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교육현장 어제와 오늘내신 · 논술 등 강화따라 학원가도 발빠른 변화 움직임

대한민국의 교육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2008년 대입의 변화는 교육계 전반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교육은 미래다. 100년 대계라고 한다. 천연자원이 빈곤한 우리 나라의 입장에서 교육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해방이후 반세기동안 40여 차례에 가까운 교육정책의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은 급변해왔다.

정책의 공과는 여기서 논할 생각이 없다. 수요자로 현장을 지켜온 학생과 학부모에게 과연 최선은 무엇일까. 급변하는 교육의 현실 속에서 우리는 대학을 가야하고 자식을 교육시켜야 한다. 공교육은 물론 사교육까지 현장의 시스템과 노하우를 섭렵해 희망의 길, 최선의 해답을 찾아보려고 한다. * 편집자 주

대입 체제의 변화는 교육계 전반에서 지각변동의 기폭제 역할을 해왔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교육은 변화를 수용해야 하지만 너무 잦은 변화는 적응이 빠른 사교육시장을 키우고 공교육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역효과를 낳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교육계 전체 판을 뒤엎는 최악의 충격으로 1980년을 꼽는 게 정설이다. 본고사체제를 학력고사체제로 바꾼 80년 7월30일의 조치는 전무후무했다. 어느 날 갑자기 본고사는 폐지되고 자격고사 성격의 예비고사가 학력고사란 이름으로 그 자리를 대체했기 때문이다.

입시 4개월전 전격적으로 실시, 당해년도 대입부터 적용되면서 교육계 전반의 환경을 뒤바꾸었다. 사실 본고사는 그 살인적 부담으로 환영받지 못했지만 공교육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했던 체제였다. 경기고 서울고 경복고등 서울의 명문고를 비롯해 부산고 경남고 경북고 광주일고등 지방의 명문고가 서울대를 석권하던 시절이었다.

76학번부터 서울에서 ‘뺑뺑이’라고 불린 고교평준화가 시작되면서 명문고는 서울에서 지방으로 확대되는 움직임을 보였다. 파도가 휩쓸고 지나가는 것처럼 지방 명문고들은 차례로 떴다가 평준화의 영향권내 들면서 가라앉아 사라져갔다. 당시 학원은 보조적 역할에 머물러 있었다.

재수 때문에 다녀야 하는 종합반 학원과 방학을 이용한 단과학원은 학교체제를 보완하는 데 그쳤다. 학원으로 종로, 대성, 정일이 삼각체제를 이루고 있었고, 단과학원에서는 종로에 위치한 대일, 대진, 성지학원이 유명했다. 지금도 명성이 식지 않고 있는 수학정석의 홍성대, 성문종합영어의 송성문 선생이 그 시절의 스타였다.

수능체제, 사교육 팽창 가속화
학력고사체제는 사그라지는 공교육과 떠오르는 사교육이 엇갈린 교차점에 해당한다. 평준화 조치로 80년대 초반 강세를 보인 학교는 지방쪽이었다. 대전고, 전주고, 진주고, 마산고 등이 졸업정원제로 늘어난 데 힘입어 100명 안팎의 서울대 합격생을 양산했다.

서울에서는 80년대 초반 비평준화의 섬으로 남았던 우신고, 밤10시까지의 보충학습으로 82년 120명 이상 서울대에 합격시키며 돌풍을 일으켰던 서라벌고가 신흥명문으로 떠올랐다. 광화문 공동학군이라고 불리던 광화문 주변의 학교들이 ‘좋은’ 학교였고 강남개발이 마무리 된 80년대 후반부터 세칭 ‘8학군’ 학교가 명문고의 반열에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학력고사시대는 학원들이 거점을 넓히면서 성장의 기반을 잡아가는 시기였다. 7월30일 조치로 학원들은 서울 사대문 밖으로 쫓겨 나오면서 학원들의 광화문 시대는 막을 내렸다. ‘밑줄 쫙’ ‘돼지꼬리’ 등의 화제어를 만들며 등장한 서한샘 선생은 노량진의 한샘학원과 한샘출판사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며 10년 이상 학원가의 최강자로 군림했다.

재수생학원은 서부역으로 옮긴 종로와 노량진에 근거지를 잡은 대성이 후암동 언덕으로 옮긴 정일을 밀어내고 양강체제를 구축했다. 단과학원에서는 전 강좌 마감을 자랑하던 서울역의 대일학원과 노량진 학원군이 각축을 이루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무게중심은 한샘, 정진학원이 있던 노량진으로 기울어갔다.

94년 도입된 수능체제는 공교육의 침몰과 사교육의 팽창을 가속화했다. 단순암기라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수능은 적응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8학군을 중심으로 한 강남 학교들이 사교육의 지원으로 명문으로 대접받기 시작했고 80년대 중반 생겨난 특목고가 돌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학력고사 시절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수능체제에서 상위권 학생들이 대거 몰리면서 지방 명문고의 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변화는 사교육시장에서 일어났다. 발빠른 대응이 가능했던 사교육시장이 공교육을 압도하며 입시교육의 주도권을 잡게 됐다. 스타강사로는 보조강사 출신에서 대강사로 성장해 학원가의 신데렐라라고 불렸던 조진만 선생(언어, 논술)과 탐구영역의 통합으로 주목받은 통합과학의 이범, 통합사회의 손주은 선생을 꼽을 수 있다. ‘손사탐’이라고 불렸던 손주은 선생은 2000년 메가스터디를 설립, ‘동영상 강의’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수능이 13년째 치러진 현재 입시교육의 판도는 사교육쪽으로 완벽하게 기울어 있다. 공교육의 야심찬 첨병 EBS와 양강 체제를 이루고 있는 메가스터디는 후발주자들인 이투스, 유웨이 중앙교육 등을 압도하고 있다. 2004년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메가스터디는 지역거점을 늘리고, 동영상에서도 각종 고시와 자격증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단과학원은 한샘, 코리아에듀, 이투스등 노량진 중심의 대형학원들이 있지만 주목받는 것은 강남불패신화를 등에 업고 사교육1번지로 떠오른 대치동 중심의 소규모 학원들이다. 주목받고 있는 논술에서는 장민성 선생이 간판인 유레카학원, 언어로 유명한 조동기논술학원, 김재인 선생이 대표강사인 오케이로직학원이 대표주자다. 수학에서는 수학원, 깊은생각, 대수학원이, 영어에서는 청담어학원과 서울어학원이 독보적이다.

스타강사들도 EBS를 통해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기 시작했다. 언어영역에선 메가스터디의 이석록과 최선묵, 이만기(중앙교육), 김병태(이투스), 윤석준(EBS) 선생등이 최고봉이다. 수학에선 메가스터디의 박승동, 양진엽(강남청솔), 한석원(강남구청방송) 선생 등이 스타강사 반열에 있고, 영어에선 최병문(영진학원), 김기훈(메가스터디), 함영원(함영원영어교실) 선생 등이 지명도가 높다.

내신 강화를 발판으로 5,000명 이상 수강생을 거느린 지역의 맹주들도 눈에 띈다. 강동의 청산, 중계지역의 학림, 은평의 명성, 일산의 글맥, 평촌의 영재사관학원등은 지리적 이점을 발판으로 내신이 강화되는 2008학년 입시를 업고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대입부문 못지않게 주목받는 학원은 특목고를 겨냥한 학원들이다. 지난11월 마감된 서울지역 6개 외고의 특별전형 경쟁률은 6.5대1. 지난해(3.73대1)의 두 배에 육박한다. 특기자 전형이 강화되고 수시2학기에서 수능 최저등급을 통해 지방학생 걸러내기가 가속화하면서 상대적으로 특목고 입시가 러시현상을 보인 탓이다.

특목고 입시열풍으로 주목받는 학원은 노원과 강남에 근거를 둔 토피아학원. 지난해 대원외고 41명을 포함 302명의 외고 합격자를 배출했다. 과학고 입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학원은 미래영재, 미래학원, 베스트 학원이다.

초등학교시장에서는 대교 웅진 재능 구몬 한솔등 빅5가 5조원규모의 학습지 시장을 장악하고있는 가운데 조기 영어교육바람으로 귀국학생프로그램을 내세운 폴리등 영어학원, 대입논술을 겨냥한 독서교육과 논술 학원들이 서서히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2006 교육현장은 내신과 논술 강화를 골자로 한 2008년 대입체제의 변화가 가세하면서 지형도를 급격하게 재편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일각에서는 80년과 위력이 맞먹을 것으로 관측한다” 면서 “이미 물밑에서 꿈틀대는 판도변화는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고 말했다.


황치혁 교육전문 객원기자 sunspap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