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발행자들을 가장 고민하게 만드는 것은 화폐의 도안과 위조 방지 등이다. 수 많은 역사적 인물과 건축물 중에서 누가, 어느 것이 가장 적합한지 가리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에 가까울지 모른다.

위조 방치책도 마찬가지다. ‘10명의 경찰이 도둑 한 명 못 잡는다’는 말이 있듯, 위조범들은 많은 경우 한발 앞서 나간다. 한국은행은 위조 방지 기능을 대폭 보강한 새 5,000원권 지폐 도안을 발표했다.

1983년 이후 23년 만에 도안이 바뀌게 됐다. 새 5,000원권은 가로 142㎜, 세로 68㎜로 기존 권보다 가로는 14㎜, 세로는 8㎜가 각각 축소됐다.

새 지폐는 숨은 막대, 홀로그램, 돌출 은화, 숨은 은선, 색변환 잉크 등 앞ㆍ뒷면에 많은 위조 방치 장치를 갖추었다. 이것을 보면서 문득 옛날 일이 생각났다.

컬러 복사기가 나오자 한국은행 한 간부는 갑자기 걱정을 태산같이 했다. 위조 지폐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새 지폐 앞면에는 지금과 같이 율곡 이이 선생의 초상이 들어갔으나, 뒷면에는 오죽헌 전경 대신 신사임당의 작품인 ‘초충도(草蟲圖)’에 그려진 수박과 맨드라미 그림이 들어가는 등 여성적인 분위기를 강조했다.

여성 인물을 주장해온 여성계를 고려했을 것이다. 지폐 앞면의 지폐번호는 한글과 숫자의 조합에서 영어 알파벳과 숫자 조합으로 바뀌었다. 우리가 그만큼 세계화 됐다는 증표라면 너무 나가는 것일까.


이상호 편집위원 sh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