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2006 철원 두루미 축제한탄강 고석정 국민관광단지 등서 1월 8일까지 다채로운 행사, 철새탐조 · 한국전쟁 격전지 탐방 · 얼음조각대회 등 볼거리 푸짐

겨울철 국내의 대표적 혹한지로 꼽히는 강원도 철원에서 축제 하나가 열리고 있다. 세계적인 희귀조류인 두루미를 테마로 한 ‘2005-2006 철원 두루미 축제’다. 한탄강의 고석정 국민관광단지를 주무대로 철원 일대에서 1월8일까지 열린다.

엄동설한에 열리는 축제인 만큼 눈썰매, 스케이트, 눈싸움 등 한겨울의 추위를 떨쳐버릴 수 있는 경기들과 얼음 조각대회, 빙상 축구대회 등 볼거리들이 준비돼 있다. 또 축제에서 빠질 수 없는 먹거리들도 겨울 축제 치고는 풍성하다.

철원의 대표 산물인 오대쌀과 철원 한우 그리고 고구마 감자 등을 화롯불에 구워먹는 코너가 한파를 녹인다.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이 함께 찾으면 자연 학습과 신나는 놀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100여 만 마리의 철새들의 낙원
빠뜨리지 말아야 할 기본 코스는 두루미 탐조. 11월 말에서 이듬해 2월말까지 볼 수 있는 두루미의 수는 축제 기간에 최고조에 달한다. 사파리 버스를 이용하면 자연상태의 두루미를 구경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두루미 홍보관 등을 통해 철새의 생태를 관찰하고 낙조를 배경으로 비상하는 우아한 자태를 감상할 수 있다. 두루미는 철원을 포함해서 세계에서 서식지가 세 곳에 불과한 멸종 위기종이다. 국제협약에 의해서도 보호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두루미는 전세계적으로 15종이 알려져 있지만 국내서는 두루미(천연기념물 202호), 재두루미(203호), 흑두루미(228호) 등 3종이 서식하고 있다. 아름답기로 소문난 검은목두루미, 카나다두루미 등은 가끔씩 도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반인들이 관찰하기에는 무리다.

특히 이번 축제가 열리는 고석정 국민관광단지 인근의 ‘철원분지’는 천연기념물 245호로 지정돼 있을 정도로 두루미 외에도 청둥오리, 가창오리, 고니, 기러기, 넓적부리황여새 등 40여 종 100여만 마리의 철새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철새들의 천국이다.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두루미와 많은 새를 한곳에서 볼 수 있는 곳은 철원이 세계에서 유일하다. 두루미 외에도 몽골에서 건너온 독수리들이 빈 하늘을 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철새 모이주기 행사도 열리고 있지만 가을 추수 후 철원 들판에 떨어지는 낟알 1,600톤이 이들의 주 양식이다.

철새 탐조에는 전용 셔틀버스만 이용할 수 있다. 양지리 토교저수지에서 동송저수지를 거쳐 아이스크림 고지, 철의삼각지 전망대 등을 지나는 코스로 소요 시간은 약 2시간30분. 주 행사장인 고석정에서 탐조 티켓을 구입하면 된다. 이용 금액은 성인 7,000원, 청소년 5,000원, 2세~초등학생 4,000원. 오전 7, 9시 오후 1, 3시 하루 네 차례 운행된다.

한탄강 고석정을 끼고 벌어지는 축제인 만큼 철원을 찾았다면 두루미가 아니더라도 볼거리, 즐길거리는 많다. 강추위로 꽁꽁 얼어붙은 한탄강을 걷는 ‘한탄강 트래킹’은 한탄강의 절경을 제대로 구경할 수 있는 방법이다.

얼음 위를 걷는 것인 만큼 아슬아슬한 재미는 덤이다. 특히 트래킹 시작 지점인 직탕폭포는 폭 80m에 높이 3m로 국내 폭포 중 가장 폭이 넓다. 겨울엔 낙수가 반쯤 얼어 장관을 연출한다. 고석정은 철원 제1경이다.

한탄강을 끼고 펼쳐진 철원평야에는 무너진 꿈의 잔해들, 아픔의 역사를 안고 있는 곳이다. 외눈박이 궁예가 결국 이루지 못했지만 905년 민중과 함께 미륵세상을 열고자 했던 곳이 철원이고, 양주 출신의 백정 임꺽정이 더러운 세상을 바로 세우려다 그 뜻을 성취하지 못한 채 사라져버린 곳 또한 철원이다. 또 한국전쟁 당시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등 전쟁의 아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도 철원이다.

철원의 비무장지대 어디쯤에는 궁예가 세웠던 궁예도성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궁예도성은 905년 철원읍 홍원리 벌판에 도읍을 정한 궁예왕이 내성 600m, 외성 1,200m 규모로 축조한 성이다. DMZ 속에 묻힌 백제 왕의 아픔만큼이나 큰 분단의 아픔을 느낄 수 있다.






한탄강 트레킹 뒤 온천욕으로 마무리
한탄강을 가로지르는 승일교는 이승만과 김일성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시멘트 다리. 한국전쟁 이전에는 북한측에서 다리를 놓기 시작했고 전쟁 후 이승만 정권 때 완공됐다. 김일성을 이긴다는 뜻에서 승일이란 이름을 붙였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현재 승일교는 교량이 낡아 차량 통행은 불가능하다. 사람만 건널 수 있다. 철원 안보관광은 고석정 전적관 관리사무소를 기점으로 오전 9시반, 10시반, 오후 1시, 2시반 모두 4회 출발한다. 안보관광코스는 제2땅굴 → 월정역, 전망대 → 철새도래지 → 백마고지 전투전적비 → 노동당사 등을 두루 볼 수 있는 코스다. 전사유적지로 당일 신청하여 출입할 수 있으며 개인 차량도 가능하다.

한탄강변에 외롭게 우뚝 솟아 오른 고석암 앞에 위치한 고석정은 한여름 래프팅이나 뱃놀이로 잘 알려진 곳이지만, 소란스러움에서 벗어난 겨울에 그 정취를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다.

고석정은 아름다운 경관도 경관이려니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의적 임꺽정의 본거지였다는 사실에도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임꺽정은 조선 명종 때 의적으로 함경도에서 조정에 상납되는 공물을 뺏어 서민들에게 나눠준 인물. 꺽정이란 이름은 관군이 오면 꺽지(민물고기)로 변해 물속으로 숨었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고석정의 절경 감상과 함께 임꺽정에 얽힌 설화 한 자락 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것도 큰 즐거움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철새 탐조나 한탄강 트래킹, 안보관광 후에는 따끈따끈한 증기가 피어오르는 온천을 노천에서 즐겨보는 것도 좋다. 고석정 국민관광단지 내 철원화산온천은 국내 유일의 화산 온천이다.

또한 철원 8경 중 가장 경관이 좋은 고석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 노천탕에서 굽어보는 고석정의 자태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곳 온천수는 지하 850m 현무암 암반에서 발견된 것으로 인체에 유익한 게르마늄의 비율이 일반 온천보다 6~7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용료는 어른 6,000원, 어린이 4,000원. 영업시간은 주말 24시간, 평일엔 오전 5시부터 자정까지며 연중무휴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