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에 담긴 예술혼 세계에 떨친 문화 탐험대

[유혜성의 감성25시] 아리코리아대표 '김형준'
'아리'에 담긴 예술혼 세계에 떨친 문화 탐험대

아리코리아(Ari-Corea) 김형준 대표는 올해 31살이다. 극단의 대표라고 하기엔 젊지만, 젊기에 그는 대표가 될 수 있었다. 세계에 우리의 전통 문화를 알리기 위해 ‘한국 문화 실크로드’ 역할을 자임했던 그는 ‘무모하게도’ 자비로 세계 여행을 다녀온 장본인이다.

그렇게 세계 59개국을 다녀와서 쓴 문화 탐사 체험담인 ‘세계를 내 품안에’는 때묻지 않은 순수와 젊음의 특권이라 할 수 있는 자유, 열정 같은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직 대학생일 때 쓴 책이긴 하지만 지금 읽어도 세계 여행했던 나라가 눈에 선합니다.” ‘세계를 내 품안에’는 그가 아리코리아를 결성하게 된 계기부터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겪었던 잊지 못할 사건을 기록한 청춘 여행 보고서다. 현재 시리즈 2권을 집필할 계획이다.

세계는 넓고 행복은 넘쳐요

아리코리아에게 2005년은 분주한 해다. 일본 삿포로 눈 축제 공연, 독일 뮌헨시 초청 공연,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 공연 등 올해만도 해외에서 초청공연이 세 개나 있었다.

이번 달 말 홍콩 마카오에서 열릴 동아시아 문화교류의 밤(10월28일~11월4일) 공연에도 공식 초청을 받았다. 지난 3일에는 광복 60주년 기념 ‘싸이버 광복군 비젼 특공대’에 뽑히기도 했다.

14개 팀 중 2팀이 선정되었는데, 아리코리아는 당당하게 1위로 뽑혀 한국을 대표해 세계를 돌며 싸이버 광복군 역할을 할 예정이다.

“세계에서 극단 아리코리아를 인정해 주는 만큼 국내에서도 열심히 활동중이예요. 단독 공연계획도 있고요.” 지난 8일에는 국립극장에서 열린 제1회 서울 아트 마켓(PAMS)에서 공연 ‘타토’를 선보였지만, 아직까지 국내보다 해외에서 인기 있는 편이다.

그들이 세계 예술 문화 축제에 단골손님처럼 초청되는 이유는 우리의 것을 당당히 세계에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국 전통 문화를 대표할 만한 전통연희(풍물, 굿, 한국무용, 탈춤, 판소리) 공연 등이 그것이다.

“저희가 세계 여행을 한 이유도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한 것이잖아요. 아직은 문화강국은 아니지만 공연을 통해 작은 힘이 되어 세계인들이 한국을 생각하는 의식전환의 계기가 되는 게 저희 바람이죠.”

국내문화를 외국에 홍보하기 위한 민간 단체 아리코리아는 프로극단 아리코리아와 대한민국 이미지 홍보 문화사절단 아마추어 아리코리아 둘로 나뉜다.

프로극단 아리코리아는 공연과 예술 작품으로 초청된 나라에 우리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아마추어 아리코리아는 세계 여행을 하며 사물놀이를 통해 외국 친구들을 만나 서로 문화를 교류하고 한국의 이미지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 프로극단은 배우가 중심이지만, 아마추어 아리코리아는 전통문화에 관심이 있는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아마추어 아리코리아의 힘은 크죠. 말보다 공연 하나로 금세 외국 아티스트와 친구가 될 수 있거든요.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죠. 아마추어이기에 누릴 수 있는 행복이 많아요. 넒은 세계를 여행하면 어느새 자신이 바뀌듯이 말이죠.”

이미 세계를 한바퀴 돌고 온 그다. 세계 여행에 대한 꿈은 평범한 연극학도(중앙대 연극영화과)였던 그의 인생을 한 순간에 바뀌어 버렸다. 어느 날 문득 그는 자신이 서 있는 무대가 좁다는 것을 느꼈다.

정해진 무대, 정해진 소품, 정해진 대사. 자신을 둘러싼 규칙들로부터 완벽하게 벗어나고 싶었다. 연기를 통해 다른 누군가가 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을 버리는 것이라는 걸 깨달은 그는 연기는 쌓이는 것이 아니라 물처럼 바람처럼 흘러가는 것이란 걸 동시에 깨달았다.

‘중국 천안문 광장에서 소리를 질러보는 거야’, ‘인도에서 참다운 인생과 종교를 경험하고 요가와 참선을 배우는 거야’, ‘해가 넘어가는 사하라 사막의 모래언덕 위에서 낙타를 타고 대금을 불어뇩염?어떨까’. 생각만으로 벅차 올랐다.

그 후 밤하늘의 별은 그에게 세계 여행 지도가 되었다. 하지만 그 꿈은 그때까지만 해도 막연한 공상일 뿐이었다. 2001년 졸업 작품 ‘카르멘’에서 곤잘레스라는 집시 역을 맡은 그는 ‘지금 아니면 앞으로 절대 못할 일이야. 까짓 거 한번 해보자’ 라고 다짐했다.

전통공연을 소재로 세계를 순회하자는아이디어를구상, 그날부터 그의 눈에는 선후배들이 함께 갈 동료로 보였다. 엄격한 선발을 통해 모집한 5명은 ‘세계문화 탐험대’라는 이름을 달고 아시아를 순회하기 시작했다.

“네팔에 갔을 때 한국 시인을 만나 아리코리아란 이름으로 바꾸었어요.” ‘아리’는 원래 티벳 지명이며, 티벳 말로 ‘고개’란 뜻을 가지고 있다. 시인은 먼 옛날 불교를 전파하기 위해 불교사절단은 티벳을 떠나 고비사막을 건너 한반도에 왔을 것이고, ‘내가 아리란 고개를 넘어 떠나온 내 고향이 너무 그립구나’ 라고 그들이 부른 노래는 훗날 아리랑이 되었을 거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 이야기는 그의 가슴에 와 닿았다. 사막을 지나고 강과 바다를 건너 무수한 고통과 고난을 이기며 자신들의 문화와 예술을 세계에 알리고 전파하기 위한 그들의 넋을 기리고 싶었다는 그는 팀 이름을 아리 코리아로 바꾸었다.

한국을 떠나 아시아 6개국을 돌고 나서 이름을 얻었고, 유럽 8개국, 아프리카 5개국, 남미 5개국, 북미 1개국을 거쳐 한국에 돌아왔다. 여행은 그를 한껏 성숙하게 만들었다.

"우리 문화 예술 세계에 꽃 필것"

젊은 대표가 이끄는 극단 아리코리아. 작은 극단이기에 생기는 크고 작은 일들 때문에 아리코리아만의 원칙이 만들어졌다. 첫째 단원을 함부로 평가하진 말자. 젊은 사람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극복할 수 있는 지점까지 이끌어 주고 기회를 주는 것이 그의 방식이다. 두 번째는 조화다. 누구 한명이 잘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함께 하는 공연이기에 조직 내에서 조화는 필수다.

그렇기에 그는 대표의 카리스마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가족적인 분위기를 지향하는 편이며 남의 험담을 하지 않아야 한다. 팀이 깨질 수 있는 첫 번째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셋째는 단원일 경우 커플은 허용되지 않는다. 둘 사이가 팀의 분위기를 좌지우지 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원칙은 그가 세계 여행을 할 때 팀원들과의 갈등을 조율하며 터득한 노하우다.

“여행을 다니면 좋은 점은 마음이 넓어진다는 거죠. 하지만 나쁜 점도 그거예요.” 문제가 생기면 언젠가 해결될 거라는 달관한 자세를 갖게 되었다. 살다 보면 맞장구 치고 같이 고민하는 액션도 필요한데, 그는 사물을 보든 어떤 현상을 보든 너무 초연해서 탈이다.

삶을 달관한 자의 태도가 오히려 단점이라고 지적하는 남자, 아리코리아의 대표 김형준은 아직도 넘어야 할 인생의 아리(고개)가 많다.

하지만 그가 한 고비 한 고비 무사히 넘어갈 때마다 우리 문화 예술이 세계에 꽃피었으면 하는 것이 세계를 품안에 안은 그의 꿈이다. 이는 언젠가 현실이 될 것을 바라는 우리의 이상이기도 하다.


유혜성 객원기자


입력시간 : 2005-10-18 14:57


유혜성 객원기자 cometyou@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