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작품에는 유족만 아는 특징이 있다"

[인터뷰] 이중섭 화백 차남 이태성 씨
"아버지 작품에는 유족만 아는 특징이 있다"

이중섭 화백의 차남 이태성씨가 부친 서거 49주기를 맞아 4일 한국을 찾았다. 망우리에 있는 부친의 묘에 성묘하고 검찰의 마무리 조사를 받기 위해서다.

이씨는 6일 오전 성묘를 한 뒤 오후 1시부터 자정까지 이중섭 작품 진위 논란과 관련, 고소인 신분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그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40년 가까이 표구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씨와는 5일 여의도 이중섭예술문화진흥회 사무실과 7일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 이중섭 화백에 대한 기억은.

▲어머니와 함께 2살 때 일본에 온 후 4살 때 잠깐 들른 아버지를 뵌 적이 있지만 거의 기억이 없다. 아버지가 보내준 그림과 편지를 통해 (아버지를)느낄 뿐이었다.

- 그림과 편지를 통해 느낀 이중섭 화백은 어떤 분인가.

▲아이와 가족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그림과 글에서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솔직하고 선량하며 자기 의지가 강한 분이라고 말씀해주셨다.

- 이중섭 화백 그림의 특징이 있다면.

▲아버지는 그리고 싶은 대로, 의도나 목적 없이 그리셨다. 덧칠 없이 단번에 그린 필선과, 가족을 그릴 때는 생각을 해서 그린 아버지만의 특징이 있다.

또 전시용으로 그린 그림과 가족에게 보내기 위해 그린 그림과는 차이가 있다. 아버지는 형과 나에게 같은 그림을 한 장씩 보내거나 여러 장을 보냈다.

한 장만 보낼 때는 싸우지 말고 보라며 아버지 다운 자상함을 보이셨다.

- 한국에서 이중섭 화백 작품에 대해 진위논란이 한창인데.

▲유족이 50년 이상 보존한 그림을 가짜라고 하는 나라가 있는 지 묻고 싶다. 세계적으로도 진위를 판단하는 제1 기준은 작가이고, 그 다음이 유족이다.

가짜 그림을 50년 이상 보관하는 유족이 있는가. 작년 12월 말 SBS와 한국측 전문가들과 국립현대미술관을 방문했을 때 김윤수 관장도 “한국에서는 위작이 많이 돌고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이중섭 아들인 당신이 본다면 진위는 알 수 있을 것이고 앞으로는 당신이 감정하는 것이 바를 겁니다”고 말했다.

- 위작을 주장하는 측은 유족이 소장하고 있던 작품은 1978년 이영진씨에게 대부분 건네졌고, 남은 작품은 많아야 20~30점에 불과할 것이라고 하는데.

▲이영진씨가 아버지 작품 도록을 만들어 준다고 해 200여 작품을 보낸 뒤 유족 모르게 판매한 것을 알고 가족 모두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사건 이후 소장하고 있는 그림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고 한국에서 화상이 여러 차례 찾아 왔을 때도 그랬다.

그리고 어머니 입장에서 공개하기 어려운 사적인 그림들이 많다. 아버지는 생전에 일본에 와서(1953년) 어머니에게 그림을 건넬 때 “이 안에는 에스키스(밑그림) 같은 것도 있으니까 다른 사람한테 안보였으면 한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런 그림들은 공개된 적이 없다. 한번도 본(공개된) 적이 없는 그림이어서 가짜라고 하는 것은 감정의 기본조차 안된 자세다.

- 이중섭 화백 작품을 얼마나 소장하고 있나.

▲전시할 수 있을 정도라고만 하겠다.

- 김용수씨가 소장하고 있는 작품은 어떻게 보나.

▲작년에 그 분이 그림을 가지고 와서 보여주었을 때 깜짝 놀랐다. 오랫동안 보아 온 아버지 그림과 같았고 아버지만의 필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많은 그림을 소장하고 있다고 해서 아버지 생각과 고마운 마음에 눈물이 났다. 더욱이 한국 국민 모두가 아버지 그림을 감상할 수 있게 소장품을 국가나 사회에 기증한다고 해서 큰 감동을 받았다.

- 만일 소장하고 있는 작품이 가짜로 판명 난다면.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본다. 만일 그런 결과가 나온다면 그것은 한국의 감정 수준을 말해주는 것이다. 한국이 아니더라도 진위를 판정할 수 있는 나라는 여럿 있다.

- 내년이면 이중섭 화백 서거 50주기인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현재 아버지 영화를 제작 중인데 영화를 통해 아버지의 모습을 널리 제대로 알릴 계획이다. 아버지 묘소를 좀더 좋은 곳으로 옮기고 특별 전시회도 고려하고 있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5-09-14 11:35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