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한 옷차림으로 몰려다니며 '위험한 헌팅'즉석 부킹 뒤 밤새 술판, 원나잇 스탠드등 탈선 일삼아

[이색지대 르포] 선 넘은 피서지의 10대 밤의 꽃으로 웃자라다
아슬아슬한 옷차림으로 몰려다니며 '위험한 헌팅'
즉석 부킹 뒤 밤새 술판, 원나잇 스탠드등 탈선 일삼아


뜨거운 여름도 이제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유난히 뜨겁게 내리쬐던 태양과 잠 못 이루던 열대야로 기억될 2005년 여름이 서서히 마무리되어 가는 요즘, ‘이색지대’ 코너에서는 휴가철에 벌어진 갖가지 이색적인 풍경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휴가철을 맞아 다양한 피서지를 찾았던 이들은 하나같이 “요즘 애들 무섭다”고 얘기하곤 한다.

피서지, 특히 백사장이 펼쳐진 해변은 이미 10대 청소년의 탈선의 장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가출 청소년을 위시한 ‘위태로운 10대들’이 해변의 새벽을 점령해 버린 것이다.

서울에서 채 두 시간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위치한 E 해수욕장에서 새벽을 맞이한 필자는 마치 한강 시민공원에서의 그 새벽을 다시 접한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됐다.

지난 2041호 <주간한국> ‘이색지대’ 코너에서는 ‘탈선 무풍지대 한강시민공원’이라는 르포를 소개한 바 있다. 당시 뚝섬의 새벽은 제목 그대로 10대 청소년들 탈선의 무풍지대였다. 그리고 다시 맞이한 2005년 E 해수욕장의 여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정 넘기며 10대 여학생들 몰려다녀

역시 그 중심은 10대 여학생들이었다. 외모와 옷매무시는 분명 20대의 그것을 능가하지만 아무리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 않는 앳된 10대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 법. 자정을 넘기자 그들은 자연스럽게 해변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가족 단위로 이곳을 찾은 분들은 대부분 밤 10시나 11시면 해변을 떠나 숙박업소로 들어가기 마련입니다. 그 이후에는 젊은 친구들만 백사장에 남게 됩니다. 폭죽이 터지고 여기저기 술판이 벌어지면서 본격적인 짝짓기가 벌어집니다.”

E 해수욕장에서 만난 한 상인의 설명이다. 그의 설명을 듣는 동안 고개를 돌려 백사장을 바라보니 눈앞에 펼쳐진 광경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말 그래도 ‘부킹의 천국’이 바로 이곳 해변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일행 1명과 함께 직접 부킹에 나선 필자는 계속된 어려움에 봉착해야 했다. 역시 가장 큰 어려움은 10대 여성들과 함께 놀기에는 약간 나이가 많다는 점이 최악의 조건, “싫어요”라는 쌀쌀맞은 대답만 돌아올 뿐, 별다른 소득은 얻을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백사장 한편에서 이들의 놀이문화를 바라보는 것으로 취재 방식을 변경했다. 분위기는 한강 뚝섬 시민공원과 비슷했지만 차이점 역시 두드러졌다.

우선 가장 큰 차이점은 부킹 대상인 남성이었다. 한강 뚝섬 시민공원의 경우 소위 ‘폭주족’이라 불리는 10대 남성들이 최고의 부킹 대상이었다.

하지만 E 해수욕장에서는 그들 대신 남성들끼리 휴가 온 20대가 주된 부킹 대상이었다.

또한 한강 뚝섬 시민공원의 경우 남성들이 술자리를 벌이면 여성들이 무리지어 다니며 먼저 부킹을 제안하는 방식인데 반해 해변에서의 부킹은 남성의 몫이었다. 결국 여성들 무리에 다가가 집요하게 부킹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절실하다는 얘기.

그렇다고 이런 모든 놀이와 탈선이 백사장 위에서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백사장은 단순한 만남, 그리고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간단한 술자리 장소로만 이용되고 있었다.

여기서 분위기가 조성되면 인근 횟집이나 노래방 등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술자리가 시작되고 숙소로 자리를 옮겨 더욱 질펀한 술자리가 벌어지게 된다.

이렇게 모든 술자리가 끝나는 때는 새벽 서너 시를 훌쩍 넘긴 시간. 당연히 그 다음 순서는 자연스러운 ‘원나잇스탠드’로 연결된다.

'미성년자 혼숙 금지'팻말 무용지물

“여관이나 민박마다 ‘19세 이하 미성년자 혼숙 금지’라고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를 막을 방법은 거의 없습니다.

10대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것도 불가능한데다 오가는 사람이 너무 많아 하나하나 신경 쓸 겨를이 없습니다.”

E 해수욕장에서 여관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의 설명이다. 더욱 눈길을 끄는 대목은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에 E 해수욕장에 도착하는 남성들도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미 만차가 된 해수욕장 부근 주차장을 배회하던 남성 일행에게 주차를 도와준 필자는 자연스럽게 인터뷰에 성공할 수 있었다.

“금요일이나 토요일 밤을 이용해 여기에 오곤 한다”는 20대 중반의 대학생 김모씨는 “물론 ‘낚시’가 목표다.

여기는 10대 영계들이 넘쳐난다. 차가 좋고 맛있는 거 사줄 여건만 되면 이곳은 진정한 원나잇스탠드의 천국”이라고 얘기한다. 결국 휴가지에서의 우연한 만남이 아닌 이를 가장한 의도적인 부킹까지 성행하고 있다는 얘기.

김씨의 일행인 같은 학교 친구라는 강모씨는 “가출한 애들이 많은 것 같더라”며 “아침에 일어난 뒤 대놓고 가출했다고 얘기하며 용돈을 달라고 얘기하는 애도 있었을 정도”라고 말한다.

이는 가출한 10대 미성년자들이 하룻밤 기거할 곳을 찾기 위해 남성들에게 몸을 내맡기던 뚝섬 시민공원의 풍경과 너무나 유사한 모습이다.

뚝섬이나 여의도 등 한강 시민공원의 새벽을 점령한 가출 청소년들 가운데 상당수가 E 해수욕장을 비롯한 서울 인근의 서해안 해변으로 이동해왔을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

가출 청소년들이 시기별로 이동하는 루트까지 파헤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당장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한 접근이 언론이 아닌 청소년의 교육과 계도를 담당하는 정부 당국을 통해 이뤄져 시급한 대책 마련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취재중이라는 사실을 알리자 강씨는 더욱 새로운 내용을 제보했다. “해변에서 이뤄지는 부킹이야 우리 부모 세대에서도 벌어지던 일 아니냐”며 반문한 강씨는 “서울 인근의 몇몇 낚시터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자주 벌어진다”고 얘기한다.

낚시터 등 서도 즉석 성매매 성행

이어 강씨는 “한번은 낚시터에 갔다가 짧은 치마 등 전혀 낚시와 어울리지 않는 복장의 여성 두세 명이 서성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라며 “말 붙이면 금세 합석이 이뤄지고 술자리까지 이어지는데 이들은 애들(10대 청소년을 언급한 지칭)처럼 ‘하루 재밌게 놀자’가 아닌 ‘얼마면 된다’는 식의 장사꾼들”이라고 얘기한다. 다시 말해 의도적인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

그렇다면 낚시터를 운영하는 이들이 여기에 관여하고 있다는 이야기일까. 강씨는 아니라고 얘기한다.

“그냥 낚시터에 놀러와 자연스럽게 손님을 찾는 것 같더라. 낚시터 주인이 의상만 보고 손님을 내쫓을 수는 없는 일 아니냐. 우리도 그냥 손님인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들 일행은 올 여름이 가장 행복한 방학이었다고 얘기한다. 김씨의 부모님이 사주신 승용차가 이들의 날개가 되어준 것.

공식적인 휴가는 동해안으로 다녀왔는데 동해안은 그들과 비슷한 나이대의 20대 직장 여성들과 부킹하는 데 성공해 2박3일을 함께 보냈다고. 그리고 방학 내내 주말마다 E 해수욕장을 찾아 ‘원나잇스탠드’를 즐기고 있단다.

이들의 설명을 통해 대략 휴가지의 지역별 부킹 문화가 파악된다. 동해안은 휴가를 즐기기 위해 내려온 20대 남녀의 고전적인 만남이 이뤄지고 있고 서해안은 10대들의 탈선으로 얼룩진 새로운 만남이 성행한다는 얘기.

게다가 몇몇 낚시터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희한한 만남까지 접할 수 있었다.

분명 여름은 바캉스의 계절이고 해변은 하룻밤의 역사를 만드는 무대가 되어주곤 한다.

이는 이미 오랜 관행이고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이를 소재로 활용한 바 있다. 그런데 2000년대 해변에서는 과거의 관행에 ‘10대의 탈선’까지 더해졌다.

과연 한국 사회는 이마저 하나의 바캉스 문화로 받아들일 것인지, 이를 통해 해변에서 벌어지는 10대의 탈선도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등장하는 흔한 일 정도로 만들고 말 것인지. 2005년 여름, 해변의 파도소리는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내던지고 있다.

10대 청소년의 탈선, 이미 늦어버렸는지도 모르는 현실이지만 어쩌면 바로 지금이 우리 사회의 노력이 가장 절실한 시기인지도 모른다.


조재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5-09-06 20:05


조재진 자유기고가 sms9521@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