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득이는 상상력과 끼로 웃음폭탄 만드는 엉뚱男女

“우리요? 솔 메이트(Soul Mate 영혼의 친구)에요.”

‘젊은 가능성’으로 호평 받는 성재준(31ㆍ연출가 겸 작가)과 원미솔(28ㆍ음악감독 겸 작곡가)은 대학로 공연계에서 최고의 파트너십을 자랑하는 콤비다.

서로의 재능이 서로의 영감을 자극하고 활력소를 준다. 만나 영화를 보거나 밥을 먹더라도 그 자체가 다음 작품의 아이디어며 창작의 시작이다.

어느새 대학로 공연계에서 이들은 가장 탐내는 ‘젊은 피’가 되었다. 둘은 세트로 ‘재미 콤비’라 불리기도 한다.

“서로의 이름 가운데 글자를 따서 재미로 지은 건데 어쩌다 재미콤비가 되어 있더라고요.”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 ‘뮤직 인 마이 하트’(이하 뮤하트)가 무대에 올려지기까지 1년 가까이 붙어 있다 보니 자연스레 ‘재미콤비’가 되었다.

엉뚱한 상상력과 탁월한 유머 감각을 지닌 둘의 공동 작품 ‘뮤하트’를 본 관객조차 이젠 주저 없이 ‘재미콤비’라 부른다. 뮤지컬을 보는 내내 여기 저기서 터져 나오는 탄성과 박수 소리로 대학로 자유극장은 연일 웃음바다가 된다.

덕분에 9월에 무대에 올려진 ‘뮤하트’는 12월말까지 연장 공연에 들어간다. 올해 뮤지컬 히트 상품의 대열에 오르게 된 셈이다.

새콤달콤 생생한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에 영화, 만화적 상상력이 가미된 ‘뮤하트’는 핵 폭탄 같은 코믹요소에 새콤달콤한 음악 소스를 뿌린 샐러드 같다. 씹을 때 아삭아삭 소리 나는 신선한 샐러드 ‘뮤하트’는 단연코 20~30대가 만들어낸 20~30대를 위한 로맨틱 코미디다.

톡 쏘는 소다 같은 솔직한 원미솔과 뿔테안경 속에 무궁무진한 끼를 감춘 의뭉스런 성재준은 환상의 콤비답게 척척 맞는 호흡을 자랑한다.

“저의 엉뚱한 상상력도 원 감독을 통하면 최고의 하모니가 되어 나와요”라고 성재준이 말하면, 원미솔은 “성 연출가는 가장 신선하고 다양한 재료를 충분히 준비하기 때문에 창작을 하는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곡을 만드는데 생기를 넣어줘요”라고 받는다.

연출가이기 전에 작가인 성재준의 아이디어를 가장 맛있게 요리해 내는 여자가 바로 원미솔이다. 그녀는 자신이 만든 뮤지컬을 요리에 비유하곤 하는데 ‘뮤하트’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이번 음식은 국물 맛을 내기 힘들었어요. 어찌나 자잘한 건더기들이 많은지 국물 맛을 도통 알 수가 없는 거예요. 일단 불을 세게 높여 거품이 냄비를 덮고도 남을 때쯤 불을 낮춰 거품을 걷었죠.

그러고 나니 건더기가 국물이요, 국물이 건더기가 되더군요. 한 숟갈 뜨고 나서 생각했죠.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요리 하나 만들자라고요.”

뮤하트는 재미콤비가 만든 첫번째 공동작품이다. 원미솔의 말처럼 둘이 보다 하나 배꼽 잡고 죽어도 모를 만큼 재미가 있다.

“우린 싸울 일이 없어요.”(성) 노하우라고 알려주는 대답 또한 그들답다. “오해하지 마세요. 우린 서로 한 박자 차이의 템포차가 있어요. 제가 성미가 급해 욱하고 폭발할 때 성 연출가는 암말 않고 조용하죠. 제풀에 풀어지고 나면 그가 나중에 폭발해 버려요. 저는 이미 다 잊었는데 말이죠.”(원) 팀워크의 비결은 한 박자 쉬어주는 센스에 있었다.

“성 연출가는 아이디어가 넘치죠. 저도 같이 흥분해서 이야기하다 너무 넘친다 싶으면 서로 가지치기에 들어가요.”(원)

그들은 만나면 수다부터 떤다. 어제 본 공연 얘기부터 각자 만난 사람들에 대한 평까지 다양하다. 그러면서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맞장구 친다.

성재준이 ‘신데렐라는 왜 아버지가 없을까’라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 질문을 곧잘 해도 원미솔은 그 가능성을 먼저 고려한다.

이야기를 통해 세련되게 다듬으며 아이디어 회의는 시작한다. 성재준이 요즘 쓰고 있는 뮤지컬 ‘신데렐라’는 그렇게 탄생했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형식을 빌어 기존의 신데렐라 이야기를 뒤집는 형식으로 내년에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그들은 생각과 취향이 닮았다. 그렇기에 말하기 전에 이미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어 낼 줄 안다. 오래 함께 하다 보면 저절로 터득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서로를 배려하고 인정하는 마음이 없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시작치고는 어려운 작업이었어요. 실험적인 요소도 많았고 다른 뮤지컬과 스타일이 많이 달랐죠.” ‘뮤하트’는 성재준의 상상 무대다.

데뷔작이라는 게 의심이 갈 정도로 탄탄한 구성력을 지녔다. 또한 곳곳에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반짝여 새삼 그의 재치를 확인할 수 가 있다.

뮤지컬 시작 전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공익 광고가 그렇고, 영상적 이미지들이 그렇다. 무대에서는 그만의 마술이 펼쳐진다. 가방이 의자가 되는가 하면, 여주인공의 상상 속 인물들이 주연이 되어 그 안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복잡한 구성을 짜임새 있고 발랄하게 구성했다.

상상력 자극하고 생기를 불어넣다

“지금까지 본 대본 중 이렇게 지문이 많은 건 처음 봐요. 귀찮기보다 오히려 배우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스스로 숨어 있는 끼를 발견하고, 연기하는데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어요.”

배우 최보영은 성재준의 대본을 읽으며 스스로 발견 못한 끼를 찾게 되었다고 말한다. “배우의 상상 속의 이야기니 무슨 생각인들 못하겠어요. 탱고를 추는 배우들은 절대 웃으면 안 되죠. 또한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어야 하죠. 대사는 그와 정 반대로 코믹한 것이고요.”(성)

‘뮤하트’는 배우와 연출가, 음악 감독의 나이가 비슷하다. 그것이 ‘뮤하트’가 재미있게 발전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다. 배우들은 스폰지처럼 연출가의 요구사항을 금세 받아들이고 자기 것으로 만든다. 누구의 공이 컸다고 말하기 힘든 점도 그 때문이다.

“뮤하트가 반응이 좋으니까 회사에서 선물로 영국 여행을 보내줬어요. 공연 실컷 보고 왔죠.” 함께 본 공연이 100편이 넘을 정도다. 코드가 같기에 함께 하는 것도 많다.

이들의 만남은 8년 전에 이루어졌다. 그때는 둘 다 뮤지컬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뮤지컬 동호회’ 회원이었다. 서울대 작곡가를 졸업한 원미솔이 공연계에 먼저 데뷔했다.

그 후 이따금 만나 같이 공연 보고 차 마시는 정도로 인연을 맺었다. 성재준이 뒤늦게 뮤지컬 개사와 작사가로 활동하게 되면서 둘은 함께 일하게 되었다.

물론 성재준은 데뷔 이전에 뮤지컬 전문 웹진 ‘뮤지컬 매거진’에서 편집장을 지내는 등 뮤지컬과 관련된 일을 꾸준히 하고 있었다.

“가끔 습작한 작품을 제게 보여주곤 했는데, 이거 재밌겠다 싶어서 PMC 김종헌 PD에게 소개했죠.”(원) ‘뮤하트’는 그렇게 탄생했다.

“우리 또래 창작자가 드물어요. 같은 눈 높이에서 같이 고민하고 소통할만한 동료가 필요할 때가 많은데 우린 서로에게 그런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외롭지 않아요. 우리 정말 잘 만났어요.”

무엇보다 소통할 수 있는 솔 메이트가 있기에 젊은 창작자인 그들은 행복하다. 이들은 ‘뮤하트’를 시작으로 젊고 감각 있는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 낼 예정이다.

그렇다고 서로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서로가 잘 하는 분야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가능성을 인정 받았고 이제부터 시작이다.

‘재미콤비’의 다음 작품은 과연 어떤 요리에 비유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성재준, 원미솔은 그렇기에 오늘도 만나 수다를 떤다. 다음 작품의 재미와 성공을 위해 말이다.


객원기자 cometyou@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