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문지르고 비벼주고…색다른 경험에 쾌감 두배

[이색지대 르포] 페티쉬 클럽
발로 문지르고 비벼주고…색다른 경험에 쾌감 두배

아직도 ‘페티시’라는 용어의 뜻을 모르는 독자들이 있을지 몰라 우선 그 개념 설명부터 시작한다. 페티시란 ‘비 성적 대상물에 대해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현상’을 의미하는 데, 그 대상물로는 팬티, 스타킹, 신발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다소 변태적인 성적 취향에 속하나 성인 업계는 이를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성적 취향인 양 취급해왔다. 가장 큰 이유는 제작비 절감. 페티시를 소재로 한 성인 동영상의 경우 여배우의 얼굴이나 특정 부위노출 보다는 ‘다리’가 강조된다.

특히 ‘스타킹 페티시’가 주된 소재가 되어, 동영상에는 스타킹을 신은 여성의 다리가 주로 등장하고 행위 역시 스타킹을 찢는 게 가장 흔히 나온다. 결국 여배우의 얼굴 노출 없이 촬영이 가능해 여배우의 출연료 절감이 가능해진다. 이런 이유로 한때 성인업계는 페티시 관련 동영상을 양산 해냈다.

실제 일반인들 가운데 페티시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은 극소수이지만 성인업계의 유도로 페티시가 일반화된 경향도 있다. 본인에게 페티시 성향이 없다 할지라도 호기심 때문에 이런 동영상을 접해본 사람들도 상당수다. 어차피 성 관련 동영상의 핵심은 호기심 유발이니 성공적인 접근이기는 하다.

그런데 최근 페티시가 윤락업계까지 파고들었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 대한민국 최초의 페티시 클럽인 ‘I 클럽’이 문을 열었다. 지난 봄에 I 클럽이 개업한 뒤 손님이 몰려들자 인근에 비슷한 성향의 업소가 우후죽순 격으로 들어설 정도다. 페티시 클럽이 어엿한 윤락업계의 일원으로 자리매김에 성공한 것이다.

I 클럽에 대한 정보를 접한 것은 지인을 통해서 였다. 업무상 접대를 받는 일이 빈번해 테헤란로 인근의 윤락가 정보에 정통한 회사원 이 모씨가 전화를 걸어와 ‘보여줄 게 있으니 만나자’는 의사를 전해왔다.

오후 시간 테헤란로 부근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씨는 본인이 직접 핸드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출력해서 들고 나왔다. 인사를 주고받고 차를 주문한 뒤 곧장 이씨는 돌발 퀴즈를 던졌다. 그가 던진 퀴즈는 특정 단어를 들려주고 그 뜻을 얘기해보라는 것이었는데, 단 한 문제도 맞추질 못했다.

















독자 여러분도 재미 삼아 다음 질문에 답해보기 바란다. 과연 다음 단어들의 뜻은 무엇일까. ‘풋워십(footworship)’‘풋잡(footjop)’‘트램플(trample)’‘풋피딩(footfeeding)’‘페이스시팅(faceseating)' ‘스멜(smell)' ‘뷰(view)' 등등.

물론 대부분 마지막 두 단어의 뜻은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예상하고 있듯이 일반적인 단어의 뜻이 아닌 전문 용어임을 감안한다면 생각하고 있는 답이 정답이 아님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씨가 꺼내든 A4용지에는 그가 직접 촬영한 사진이 칼라로 출력되어 있었다. 이는 페티시 클럽인 I 클럽의 룸에 비치되어 있는 설명서로, 앞서 언급한 단어들은 모두 페티시 관련 용어들이었다.

하나씩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풋워십이란 ‘여성의 발을 애무하는 행위’, 풋잡이란 ‘남성의 심볼을 발로 비벼주는 행위’, 트램플은 ‘여성의 발로 남성의 몸 등을 비벼주고 밟아주는 행위’, 풋피딩은 ‘음식물을 여성의 발에 묻혀 먹여주는 행위’, 페이스시팅은 ‘남성의 얼굴 위에 앉는 행위’, 스멜은 ‘여성의 발 냄새를 맡는 행위’, 뷰는 ‘시각적으로 여성의 자세나 행위를 보여주는 것’등 이다.

칼럼이 다소 참고서 같은 전문 용어 풀이가 돼버렸지만, 페티시 클럽을 정확히 알기 위한 단계이니 이해해줄 것을 부탁한다. 일반적인 성적 취향과는 또 다른 세계를 향한 입문서 정도로.

“원래 그곳은 부근에서 잘 나가던 ‘대딸방’이었습니다. 그런데 거래처 직원들이 새로운 곳으로 업그레이드됐다며 가보자고 하더군요. 별 생각 없이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변태들이나 오는 곳이 아닌가 싶었지만 한 시간이 언제 가는지 모르게 지나갔으니까요.”

이씨가 우선 놀란 부분은 뛰어난 인테리어였다. 그가 들어간 룸은 소파 두 개가 마주보고 있는 형태였는데 매우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였다고. 바로 옆에 샤워실이 있어 샤워를 마친 뒤 가운을 입고 잠시 기다리면 아가씨가 들어온다.

또 한 가지 놀란 부분은 I 클럽이 이미지 클럽을 병행하고 있다는 부분甄? 앞서 들어온 종업원이 들어와 페티시 클럽이 어떤 곳인지를 잠시 설명한 뒤 아가씨가 어떤 의상을 입고 들어올지를 묻는다.

‘교복’ ‘레이싱걸 복장’ ‘스튜어디스 복장’ ‘웨이트리스 복장’ ‘간호사 복장’ 등 다양한 콘셉으로 준비된 복장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재미삼아 교복을 부탁했는데 이후 설명이 더 구미를 당기더군요.

페티시 클럽인 만큼 아가씨는 발과 다리를 이용한 서비스만 제공할 뿐임을 밝히며 아가씨의 가슴을 비롯한 특정 부위를 강제로 보려하거나 만지면 안 된다고 설명하더군요.”

잠시 후 실제로 교복 차림의 아가씨가 들어왔다. 처음 10분가량은 마주보고 앉아 연인 모드로 담소를 나누는데 페티시의 개념 설명과 용어 설명이 이뤄진다고 한다. 이후 아가씨가 손님의 소파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플레이’(이곳에서는 서비스를 플레이라는 명칭으로 부른다)가 시작된다. 앞서 언급한 용어를 실제 몸으로 보여주는 데 아무래도 그 핵심은 ‘풋잡’이다.

“별다른 흥분이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색다른 느낌을 받은 것은 분명하지만 제가 너무 정상인지 흥분이 되지는 않더군요. 아가씨 말이 손님 대부분이 비슷한 반응을 보이지만 가끔 찾아오는 실제 페티시 마니아의 경우 풋잡만으로도 사정을 한다더군요.”

30분 가량 페티시 본연의 플레이가 계속되면서 색다름이 지루함으로 변해갈 무렵, 플레이 코드는 대빨방으로 변모해간다. 소위 ‘엉덩이 안마’가 이뤄지는 데, 이는 손에 윤활제 역할의 로션을 바른 뒤 엉덩이와 항문을 애무해주는 서비스다. 이를 통해 손님의 흥분도를 높인 뒤 ‘핸드플레이’(손을 이용한 유사 성행위)로 마무리를 지어준다.

모든 서비스를 다 받고 샤워를 마친 뒤 업소를 나온 이씨는 다시 일행들을 만나 소감을 주고받다 더욱 놀라운 사실을 접했다고 한다. “이미지 클럽답게 룸마다 인테리어도 다르다고 하더군요.

사무실이나 공부방 형태의 룸도 있는데 그런 곳의 경우 테이블이나 책상을 마주보고 앉아 다리로 각종 플레이를 해준다네요. 같이 간 일행 중 한명은 공부방이었는데 책상 밑으로 들어가 교복차림의 아가씨 치마 속을 엿보면서 엄청난 흥분을 느꼈답니다. 그게 소위 ‘뷰’겠죠.”

단 한 번 페티시 클럽을 가본 게 전부이지만 어느새 이씨는 전문가라도 된 듯 자연스러운 해설을 곁들였다. 가격을 묻자 7만원으로 ‘대딸방’과 같다고 한다.

가격이나 서비스 내용으로 볼 때, 그리고 I 클럽 위치에서 본래 영업하던 업소가 대딸방임을 감안할 때, 문제의 페티시 클럽은 대딸방에서 발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결국 대딸방과 같이 핸드플레이가 위주이나 애인 모드에 특색을 가미해 페티시 경향을 추가한 것이다.

여기에 이미지 클럽의 코드까지 가미하고 룸 살롱을 능가하는 인테리어까지 갖춘 것. ‘다른 것은 다 몰라도 깨끗해서 좋았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평범한 대빨방에 가느니 페티시 클럽에서 색다른 경험을 해보는 게 낫다는 추천의 말을 덧붙였다.

분명 페티시 클럽은 변태 성향의 윤락업소다. 다시 말해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곳이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변태적인 성향의 소비자가 늘어 이런 윤락업소가 탄생한 것은 아니다.

다만 새로운 것, 이색적인 형태를 찾는 소비자의 심리에 맞춰 발전해온 윤락업계가 변태적인 성적 취향까지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한국의 윤락업계가 어디까지 변모해갈 것인지, 앞으로 또 어떤 형태의 윤락업소가 탄생할 것인지, 2005년 여름 한국 윤락업계는 그야말로 ‘변태적인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조재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5-08-29 18:43


조재진 자유기고가 sms9521@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