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학 100년 기념, 내년 3월 국내 최초 개교…21세기 인재 양성 목표

창학(創學) 100주년을 맞은 서울 양정고등학교가 국내 최초 인터넷 고등학교인 ‘양정 사이버 스쿨’을 개교한다. 양정고는 6일 “창학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사이버 고등학교를 내년 3월 개교한다”고 밝혔다.

사이버스쿨은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쌍방향 강의로 해외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이나 학교수업에 적응하지 못하는 은둔형 청소년들, 그리고 대입검정고시를 치르는 수험생을 대상으로 ‘맞춤식’ 교육을 실시한다.

양정고 엄규백(72) 교장은 “양정은 앞으로 100년의 목표를 국제적 인재를 양성하는 데 두고 있다”며 “세계로 눈을 돌리자는 의미로 사이버 스쿨을 개교한다”고 밝혔다.

엄 교장은 사이버스쿨 운영에 대해 “국제적인 대학진학 인증시험인 프랑스의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 과정 교육을 기본으로 하고, 미국의 가정학습 프로그램인 홈스쿨링(home-schooling) 내용을 일부 도입해 해외유학 및 국내 대학입시 준비를 위한 특별 코스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이버 스쿨은 급증하는 해외 대학 진학 희망자들과 5만명으로 추산되는 은둔형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교육기관이 될 것이라는 게 엄 교장의 설명이다.

교육방법은 인터넷을 이용한 e-클라스 홈 스쿨링(재택학습)이지만 매 학기마다 일정기간 출석수업을 통해 학생과 교사 및 학생 상호간의 유대형성도 지원할 방침이다.

엄 교장은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인터넷 스쿨과 제휴해 우리 학생들의 해외유학을 지원하는 한편 외국 학생들의 한국유학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 이용한 e-클라스 홈 스쿨링

양정 사이버 스쿨의 오프라인 교실은 8일 서울 양천구 목동 교정에서 개관식을 가진 ‘100주년 기념관’ 이 사용된다.

양정고 5만여 동문들의 기금으로 건립된 ‘100주년 기념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700여평 규모로 내년 초에 사이버 스쿨에 필요한 기자재와 교재 등이 마련될 예정이다.

사이버스쿨 교실로 사용될 ‘100주년 기념관’ 개관식 모습

양정고가 국내 고교에서 선도적으로 사이버 스쿨을 개교하는데는 창학 배경과 정신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양정은 1905년 춘정 엄주익(嚴柱益) 선생에 의해 순수 민간자본으로 세워진 최초의 민간사학(양정의숙)으로 “바르게 가르치고 키워 마음을 바르게 한다(몽이양정 양심정기ㆍ蒙以養正ㆍ養心正己)”를 창학이념과 교훈으로 삼았다.

양정의숙은 일제강점기 민족자립사학이라는 이유로 많은 탄압을 받아 1913년 ‘조선교육령’에 따라 양정고등보통학교로 재편됐고 1953년 지금의 중ㆍ고교 체제로 개편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5만여 동문들을 배출했다.

양정은 지난 5월 ‘100주년 기념식’을 갖고 5만여 동문 중 학교발전에 업적을 남긴 ‘양정의 얼굴 21인’을 선정 발표해 학교의 위상을 드높이기도 했다.

고인이 된 안희제(양정의숙 졸ㆍ독립운동가) 박상진(양정의숙 졸ㆍ대한광복회 초대 총사령) 김진섭(4회ㆍ전 서울대 교수) 김현철(3회ㆍ대한민국 내각수반) 진헌식(7회ㆍ제헌국회의원) 배정현(11회ㆍ대법관) 유달영(17회ㆍ재건국민운동본부장) 서옹(16회ㆍ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장덕창(3회ㆍ공군참모총장) 박병래(7회ㆍ전 성모병원장) 윤석중(14회·아동문학가) 손기정(21회·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 손재형(9회ㆍ서예가) 이병규(2회ㆍ화가) 장욱진(23회ㆍ화가) 박진(7회·국립극단 단장) 김영상(21회·전 동아일보 편집국장)씨 등과 생존해 있는 김기령(29회ㆍ연대의대 명예교수) 송범(29회ㆍ전 국립무용단 단장) 강신호(30회ㆍ전경련 회장) 홍일식(38회ㆍ전 고려대 총장)씨 등이다.

정보화 세계화 통한 미래 인재 육성

양정고는 창학 100주년을 맞아 ‘바르게 100년 세계로 100년‘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정보화와 세계화를 통한 21세기 인재 육성을 교육 방침으로 삼고 있다.

양정 사이버 스쿨은 21세기 인재 양성 프로그램의 첫 단추인 셈이다. 엄규백 교장은 “지난 100년 동안 민족에 헌신하는 인재를 길러왔다면 앞으로 100년은 세계로 뻗어나가는 인재를 길러나갈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양정 사이버 스쿨이 미래 한국 교육에 어떤 이정표를 남기게 될 지 벌써부터 국민적 기대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터뷰] 엄규백 양정고 교장

국내·외 대학 진학 위한 맞춤식 교육

학교 설립자 엄주익 선생의 장손인 엄규백 양정고 교장은 ‘사이버 스쿨’개교를 앞두고 밤잠을 못잘 정도로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서울대 교수(생물학과)로 있다 1973년 선친(엄경섭 4대 교장)의 뜻을 받아 5대 교장에 취임한 엄 교장은 30여년 동안 학교 발전에 전력해왔다. 양정고 ‘100주년 기념관’준공식이 열린 8일,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엄 교장으로부터 사이버 스쿨에 관한 소견을 들어봤다.

사이버 스쿨을 창안하게 된 배경은.

▲4~5년 전 일본 고교교육 전반을 살펴보다 인터넷을 통한 원격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직접 일본에 가서 교육현장을 돌아보고 획기적인 교육방침으로 판단했다. 창학 100년을 맞아 그 동안 교육입국이라는 애국적 전통에서 민족에 헌신하는 인재를 배출했는데 앞으로는 세계로 뻗어가는 인재를 양성해야겠다는 고려에서 사이버 스쿨을 창안하게 됐다.

사이버 스쿨이 지향하는 바는.

▲크게 보면 평생교육의 일환이고 구체적으로는 교육의 장을 넓히자는 것이다. 고교 교육이 단지 대학 진학이 목표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현재 대학 진학의 통로나 선택의 폭은 매우 좁다. 또 세계적인 흐름에도 뒤쳐진 면이 있다. 청소년들에게 교육기회를 넓히고 세계인으로 성장하는데 뒷받침을 하자는 게 사이버 스쿨의 취지다.

사이버 스쿨의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일단 대학 진학에 중점을 두고 국제적인 대학진학 인증시험인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 준비반, 미국대학 진학을 위한 홈스쿨반, 한국대학 진학을 위한 대입 검정고시반을 운영할 예정이다. 외국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외국고교의 학습프로그램을 이수해 대학진학 자격을 갖추게 하고 국내 대학 진학은 검정고시와 유사하다. 이러한 과정을 인터넷을 통해 쌍방향 교육을 하는 것이다.

사이버 스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시설과 교사 등 자원이 필요할텐데.

▲우선 양정 100주년 기념관을 사이버 스쿨 교실로 사용할 계획이고 인터넷상으로 외국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면 되므로 제도권 교육처럼 많은 교사가 필요 없다.

재학생의 경우는.

▲재학생은 학교수업을 받으면서 외국 대학 진학을 위해 사이버 스쿨을 활용할 수 있다. 종래 외국 대학 진학은 특목고 일부 학생에게만 해당됐지만 일반고교 학생들도 사이버 스쿨을 통해 외국 고교의 카리큘럼을 이수해 자격을 취득하면 외국 대학에 진학할 기회를 얻게 된다.

사이버 스쿨을 추진하면서 어려운 점은.

▲아시아 국가 중 싱가포르, 일본, 중국 등은 한발 앞서 나갔고 증가일로에 있다. 글로벌 시대에 사이버 스쿨은 필요한데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하다보니 학생이나 학부모가 신뢰를 갖고 참여할 지 미지수다.

앞으로 계획이나 중점을 둘 부분은.

▲교육청의 인가를 받아야 하고 외국 고교와의 자매결연, 유대 강화를 위해 현지로 가서 당사자들을 만날 계획이다. 한국이 IT강국이니만큼 이를 잘 활용해 사이버 스쿨이 정착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