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 아래가 시원치 않아도 밤을 두려워 하지 말아라

한 지붕 아래 세 부부에겐, 말 못할 고민이 있다.

#1. ‘신혼부부’- 첫날밤, 너무 빨리 끝나버렸다.

신혼 여행에서 돌아온 남편은 끙끙 앓다가 아내에게 고백한다. 이후 초시계로 매번 시간을 재어 연습하는 피나는 훈련이 시작된다. “여보, 긴장 풀어!” “응, 준비 됐어” “간다~ 오라~잇!” “서-어-었-다-아-아!” “기록은?”…

성관계 시간을 늘리기 위한 신혼부부의 눈물겨운 사투를 담은 한 장면이다. 남편의 질환은 조루다.

#2. ‘중년부부’- 숨쉬기 운동말고는 다 싫다던 남편이 어느 날부터인가 조깅에 윗몸 일으키기, 냉수마찰 등 체력 단련에 들어갔다.

거기다 ‘짠돌이’ 생활 수칙을 버리고 값비싼 돌 침대까지 덥석 들여놓는다. 그러면서 밤에는 아내를 피한다. 어째, 수상쩍다. 체면상 아내에게 솔직히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는 바람에 엉뚱하게 외도 의심까지 받게 됐다. 중년 남성의 적, 발기 부전이 찾아온 것이다.

#3. ‘노년부부’- 고장 난 수도 같은 아랫도리 때문에 남편은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다. 부부 금실은 여느 신혼부부 부럽지 않지만, 나이를 속일 수는 없다.

밤 생활도 신통치 못하고, 부부 동반 등산이나 나들이를 나가도 싶어도 쉽지가 않다. 외출할 때에는 기저귀를 착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립선 비대증이다.

11월16일부터 5일간 상명대 아트홀에서 무대에 오르는 ‘배꼽 아래 이상無’란 연극에 나오는 등장 인물들의 사연이다. 재미난 제목처럼, 남성들의 영원한 화두인 ‘배꼽 아래’ 고민을 적나라하게 풀어 헤친다.

대한비뇨기과학회가 주최하고, 9개 제약회사가 후원하는 공연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 남성질환에 대한 의학적 접근을 무대 위에서 펼친다.

비단 연극이 아니라도 남성질환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한국,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4개국 중 한국의 발기부전 유병률은 다른 3개국가보다 평균 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남성과학회 학술대회 발표, 2005년 6월) 그러나 적절한 치료를 받는 비율은 절반 이하로 낮다. 섹스에 대한 관심은 드높아도, 남성질환에 대한 대처는 극히 미숙한 실정이다.

남성들 대부분은 ‘일어설 수 없다’는 말을 아내 앞에서 절대로 하지 못한다. 아니 본인 스스로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콤플렉스다.

최근 대한남성과학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발기부전 환자 중 스스로 환자라고 인정한 경우는 13.4%에 불과했으며,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사람은 5%도 되지 않았다.

‘이런 걸로 병원에 어떻게…’ ‘늙어서 무슨…’이라는 생각은 접고, 성(性)에 대해 당당해지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남성질환의 주요 증상과 치료방법, 예방을 위한 생활 습관 등을 알아본다.

[조루] 30~40%가 남몰래 고민

연령에 관계없이 남성 10명 중 3,4명이 고민하는 남성 성기능 장애가 바로 조루(早漏)다. 성행위에 앞서, 또는 시작하자마자 조기에 사정하는 경우를 말한다.

의학적 진단으로는 15초 또는 1분 정도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절대적인 지속 시간보다 성관계 당사자들의 만족 여부가 조루의 진단에 더 중요하다.

조루는 심리적 원인이나 장기간의 금욕, 경험 부족 등으로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고, 대뇌의 세로토닌 등 사정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의 부적절한 분비 등 구조적인 원인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발기능력의 저하나 신경학적 원인 등 사람마다 다른 원인이 작용한다.

치료법은 다양하다. 음경의 감각을 저하시키기 위해 마취 약제를 도포하거나 수술(배부신경절단술)을 하는 경우도 있고, 세로토닌 재흡수를 억제하는 약물을 복용할 수도 있다.

음경에 마취 약제를 사용하면 효과는 확실하지만 남성은 쾌감을 느낄 수 없고, 자칫 잘못하여 여성도 마취되는 경우 성 생활 자체가 고역이 될 수 있다. 약물 복용을 꺼리는 남성도 많다.

이 같은 치료법의 선택에 있어서는 진단에서처럼 성 관계 당사자의 만족도가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김홍식 충남대학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배우자와 함께 치료 상담을 받아 서로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발기부전] 치료시기 놓치지 말아야

성교시 적절한 발기가 일어나지 않을 뿐 아니라 발기상태가 지속되지 않아 성행위를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지난 6개월동안 발기 이상이 계속됐고, 50% 이상의 시도에서 성공적인 성교에 실패했다면 검사가 필요하다.

발기부전은 성인질환과 연관이 깊다.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등의 혈관 질환은 나이 들면서 발기부전을 일으키는 대표적 위험 인자로 손꼽힌다. 당뇨병 환자의 4명 중 3명, 고혈압 환자 7명 중 1명이 발기부전을 겪고 있다. 김 교수는 “발기부전은 성인병의 신호탄일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 진단이 중요하다”며 “보양 음식이나 정력제를 복용해 발기 능력만 살리면 된다는 생각으로 질환을 악화시키지 말 것”을 당부한다.

발기부전의 또 다른 원인은 혈압약, 우울증 치료제 등 약물의 복용이다. 흡연이나 과한 음주, 스트레스 같은 잘못된 생활습관도 발기부전을 초래할 수 있다. 40세 이상 남성 2명 중 1명이 발기부전을 호소할 정도로 흔한 병이기 때문에 누구도 안심할 수가 없다. 박종관 전북대학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남성들이 발기가 됐다 안됐다 하면 발기부전인지 아닌지 고민하다 치료시기를 놓치는 것이 문제”라며 “약물 치료를 하면 바로 효과가 나타나고, 대부분 치료가 가능한 만큼 망설이지 말고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전립선 비대증] 약물치료로 증상 완화

“남성의 나이는 화장실에서 온다”는 말이 있다. 청년기에 힘차던 소변 줄기가 노년기에 이르면 눈물 방울 떨어뜨리듯 방울지며 힘없이 떨어지는 탓이다.

전립선 비대증은 50대의 50%, 60대의 60%, 70대의 70%가 앓을 만큼 남성의 노화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 전립선은 나이가 들면서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전립선 조직의 증식이 일어난다. 그렇게 커진 전립선이 요도를 압박하고 방광을 자극하여 배뇨증상을 유발하는 것이다.

소변을 하루에 8회 이상 자주 본다거나, 소변이 연속적이지 않고 잔뇨감이 있는 경우, 요실금으로 소변이 새게 될 때에는 전립선 비대증이 의심된다.

요도의 압력과 긴장을 낮춰주는 약물 치료가 기본이다. 박 교수는 “하루 한 번만 복용하는 약물 치료로 환자의 90%는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약물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치료제처럼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때문에 약물의 장기복용을 꺼리는 남성들이 흔히 민간요법에 매달려 증상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김 교수는 “전립선 비대증에 옥수수 수염을 삶아 먹는 게 좋다느니 호박을 구워먹으면 소변이 잘 나온다느니 하며 정확한 진단을 받지 않고 민간 요법에 의지하거나, 의사의 처방도 없이 이뇨제를 구입해서 먹으면 일시적으로는 소변 양이 증가하여 효과를 보는 것 같지만 방광 기능이 나빠지고 심하면 신장 기능을 떨어뜨리는 위험을 부를 수 있다”며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라”고 조언했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