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조사위 "2개 세포주 11개로 조작" 발표, 복제 개 스너피 의혹도 검증키로

결국 사기극이었다.

황우석 서울대 교수 연구팀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은 의도적으로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를 재검증하고 있는 서울대 조사위원회(위원장)는 지난 12월23일 중간 조사결과 발표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대 조사위의 발표 몇 시간 뒤 황 교수는 서울대 수의대에서 측근들과 대책회의를 갖고 서울대 교수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12월 23일 서울대 본관에서 노정혜 연구처장이 황우석 교수 관련 중간고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황 교수는 “하지만 맞춤형 배아줄기세포는 대한민국의 기술임을, 국민 여러분은 다시 확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서울대 관계자는 “황 교수는 현재 조사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신분이기 때문에 사표를 제출하더라도 수리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 교수가 서울대 교수 신분에서 벗어나면 조사위가 강제로 황 교수를 조사할 권한이 없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제 황 교수는 스스로 자신의 거취를 결정할 수 없는 신세로 전락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서울대 조사위는 이날 “황 교수팀이 2005년 논문에서 체세포 복제를 통해 만들었다고 하는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주가 11개로 보고했으나 논문 투고 시점인 3월15일에는 2번, 3번 라인 2개만 존재하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논문에 제시된 9개 중 4개는 오염사고로 죽었고 2개는 장부 상에 줄기세포 형성 기록이 없으며 나머지 3개는 ‘콜로니(세포 덩어리)’ 상태로 관찰됐지만 논문 제출 시점에는 줄기세포로서 성질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이 서울대 조사위의 조사 결과이다.

또 테라토마(기형암ㆍ줄기세포가 다른 세포로 분화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근거)도 2번, 3번의 세포주에 대해서만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조사위는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의 데이터는 단순한 실수에 의한 오류가 아닌 고의적 조작으로 결론지었다.

2,3번 줄기세포도 DNA 분석 중

아울러 서울대 조사위는 2번, 3번 세포주가 과연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인지는 22일 의뢰한 DNA 분석 결과가 나오면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서울역 대합실에서 TV를 지켜보던 시민들이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는 황 교수팀의 2005년 논문에 보고된 11개 줄기세포 중 9개는 애당초 없었고 나머지 2개도 진짜인지 확인 중이라는 얘기다.

조사위는 2004년 논문과 복제개 스너피에 대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황 교수의 모든 연구 결과에 대해 총체적인 검증이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이어진 일문일답에서 조사위는 “논문 조작에 황 교수가 개입했으며, 이 같은 사실은 황 교수 본인도 일부 인정했다”고 말했다.

또 줄기세포 추출에 사용된 난자 수에 대해서도 조사위는 “황 교수팀이 2005년 논문에서 보고한 185개보다 훨씬 많다”고 밝혔다.

이로써 2004년 논문보다 줄기세포 수립 확률을 14배나 높였다는 2005년 논문은 줄기세포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허위로 드러났다.

조사위는 “연구 데이터의 진실성이 과학을 떠받치는 기반임을 상기할 때, 이와 같은 잘못은 과학의 기반을 훼손하는 중대한 행위”라며 황 교수에 대한 징계가 불가피함을 시사했다.

미국의 경우 논문 조작이 밝혀질 경우 연구자는 해직뿐만 아니라 ‘학계 추방’으로까지 이어진다. 미국 피츠버그대학 의대의 이형기 교수에 따르면 논문 조작이 적발된 학자는 소속기관에서 해고되는 것은 물론 자신이 받은 연구 기금을 모두 물어내야 한다.

또 정부 연구기금을 비롯한 각종 공적 자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영원히 박탈된다. 실제로 2001년 미국 벨연구소의 얀 헨드릭 쇤 박사는 ‘나노 트랜지스터’ 연구 논문을 조작한 사실이 확인된 뒤 연구원직에서 쫓겨났고 그 뒤 연구자로서 활동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조사위 중간발표가 있은 23일 서울대교수협의회는 황 교수의 파면을 촉구하고 나섰다.

장호완 서울대교수협의회 회장은 “조작에 관여한 자들까지 파면 조치하고 학계에서 영구히 퇴출시켜야 한다”며 “고의적 조작이 통용될 수 있도록 앞장서서 분위기를 이끌어 온 학계, 언론계, 정계, 과학기술계 인사들과 주무부처인 과학기술부는 이 사건의 또 다른 종범"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이공계 연구자들의 모임인 한국과학기술인연합도 황 교수 논문 조작 파문을 ‘과학적 사기 사건’으로 규정하고 정부와 소속기관이 황 교수와 공동 저자들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내린 논문 조작 결론에도 불구하고 황 교수는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주를 만드는 원천기술 보유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월 22일 서울대에서 조사를 받고 나오는 황우석 교수가 모자를 눌러쓴 채 기자들을 피해 뒷문으로 나서고 있다. 박서강 기자

황 교수를 지지하는 대표적 사이트인 ‘아이러브 황우석’의 한 네티즌은 “논문조작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원천기술은 존재함으로 다시 자료를 수정해 논문을 제출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황 교수가 주장하는 원천기술이란 과연 무엇인가.

황 교수팀의 원천기술이란 핵을 제거한 난자 안에 환자의 체세포 핵을 넣어 체세포 복제 배아를 만든 뒤, 여기서 내부세포덩어리를 추출해 배아로 기른 다음, 줄기세포를 뽑아 착상 직전 단계까지 배양하는 것이다.

여기서 환자의 체세포 핵을 난자의 핵과 치환시켜 수정란과 같은 성질의 ‘복제배아’를 만드는 기술은 이미 많은 연구소가 보유한 보편화된 기술이다.

문제는 이 복제배아를 배반포 단계까지 키운 다음 추출한 내부세포덩어리를 배아줄기세포로 만드는 기술과 또 이 줄기세포가 암세포로 분화하지 않고 분열만을 거듭하는 세포주로 확립하는 기술이다.

황 교수팀은 2004년 건강한 성인의 체세포를 난자에 심는 방법으로 배아 줄기세포주를 수립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이 두가지 기술을 모두 확보했을 뿐 아니라 2005년 논문에서 환자의 체세포로 이를 재현하는 데도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꿔치기' 주장이 원천기술 보유 의혹 키워

배아줄기세포 진위논란 핵심인물. 노성일 미즈네디 병원 이사장, 황우석 교수, 김선종 연구원, 윤현수 한양대 교수, 안규리 성루대 교수, 문신용 서울대 교수. (왼쪽 윗줄부터 시계방향으로)









그러나 서울대 조사위가 2005년 논문에 보고된 각종 데이터들이 모두 고의적으로 조작된 것으로 확인함에 따라 황 교수가 인간배아 줄기세포주에 관한 원천기술을 애초에 보유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 황 교수팀이 2004년 논문에서 밝힌 인간배아줄기세포주가 ‘체세포복제’ 방식이 아니라 ‘처녀생식에 의한 돌연변이’의 산물이 아닌가 하는 근본적인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도 이런 배경에서이다.

처녀생식에 의한 돌연변이란 핵을 제거하지 않은 난자에 전기충격을 가하면 그 난자가 정자가 들어온 것으로 착각해 수정된 상태로 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난자에서 핵을 제거해 체세포에서 떼어낸 핵을 넣어 전기충격을 주는 체세포 복제와는 완전히 다르다.

또 황 교수팀이 가진 기술이 체세포 핵 치환에서부터 줄기세포를 완전한 상태로 수립하는 전 과정이 아닌, 배반포 단계까지의 기술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많다.

이른바 ‘젓가락 기술’로 알려진 포도알을 짜내는 듯한 ‘스퀴징 방법(Squeezing Method)’까지가 황 교수팀의 기술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황 교수팀이 ‘바꿔치기’ 의혹을 제기하면서 미즈메디 병원의 김선종 연구원을 지목해 검찰 수사를 요청한 것도 되레 원천기술 보유에 대한 의혹을 부채질한다.

황 교수팀의 주장은 서울대 연구실에서 체세포 핵이식을 통해 만든 배반포 단계의 배아를 김 연구원에게 줬지만 김 연구원이 이를 미즈메디 병원의 수정란 배아줄기세포로 바꿔치기 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황 교수팀이 논문 제출 당시 줄기세포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을 자백하는 것이나 같고, 적어도 줄기세포 수립의 전 과정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황 교수팀이 주장하는 줄기세포 원천기술은 없다는 말이다. 황 교수팀의 파문은 점차 종착점에 가까워지면서 세계를 상대로 한 ‘희대의 과학 사기극’으로 결론나고 있다.


조신 차장 shin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