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의 밤, 은밀한 꽃으로 피다

가히 2005년 연말 한국의 밤 문화는 ‘노래방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노래방 도우미’가 등장하더니 이제는 아예 드러내놓고 매매춘이 이뤄지는 업소도 적지 않다.

게다가 요즘에는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을 노리는 대낮 영업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는 노래방 업계 전반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상황을 놓고 볼 때 이런 분위기에 대해 대부분의 보통 노래방은 억울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문제가 되는 불법 영업의 온상인 ‘노래방’은 대부분 정식 허가를 받은 노래방이 아니다.

가장 흔한 경우가 단란주점으로 허가를 받은 뒤 노래방과 비슷한 간판을 내걸고 있는 유사 노래방 업소들. ‘노래’라는 단어를 간판에 표기하되 그 뒷말이 ‘방’이 아닌 다른 수식어를 사용하는 업소가 대부분이고 아예 ‘노래방’ 간판을 내걸고 영업하는 곳도 있다.

노래방의 경우 주류 판매 자체가 불법이나 단란주점 등 기타 영업장으로 허가를 받으면 이를 피해갈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업소에서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도우미 서비스나 매매춘의 경우 단속이 쉽지 않다. 노래방에 있는 남녀를 손님과 도우미로 구분하기 어려운데다 성매매가 이뤄지는 순간을 잡아내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 단속으로 드러나는 대목은 주류 판매 정도인데 정작 단속해야 할 대상은 기타 영업장으로 허가를 받은 업소인데 ‘주류 판매’는 합법이라 단속 대상이 아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노래방 업주는 “노래방에서도 맥주 정도는 판매되는 게 현실”이라며 “괜한 유사 업소의 불법 영업으로 건전한 노래방만 단속 대상이 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그렇다고 주류 판매를 멈출 수도 없는 현실. 불법 노래방의 성매매가 성행하는데 이에 대한 단속이 어려운 상황에서 일반 노래방의 주류 판매만 단속 대상이 되고 있는 게 요즘 현실이다.

이런 노래방의 퇴폐화 바람이 가장 강하게 감지되고 있는 곳은 서울보다는 지방 도시로, 대부분 소비가 활성화된 공업도시들이다.

이미 이색지대 코너를 통해 울산 지역의 불법 노래방이 소개된 바 있고 경기도의 한 공업도시의 퇴폐 노래방도 언급된 바 있다.

현재 불법 노래방이 가장 성행하고 있는 곳은 구미를 비롯한 경상도 지역 공업도시이며 그 유래는 포항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 과연 지금은 전국으로 확산된 불법 노래방 문화의 근원지인 포항 지역을 직접 찾아 그 실태를 확인해봤다.

1시간은 술만, 2시간은 성관계까지

포항 지역에서 노래방 도우미가 도입된 것은 90년대 중반으로 이미 10여년 가량의 세월이 지났다고 알려져 있다. 휴대전화보다는 삐삐가 이동통신의 주류를 이루던 당시부터 노래방 도우미가 활동해왔기 때문에 ‘삐삐 아줌마’라는 호칭이 붙었고 이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포항에서 거주 중인 30대 후반의 자영업자 노모 씨는 “당시에는 노래방에서 손님이 오면 ‘삐삐’를 쳐서 아가씨들을 불렀기 때문에 ‘삐삐 아줌마’라는 호칭이 붙은 것”이라며 “당시에는 뱃사람이 주된 고객이었고 점차 손님 계층이 확대되면서 삐삐 아줌마가 나오는 업소도 많아졌다”고 얘기한다.

노씨의 소개로 찾은 업소는 노래방이 아닌 단란주점이었다. 노씨는 “노래방처럼 노래방 기계가 있는 방에서 놀 수 있는 곳을 통칭 노래방이라 부른다”고 얘기한다.

포항 역시 ‘노래방 도우미’로 알려진 ‘삐삐 아줌마’의 주요 활동 무대가 일반적인 노래방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또한 “노래방이라고 전부 삐삐 아줌마를 불러 주는 것은 아니다. 몇몇 업소가 그런데 이는 아는 사람만 안다”고 얘기한다.

노씨의 단골 업소인 까닭에 흥정은 쉽게 됐다. 보통은 맥주 한 박스는 시켜야 여유 있게 놀 수 있다며 강요 아닌 강요를 한다고.

그런데 실제로는 한꺼번에 한 박스를 시키는 것보다는 기본만 시켜서 계속 추가해야 서비스가 좋아진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업주는 “삐삐아줌마 금방 올 것”이라며 룸으로 안내했지만 취재진과 노씨는 단란주점 플로어에 자리를 잡았다. 실제 삐삐아줌마를 불러 인터뷰를 시도하는 것 보다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취재하기 위해서 였다. 이 자리에서 노씨는 대략적인 가격과 놀이 방식에 대해 설명해줬다.

가격은 다소 저렴한 편이었다. 맥주 5병이 기본으로 계속 추가하는 방식인데 대부분 한 박스를 넘겨 3인 기준으로 맥주 값은 20만원 안팎이다.

여기에 아가씨들 차지비가 1만5천원에서 2만 원가량. 대략 두 사간 가량 놀다가는 게 일반적이므로 3명 기준으로 9만원에서 12만 원가량이 든다. 총액 역시 3인 기준으로 30만 원가량의 경비가 소요되는 것.

실제 방안에서 성관계가 맺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간혹 팁을 주는 사람을 제외하곤 공식적으로는 별도의 추가 요금은 없다”는 게 노씨의 설명. “1시간만 놀면 그냥 노는 것이고 두 시간 놀면 성관계가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인다.

가격대는 인근에 위치한 타도시와 전혀 다르다. 인근에 위치한 타도시의 경우 백주 1박스가 기준으로 그 비용은 15만원. 3인 기준으로 두 박스는 시켜야 되므로 맥주 값만 벌써 30만원이 된다.

여기에 아가씨 차지비용은 포항과 비슷한 1만5,000원에서 2만원 사이. A급 아가씨의 경우 시간 당 차지비가 3만원을 호가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두 시간 기준으로 볼 때 3인 기준 9만원에서 12만원 사이의 차지비가 나온다. 여기에 포항과는 달리 성관계를 맺을 경우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그 비용은 10만원으로 포항과 달리 옆의 빈방으로 자리를 옮겨 성관계가 이뤄진다. 3인 기준으로 보면 30만원으로 총액은 70만원을 훌쩍 넘는다.

이렇게 두 도시의 가격 차이를 설명한 노씨는 “포항의 삐삐아줌마는 아마추어고 인근 타도시 노래방 도우미는 프로”라며 “포항은 아가씨들이 착해서 어떻게든 손님들이 술을 많이 시켜 업소 매상 올리는 데 더 급급해한다”고 얘기한다.

또한 성매매에 대해서도 “같이 간 일행들끼리도 한 방에서 서로 보이는 위치에서 성관계를 갖는 게 꺼림칙한데 아가씨들은 오죽하겠냐”고 되물으며 “반면 타도시는 깨끗하게 빈 방에서 관계를 갖는다”고 얘기한다.

월요일 밤인데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꽤 있는 편이었다. 플로어에 자리를 잡고 술을 마시며 순서에 따라 무대에 올라 노래는 부르는 손님들이 취재진 일행 두 명 외에도 5명(두 테이블)이 더 있었고 세 개의 룸 가운데 한 곳으로 세 명 일행의 손님이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20대 초중반 아가씨가 대부분

예상한 바와 같이 룸으로 들어간 일행은 ‘삐삐 아줌마’를 호출했다. 그리고 이내 아가씨 세 명이 도착했다. ‘삐삐 아줌마’라는 호칭 때문에 당연히 30대 여성이 올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졌던 필자는 의외로 젊은 여성들이 도착한 데 대해 놀랐다.

이에 대해 노씨는 “당시 어떤 이유에서 아줌마라는 호칭이 붙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는 통칭일 뿐, 대부분의 아가씨는 20대 초중반”이라고 얘기한다.

노 씨가 워낙 단골인 관계로 자주 취재진의 테이블 주변을 오가던 업주 오모씨 역시 이내 취재 중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으나 흔쾌히 합석해 취재에 도움을 줬다.

“포항은 일본색이 짙었던 도시로 예전에는 인근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윤락업이 발달한 도시였고 90년대 이후에는 ‘삐삐 아줌마’가 대표적”이라는 업주 오씨는 “최근에는 그런 분위기가 많이 사그라졌다.

오히려 인근 도시들이 훨씬 더한다. 요즘 노래방에서 삐삐아줌마를 불러주는 것도 몇 군데 안 되고 이들을 찾는 손님도 몇몇 단골뿐”이라고 얘기한다.

포항은 지리적으로 일본과 가까운데다 포구가 발달돼있어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또한 포구를 오가는 선원들이 많아 이들을 대상으로 한 윤락업이 발달했고 이후 공업도시로 발전하면서 명맥이 이어져왔다.

영화 속 윤락업과도 관계가 깊다. 영화 <파란대문>의 배경이 된 곳도 포항 소재의 한 해수욕장이다. <파란대문>은 일본색 여관바리의 윤락행위를 주요 소재로 하고 있다.

또한 영화 <너는 내 운명>의 실제 주인공인 구모씨가 처음 윤락생활을 시작한 곳 역시 포항시 구룡포의 한 티켓다방이다. 그리고 90년대 이후 여기에 ‘삐삐 아줌마’가 더해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역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으로 인해 윤락업도 시들해진 게 요즘 상황이라고. 그렇게 ‘삐삐 아줌마’의 추억을 머금은 포항의 밤 문화도 서서히 퇴색해가고 있었다


조재진 자유기고가 dicalazzi@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