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누드모델…연간 120억원대 거대시장, 모바일 누드서비스 제공

“똑똑똑”

누군가 스튜디오의 문이 두들기더니 문을 열고 살짝 얼굴만 내밀고 안을 들여다본다. “최하나(가명ㆍ여ㆍ22)양 되십니까?”라는 질문에 “네”라고 대답하는 여성. 그렇게 이들의 첫 대면이 이뤄졌다.

스튜디오에서 그를 기다리던 남성이 “약속시간 보다 조금 일찍 오셨네요”라며 맞이하자 최양은 “네. 생각보다 가깝네요”라고 답한다.

최양은 사뭇 긴장한 표정. 어쩌면 당연한 ‘긴장’일 듯. 누드모델이라는 새로운 길로 접어드는 갈림길에서 누가 긴장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요즘 성인 콘텐츠 사업의 중심에는 ‘일반인 누드’가 있다. 동시상영관이 전국 각지에서 위력을 발휘할 당시에는 ‘35㎜ 에로영화’를, VHS비디오 대여점이 전성기를 누릴 당시에는 ‘16㎜ 에로비디오’를 제작해온 성인업계는 과학기술의 발달에 발맞춰 꾸준히 변화를 꾀해왔다.

21세기 들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 성인방송’이 주류를 이루더니 최근에는 모바일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성인 시장이 그 중심이 되고 있다.

모바일 성인 콘텐츠의 효시는 바로 ‘연예인 누드.’ 하지만 연예계의 흐름이 ‘누드’에서 ‘섹시화보’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탄생한 새로운 수익모델이 바로 ‘일반인 누드’다.












연간 120억 원대의 거대한 시장인 ‘일반인 누드’의 핵심은 시기적절하게 ‘일반인’을 수급하는 것이다. ‘일반인’이란 연예인이 아닌 일반 여성으로 누드 촬영 경험이 없는 이들을 지칭한다.

이런 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에로배우 전문 매니지먼트사들이 하나 둘 일반인 누드모델을 담당하는 모델 에이전시로 변모해가고 있다.

당연히 그 핵심은 모델 수급에 있다. 과연 어떤 과정을 통해 일반인이 누드모델로 변신하는 것일까. 신생 매니지먼트사인 플러스 엔터테인먼트의 협조로 일반인 누드모델 선발과정을 밀착 취재했다.

신원·얼굴공개 '불가' 가장 큰 장점

“왜 누드모델을 하려 합니까?”

면접의 시작은 이 질문으로 시작됐다. 대답은 예상대로 ‘돈’이었다. 갑자기 집안에 큰 일이 생겨 돈이 필요해 인터넷을 통해 알바 자리를 찾다가 우연히 ‘모델플러스’(http://cafe.daum.net/kmodelplus)라는 곳을 발견하게 됐다고.

먼저 이력서를 보내 지원의사를 밝힌 최양은 플러스 측 관계자와 몇 차례 전화통화를 가진 뒤 이날 오디션에 임하게 됐다.

나이, 직업, 가족관계 등 기본적인 사안에 대한 면접이 계속 이어진다. 긴장이 어느 정도 풀렸는지 최양은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질문에 응답했다. 그냥 오디션도 쉽지 않을 텐데 취재진이 온다는 사실이 최양에게는 더 큰 부담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최양은 “처음에는 사기당하는 거 아닌가 싶은 걱정이 들었다”며 “기자들이 온다는 얘기를 듣고 최소한 사기꾼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고 얘기한다. 취재에 응하지만 얼굴은 가려달라는 부탁과 함께 최양은 사진 취재에도 협조해줬다.

2시에 시작된 면접은 20여분 만에 마무리됐다. 다음 순서는 ‘바디테스트’. 누드모델을 뽑는 과정이기 때문에 몸 상태를 확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낯선 남자 앞에서 옷을 벗어야 하는 상황이 그리 쉽지 많은 않을 듯.












게다가 이날은 오디션을 담당하는 매니저 외에도 서너 명의 기자들이 함께 있는 상황. 사진 기자는 카메라까지 들고 최양을 주시하고 있었다.

“모바일 누드는 절대 신원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우선 화장을 매우 진하게 한다. 그냥 봐도 못 알아볼 만큼 진하게 화장을 한 뒤 누드를 촬영하는데 모바일 서비스는 화면도 작아서 도저히 누군지 알아보지 못한다. 가족은 물론이고 남자친구가 봐도 본인인지 알아보지 못할 정도다.”

플러스 측 관계자는 최양이 망설이고 있음을 캐치한 뒤 그를 설득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직접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일반인 누드 콘텐츠까지 보여주며 “얼굴을 알아볼 수 있겠느냐”고 얘기한다. 취재진이 보기에도 모델이 누구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어서 관계자는 “인터넷처럼 사진이 마구 돌아다닐 위험성도 없다. 모바일은 서비스가 끝나면 끝이다. 인터넷처럼 평생 사진이 남을 위험성도 없다”는 말로 강한 설득의 마침표를 찍었다.

드디어 바디 미팅이 시작됐다. 취재 요청을 허락할 당시처럼 당당함을 되찾은 최양은 “블라우스부터 벗어보자”는 관계자의 얘기에 스스럼없이 옷을 벗었다.

브래지어까지 벗으려 해 관계자가 말렸을 정도. “우선은 속옷 차림부터 보자”며 최양을 말린 관계자는 최양에게 치마까지 벗어줄 것을 요구했다. 이내 최양은 팬티와 브래지어만 착용한 속옷차림이 됐다.

플러스 측 관계자가 가장 먼저 언급한 부분은 배에 자리 잡은 수술자국. “어렸을 때 맹장염 수술을 받았다”는 최양의 설명에 “이 정도면 수술 자국이 작은 편이라 포토샵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고 답변한다. “수술을 좋은 병원에서 받았는지 자국이 적은 편”이라는 얘기를 덧붙이며.

다음은 브래지어 탈의. 누드의 핵심은 가슴이다. 헤어누드가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여체의 아름다움을 가장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부위는 가슴이 될 수밖에 없다.

“가슴은 매우 좋다. 사이즈가 얼마나 되나”라고 묻자 최양은 “75에 B컵”이라고 대답한다. 다음으로 배에 힘을 줘 보라고 주문한 관계자는 “뱃살만 조금 빼면 완벽하다”는 최종 평가를 내렸다.

오디션 최종 결과는 ‘합격’. 플러스 측은 “매달 10여명 가량의 여성이 오디션을 보는데 합격자는 두세 명 가량에 불과하다”면서 “심지어 바디 테스트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몸매의 소유자가 찾아와 당황한 경험도 있었다”고 얘기한다.

최종 판단은 최양의 몫. 만약 ‘OK’한다면 곧장 계약이 이뤄지고 곧이어 프로필 사진도 촬영하게 된다. 프로필 사진을 빨리 촬영해야 이를 갖고 일반인 누드 제작업체와 회의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 이 과정에서 제작이 확정되면 최양은 어엿한 일반인 누드모델이 된다.

최양은 “망설일 이유가 있었으면 여기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OK’ 사인을 냈다. “돈이 급해 윤락업소 알바까지 생각했는데 그에 비하면 누드모델은 어려운 일도 아니다”는 최양은 “어차피 딱 한번 하고 말 일,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의지까지 내보였다.

1,000만원 안팎의 개런티로 수입 '짭짤'

일반인 누드모델의 경우 한번의 누드 촬영만 허용된다. 이미 두번째 누드 촬영부터는 일반인이 아닌 전문모델로 취급받기 때문.

따라서 개런티도 절반 이하로 깎이게 된다. 간혹 전문 에로배우로 변신하는 이들도 있다. 요즘에는 모바일 서비스 전용 에로비디오도 호황이라 에로배우에 대한 수요도 지속적이다.

역시 작은 화면이고 인터넷에 유출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일반인 누드모델 10명 가운데 두세 명 가량이 에로배우로 변신하고 있다.

취재진을 배제한 채 최양은 사무실에서 정식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제 지망생이 일반인 누드모델로 거듭난 것. 정확한 계약서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수익을 7대3 정도로 나눈다고 밝혔다.

일반인 누드모델의 개런티는 A급이 1,000만원, B급이 800만원 수준이다. 간혹 뛰어난 외모를 갖춘 몇몇이 1,000만원 이상을 받은 경우도 있지만 평균가는 1,000만원이라고.

평균가를 기준으로 볼 때 최양은 1,000만원의 개런티를 받아 소속사와 수익을 나눠 7,00만원을 벌게 된다. 소속사는 300만원 가운데 100만원을 경비로 지급하고 2,00만원 수익을 올리게 된다.

현재 서울 시내의 모 백화점에서 판매직원으로 근무중이라는 최양은 3일 정도 휴가를 내고 누드를 촬영할 계획이다. 물론 누구에게도 이 사실은 비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 최양은 백화점 직원으로 돌아갈 계획. 이렇게 일반인의 누드 촬영이 이뤄지고 있었다. 말 그대로 일반인이 누드를 촬영해 목돈을 버는 그런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조재진 자유기고가 dicalazzi@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