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방 몰카' 성행, 발길 잦았던 연인들 불안의 나날

'자나 깨나 몰카 조심', '앉으나 서나 몰카 조심'이다.

요즘 국산 불법 포르노의 트랜드를 지켜보면 이런 생각이 절로 든다. 그만큼 2006년 한국 사회는 '몰래 카메라(이하 몰카)' 때문에 사생활이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다.

가장 흔한, 그래서 주목받는 몰카는 '비디오방 몰카'다.









'O양 비디오'가 한창 주가를 올리던 1990년대 후반, 비디오방은 가난한 연인들을 위한 에로틱한 공간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인터넷 확산으로 지금 우리 사회는 비디오방 몰카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O양 비디오'로 입증된 것처럼, 인터넷을 이용한 불법 성인 동영상 시장에서 비디오방 몰카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몰카가 설치된 비디오방이 상당히 많다'는 언론보도는 비디오방을 자주 찾던 연인들은 '우리도 혹시나'하고 걱정하고 있다.

다만 예전엔 이런 걱정과 달리 실제로 만들어진 '작품'은 드물었다. 비디오방 몰카로 찍은 성인 동영상은 간혹 눈에 띌 뿐이었다.

■ 성인사이트서 수십편 떠돌아

그런데 최근엔 상황이 달라졌다. 갑자기 '비디오방 몰카 동영상'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불법 성인 동영상의 온상인 몇몇 P2P 사이트를 클릭해 보면 수십 편의 비디오방 몰카 작품을 무더기로 발견할 수 있다.

<강남역 비디오방> <봉천동 비디오방> 등 지역, 비디오방 이름까지 버젓이 알려주는 불법 동영상들로 넘친다.

이런 현상에 대해 성문화콘텐츠 전문가인 김창환 씨는 "예전에 비디오방 몰카 동영상이 언론의 주목을 받을 때보다 요즘이 더 심각하다"고 우려하며 "일부 불법 성인사이트가 섹티즌들 사이에 몰카 열풍을 조장했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진단했다.

실제로 P2P 사이트에선 불법 성인사이트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몰카 동영상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작은 김정은 비디오방>이 대표적 사례. '작은 김정은'은 섹티즌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포르노 스타. 불법 성인사이트에서 활동했다.

그러니까 <작은 김정은 비디오방>은 포르노 스타 '작은 김정은'이 출연하고 불법 성인사이트가 제작한 몰카 동영상이라는 것이다.

<대구 비디오방>이라는 제목의 동영상 역시 마찬가지. 불법 성인사이트의 운영자가 직접 출연해 촬영한 몰카다. 결국 이런 유의 불법 동영상이 몰카 붐을 조장했다.

그동안 수많은 불법 성인사이트가 다양한 종류의 동영상을 제작해 왔다. 무언가 더 새롭고 자극적인 것을 요구하는 섹티즌의 요구에 맞추다 보니 '몰카 동영상'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선보인 것이다.

다만 초기에 제작된 몰카 동영상의 대부분은 상대 여성과의 합의 하에 촬영된 것이었다. 엉뚱한 피해자를 낳는 몰카 동영상은 아니었던 셈.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불법 성인 사이트 '운영자'가 직접 출연해 다양한 여성과 포르노를 촬영하며 대부분이 몰카 형식이다.

문제는 이런 동영상들이 상대 여성의 허락을 받지 않고 몰카로 촬영된다는 사실이다.

초기에 섹티즌한테 인기를 끈 것은 윤락업소 탐방 몰카 동영상 <풍속 고발영상>시리즈였다. 집창촌, 불법 퇴폐 안마시술, 출장 마사지 등 윤락업계 여성들과의 성관계 장면을 몰카로 촬영한 것이다.

촬영 지역은 대부분 대구를 중심으로 한 경북 지역. 이런 까닭에 한동안 이 지역의 윤락업소 여성들이 엄청난 공포에 떨었다는 후문이다. 특히 출장 마사지사는 몰카의 가장 큰 피해자였다.

이 때문에 대구 인근 지역의 출장 마사지사들이 대거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는 얘기까지 나돌 정도였다. 이들 여성들은 불법적으로 성매매를 직업으로 삼고있지만 이를 악용한 또 다른 불법 행위인 몰카 앞에서는 그들도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 몰카 구설수에 생계수단 끊기기도

실제로 이런 몰카로 인하여 직접적인 피해자가 등장했다. 서울 중심가인 강남 테헤란로의 룸살롱에 나가는 '나가요걸'이 몰카로 구설수에 올라 업소를 그만뒀다.

손님으로 온 한 남성이 나가요걸에게 "몰카 포르노에서 본 여인과 똑같이 생겼다"며 <강남룸여>라는 몰카 동영상을 상세히 설명한 것.

그 얘기에 상당히 놀란 나가요걸은 며칠 뒤 그 손님에게 문제의 몰카 동영상을 받아본 후 업소를 '나갔다'고 한다. 누구나 그렇지만 자신과 이성이 성관계를 갖는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시중에 떠돈다면 상당한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불법 성인사이트 운영자의 일탈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쌍녀> 시리즈의 경우 상대 여성이 너무 어리게 보여 미성년자라는 소문이 나돌았을 정도.

또한 <캠퍼스 여왕>이라는 몰카 동영상 경우 '피해 여성'의 신원이 노출되기도 했다. 이 몰카 동영상을 접한 섹티즌 가운데 평소 피해 여성을 알던 이들이 피해 여성의 신원을 공개한 것.

그녀가 다니는 대학과 학과, 그리고 이름까지 공개돼 섹티즌들 사이에 논란을 불렀다.

이런 몰카의 또 다른 특징은 출연 남성의 얼굴은 철저히 가려진다는 것이다. 출연 남성은 불법 성인 사이트의 운영자인 까닭에 자신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한다.

반면 피해 여성의 얼굴은 그대로 드러낸다. 오히려 여성의 얼굴을 부각시키려 동영상을 편집하기도 한다.

'섹티즌'이란 동영상 등 성인 콘텐츠물을 서핑하는 네티즌을 말한다. 그들 때문에 이런 불법 사이트가 성행하는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몰카 피해자가 늘자 섹티즌들이 몰카의 윤리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불법 성인 사이트 운영자'도 공개 수배했다.

섹티즌들의 조사 수준은 놀랍다. 우선 모자이크로 처리된 운영자의 얼굴을 찾아 나섰다. 다행히 섹티즌이 모자이크 처리가 안 된 장면을 찾는 데 성공했다. 이 사진이 인터넷에 알려지면서 그 운영자는 공개수배됐다.

이후 대구 인근 지역의 섹티즌이 몰카 동영상을 직접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증거가 포착됐다. 운영자의 자동차 종류와 노래방, 레스토랑 등 정확한 촬영 장소가 드러났다.

이를 바탕으로 운영자의 거주지가 대구 인근 대학가의 원룸촌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결정적으로 운영자의 자동차 유리를 통해 거꾸로 비춰진 휴대폰 번호까지 복원했다.

경찰 역시 수사에 나섰다. 다만 검거되기 직전에 운영자가 해외로 도주하면서 사건수사는 답보상태다. 소문에 의하면 불법 성인사이트 운영자는 현재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부유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 증거·물증 불구, 경찰수사 난항

하지만 문제의 불법 성인사이트 운영자가 해외로 도주한 이후에도 몰카 동영상은 계속 나돌고 있다. 다른 사이트에서 양산하고 있다.

요즘에는 '타이거마스크' '인테리어'라 불리는 남성이 출연하는 몰카 동영상이 만들어져 유포되고 있다.

몰카 동영상의 피해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일반 여성들도 언제 자신의 알몸 동영상이 불법 성인사이트에 떠돌지 모를 일이다.

아무도 몰카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 이상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기 전에 이런 비정상적인 '몰카 동영상'열기는 식어야 한다.

이를 위해 수사 당국은 적극 나서야 하고 섹티즌도 몰카 동영상에 대한 관심을 끊어야 한다. 수요가 없다면 공급도 사라질 테니.


조재진 자유기고가 sms9521@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