생활하는 날보다 병원에서 지내는 날이 더 많다”고 눈시울을 붉힌다. 8월 19일 서울대학병원. 형우는 전 씨 품에 안겨 정기검진을 받기 위해 의사를 찾았다. 이 병원 박준동 소아과 교수는 “미숙아로 태어나 심한 호흡기 질환을 앓아 2~3년 이상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형우는 이날 3급 장애 진단을 받았다. 폐색성 기관지염과 폐동맥 고혈압 때문이다. 박준동 교수는 “형우처럼 폐 기능이 약한 미숙아들은 보통 애들이 약만 먹으면 가볍게 치료될 감기만 와도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기 쉽다”고 말했다. 형우는 아직도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해 산소 호흡기에 의존한다. 매일 감기약, 폐동맥 약, 기관지 약 등 복용해야 하는 약 종류만 10종이 넘는다. 게다가 이틀 걸러, 사흘 걸러 입원을 반복하다 보니 경찰인 전씨의 월급은 단 며칠을 넘기지 못하고 동이 나기 일쑤다. 이 씨는 치료비에 대해 “앞으로 미숙아를 낳게 될 부모들이 알면 지레 포기할까 봐 정확한 액수를 밝히기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형우는 지난 7월 29일 처음으로 돌상을 받았다. 지난해 여름에 첫 생일을 맞았지만 그때는 중환자실에 입원한 상태였기 때문에 잔치를 벌일 상황이 아니었다. 다행히 형우는 생사의 고비를 잘 이겨냈고 이제 몸무게도 6.4kg으로 증가했다. 아직 생후 3~4개월 아기 몸무게에 불과하지만 전 씨 부부는 그런 형우가 대견할 따름이다. 지난 2년간 하루 하루를 형우의 얼굴을 보는 낙으로 살아온 부부는 그러나 형우 말고도 같은 처지의 다른 아이들 걱정이 앞선다. 병원 진료 중에도 전씨의 핸드폰은 쉴새 없이 울렸다. 이제 막 미숙아를 낳고 상황을 감당키 어려워 조언을 구하는 다른 미숙아 부모의 전화였다. 전 씨는 “저는 직장도 있옳鰥?하나만 돌보면 되니 사정이 나은 편”이라며 “막대한 치료비나 장애아로 성장할까 두려워 아기의 치료를 중도에 포기하는 미숙아 부모들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처럼 미숙아 가정은 미숙아 출산이라는 아픔 뿐 아니라 경제적 부담과 치료 시설 부족 등으로 인한 이중의 격심한 고통?받고 있다. 저 출산이 국가적 위협으로 다가오면서 정부와 사회가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지금, 한편에서는 세상에 태어난 고귀한 생명들이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안타깝게 꺼져가고 있다. 특히 문제는 이같이 고통 받는 미숙아 가정이 급속히 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이필량 교수팀이 1995~2003년 통계청에 신고된 약 540만 건의 신생아 출생신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1995년엔 출생아 72만1,074명 중 4.3%인 3만114명이 미숙아였으나, 2003년엔 전체 49만 3,471명 중 10%인 4만8,601명이 미숙아였다. 임신부 10명 중 1명 꼴로 미숙아를 출산하는 셈이다. “산모의 고령화, 쌍둥이 등 다태(多胎) 임신의 증가, 신생아 치료기술 발달로 인한 미숙아 생존율 향상 등으로 미숙아가 늘고 있다”는 것이 자료를 분석한 이 교수의 추정이다. 미숙아(저체중 출생아)는 출생시 체중이 2.5kg이하이며, 태중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신생아를 말한다. 사망률과 뇌성마비, 폐질환, 장폐색 등에 걸릴 확률이 높다. 미숙아 가정의 가장 큰 고통은 역시 막대한 경제적 부담이다. 미숙아를 낳았다는 것만으로도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기 쉽다. 현재 미숙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본인 부담금이 100만원 미만인 경우는 진료비 전액, 그 이상인 경우는 체중에 따라 최고 700만원까지 지급한다. 지난해까지 기초생활 수급자에 한해 1인 당 최고 300만원을 지원하던 것에 비하면 상당부분 개선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 역시 지역 보건소에 따라 한 해 예산이 제한되어 연말에 태어나는 아기들은 혜택을 보기 어렵다. 아름다운재단 배분사업팀 임진희 간사는 “후반기에 접어들수록 예산이 동이 날 확률이 크기 때문에 미숙아 부모들 사이에는 아기를 상반기에 낳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라고 전한다. 게다가 지원은 출생시 단 한 차례뿐이다. 재입원과 치료는 제외된다. 수없이 치료를 반복해야 하는 미숙아 가정으로서는 턱없이 부족한 지원일 뿐이다. 몸무게에 따라 지원 금액이 달라진다는 점도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형우 아버지 전씨는 “아기의 체중이 얼마인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합병증 등 다른 건강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숙아를 위한 기본적인 치료 시설이 대단히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다. 신생아 중환자실 병상이 필요 병상의 50% 이하를 밑돈다. 박준동 교수는 “미숙아 치료는 인큐베이터와 인공호흡기 등의 많은 장비와 전문 의료진의 진료가 필요한 초극소 정밀 의료임에도 의료수가가 원가의 5분의 1에 못 미칠 정도로 턱없이 낮아 병원들이 미숙아 치료를 기피하는 형편”이라며 “의료 수가의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숙아의 존엄성이 존중돼야 한다”며 “미숙아 문제를 비단 가정의 문제로 돌릴 것이 아니라 사회가 공동 책임을 지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입력시간 : 2005-08-2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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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