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화끈한 대낮의 사랑 "룸 안에서 뭔 짓을 못해?"

남성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정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유흥업소 관련 사안이다. 단순한 흥미 차원의 대화 소재로 유용하게 쓰이는가 하면 업무적인 정보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색지대>가 엄청난 비난성 댓글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유흥업소 관련 정보 역시 대부분 사실성이 떨어지곤 한다.

‘어디에 가면 뭐가 좋다’는 식의 정보를 갖고 해당 업소를 찾았던 이들 가운데 만족감을 표시하는 경우가 극히 드문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이는 매주 유흥업소 관련 정보를 독자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관련 정보를 제공해오는 취재원이 매우 다양하나 취재 과정에서 정확한 확인이 이뤄지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번에 소개하려 하는 노래주점 역시 마찬가지다.

필자가 광화문 일대 노래주점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것은 이미 지난여름이다. 하지만 확인 작업이 쉽지 않았다. “광화문 부근 노래방 대부분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기초 정보는 우선 거짓으로 확인됐다.

우선 광화문 일대 노래방 가운데 정오 무렵에 문을 연 곳이 몇 되지 않는데다 문을 연 업소들 역시 대부분 ‘노래방 도우미’를 불러주지 않았기 때문.

“도우미 아가씨 부르려면 오후 늦은 시간 이후에 오라”는 게 노래방 관계자들의 답변이었다. 낮거리가 이뤄지는 업소가 아니라는 얘기.

그런데 왜 이런 소문이 나돌았을까. 당시 필자는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이 내용을 <이색지대> 코너에서 소개하지 못했다.

최근 필자는 엉뚱한 방향에서 당시 제공된 제보 내용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10월 말 다른 용무로 여의도 소재의 한 상가 건물 2층을 찾은 필자는 신기한 풍경을 목격했다.

그곳 2층 복도에는 노래주점이 줄지어 있었고 업소마다 중년 여성들이 나와서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이상 야릇한 커피 한잔

그렇다고 집창촌처럼 무작정 성매매를 호객하는 것은 아니었다. 단순한 한마디 “커피 한 잔 드시고 가세요”가 전부였다. 물론 이런 상황 역시 상식선에서 이해가 가능한 대목이다.

대부분의 노래주점은 낮 시간에 카페로 영업을 하고 있다. 따라서 점심 식사를 마친 뒤 사무실로 향하는 직장 남성들에게 커피를 한 잔 마시고 가라는 호객행위는 ‘노래주점’이 아닌 ‘카페’로서의 목적에 충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필자가 걸음을 멈춘 이유는 이런 모습이 지난여름 제보 받은 ‘광화문 노래방’과 매우 비슷했기 때문이다.

호객행위를 하는 여성들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이를 따라 들어간 가요주점의 안은 무척 조용했다. 단 한 명의 남성만이 앉아 있을 뿐, 텅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 상황이면 불경기로 인해 카페를 찾는 직장인이 급감하자 하는 수 없이 호객행위에 나선 것이라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과연 그럴까.

자리에 앉자 카운터에 있던 중년남성이 “커피로 하시겠어요?”라고 물어왔다. 필자는 “커피로 달라”는 얘기를 한 뒤 주변 정황을 살피기 시작했다.

내부 구조는 플로어와 몇 개의 룸이 딸린 전형적인 가요주점이었다. 가만히 들어보니 룸 가운데 한 곳에서는 노래 반주기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안에 있다는 얘기.

그런데 곧 다른 룸에서 남녀가 나왔다. 곧 인사를 나누며 두 남녀는 헤어졌고 업주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룸으로 들어가 그곳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곧 플로어에서 커피를 마시던 남성이 그 룸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업주는 갑자기 필자에게 “손님도 커피 마시면서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된다”는 말을 건네 왔다.

도대체 뭘 기다리라는 얘기인가. 10여분의 시간이 흐른 뒤 방금 전 같은 룸에서 나온 여성이 다시 그곳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 정도 정황이면 ‘대낮의 노래주점’에서 뭔가 ‘미심쩍은 일’이 벌어진다는 얘기. 이 시점에서 본격적인 확인작업이 시작됐다.

“제가 잘못 들어온 거 같은데 그냥 커피 마시는 데 아니에요?”라며 필자가 말을 붙이자 업주는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대충 뭐 하는 곳인지는 알겠는데 오늘은 좀 그렇고 다음에 올 테니 가격이나 알려 달라”고 말을 붙이자 드디어 업주가 입을 열었다.

“간단하게 맥주 한 잔 마시며 노래 부르며 스트레스 푸는 곳”이라는 교과서적인 답변으로 입을 연 업주는 “그 이상은 아가씨들하고 오가는 일이라 우리는 잘 모른다”고 발뺌한다. 한 시간 가량 룸을 이용하는 가격은 10만원. 여기에는 기본적인 노래방 비용에 간단한 주류와 안주 비용이 포함된다. 또한 도우미 아가씨를 부르는 비용까지 포함되어 있다. 둘 이상이 올 경우 도우미 아가씨 비용만 추가하면 된다.

“짧게 사랑을 하는 손님들도 있다”는 업주는 “아가씨들한테 10만원 정도를 더 내면 룸 안에서 못할 게 없다”는 얘기를 덧붙인다. 다시 말해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 다만 20만원이라는 비용이 다소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뜨거운 한시간 "홀딱 벗고 놀지요"

다음날 필자는 다시 광화문을 찾았다. 과연 광화문에서도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인가. 이번에는 노래방을 아예 배제했다.

그 대신 여의도와 같은 노래주점에 집중했다. ‘노래궁’, ‘노래주점’과 같이 ‘노래방’과 상호만 비슷한 곳들이 주요 취재 대상이 됐다.

몇몇 곳을 돌아다녀 본 결과 실제 광화문 일대에서도 여의도와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중인 곳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의도나 광화문의 공통점은 각종 회사들이 밀집해 있어 직장인들이 많다는 점이다.

당연히 가장 번화한 시간은 점심시간이다. 결국 직장인을 노리는 ‘성매매의 유혹’이 밤안개를 헤치고 대낮으로 활동 시간대를 넓혔다는 얘기가 된다.

“낮이라고 살살 노는 거 아닙니다. 오히려 더 화끈하게 놉니다.” 수소문 끝에 광화문 인근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는 한 직장인에게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회사원 문지경(가명 남 29세)씨는 “오전 근무를 마친 뒤 주어지는 한 시간여의 점심시간을 매우 알차게 보낼 수 있는 곳”이라고 해당 업소를 설명하며 “시간이 다소 짧은 게 아쉽지만 노는 수준은 북창동을 능가한다”고 얘기한다.

도대체 어느 정도 수준이기에 ‘북창동 시스템’까지 거론되는 것일까. “홀딱 벗고 논다고 생각하면 된다”는 문씨는 “오전 내내 스트레스만 받다가 한 시간 정도 뜨겁게 놀다가 다시 넥타이를 매고 사무실로 향할 때 기분이 아주 죽여준다”고 말한다.

지난여름 노래방 관련 취재 당시 만났던 한 노래방 업주는 필자에게 “괜한 소문으로 엉뚱한 기사를 써서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 마라”고 충고한 바 있다. 몇 달의 시간이 흘렀지만 이제 사실이 확인된 만큼 다시 그 노래방 업주를 찾았다.

“사실 당시에도 그런 얘기를 들었던 것은 사실”이라는 그 업주는 “그런 가게들 때문에 진짜 노래방만 괜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하소연을 시작했다. 노래방은 단속에 취약한 업소 가운데 하나다. 대부분의 노래방에서 이뤄지고 있는 주류 판매가 불법이기 때문. 성매매를 단속하러 나온 경찰에게 ‘우리 업소에서는 절대 성매매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주류 판매’로 단속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반면 노래주점의 경우 주류 판매가 허용된다. 말 그대로 ‘주점’이기 때문. 이 업주는 “상호명에 ‘노래’자를 넣은 유흥주점으로 인해 괜한 노래방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이 부근에 있는 대부분의 노래주점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얘기는 아니다”는 이 업주는 “몇몇 업소에서 그런 일이 벌어져 입소문이 도니까 마치 다 그러는 것 마냥 비춰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차라리 확실하게 단속해줬으면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차라리 문제가 되고 있는 몇몇 업소가 단속돼 더 이상 이런 소문이 나돌지 않았으면 한다는 게 그의 주장.

노래방은 가족단위로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놀이 공간이다. 그런데 언젠가 부터 노래방이 도우미 여성들의 영업무대로 변질되더니 이제는 아예 대낮에도 성매매가 이뤄지는 장소가 되어가고 있다.

확인결과 노래방이 아닌 유사 유흥주점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 여파는 고스란히 노래방 몫이다. 단순한 단속의 차원이 아닌 대중적인 놀이공간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정부 당국의 손길이 간절한 상황이다.


조재진 자유기고가 dicalazzi@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