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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지대 르포] 내 몸을 더듬는 억센 손길, 불빛에 드러난 그는 트랜스젠더
퇴페 안마시술소 새 풍속도 - 트랜스바 쇠락으로 종사자 상당수가 생계위해 퇴폐업소 진출



지난해 2월 영화배우 이은주가 세상을 떠나더니 올해는 코미디언 김형곤이 우리 곁을 떠났다.

고인의 죽음을 두고 많은 기사가 쏟아졌다. 얽히고설킨 요즘 현실정치를 바라보며 그가 시사 코미디의 선구자였음이 재조명되고, 다른 한편으로 ‘위기의 40대 남성’의 돌연사가 화제로 되고 있다. 필자는 그의 죽음에 대해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우선 김형곤은 성적 소수자들의 공연 문화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는데 기여했다. 이태원에 ‘하하호호 공연 레스토랑’을 오픈해 트랜스젠더 쇼와 게이 쇼를 선보인 것도 그다.

동남아시아 등 외국에서는 하나의 관광 상품으로 유명할 정도인 트랜스젠더 쇼와 게이 쇼가 이상하게도 국내에서는 음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김형곤은 이 쇼들을 할 수 있는 공연장을 만들어 세인들의 편견을 바꾸는데 공헌했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일반인들의 거부감을 깨는 데 하리수가 큰 역할을 했다면 이들의 쇼 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앞장선 이가 바로 고인이었다.

뿐만 아니라 대학로 무대에 꾸준히 오른 그는 극장식 성인 코미디와 성인 연극의 발전을 위해서도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시사 코미디로 대변되는 방송활동 외에도 그가 이승에 남긴 발자취가 많음을 알 수 있다.

필자는 고인이 양지로 끌어내고자 트랜스젠더에 대해 얘기하려 한다. 불행히도 그들의 현실은 김형곤의 사망 소식만큼이나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하호호 공연 레스토랑’을 운영했던 고인이 세상을 떠난 지금, 우연인지 필연인지 대부분의 트랜스 바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불황 탓에 밤문화가 ‘조금이라도 값싸게, 그리고 화끈하게 노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트랜스 바의 경우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해야 손님들이 몰리는데, 주머니가 가볍다 보니 호기심이 발동할 여지가 줄고 있는 것. 이로 인해 트랜스 바는 요즘 극심한 불황에 시달린다. 따라서 그곳이 삶의 터전이었던 트랜스젠더 중 상당수가 생계유지에 곤란을 겪고 있다.

과연 그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불 켜지않고 서비스, 감추고 싶은 비밀

서울의 대표적인 변두리 상권 중 하나인 A 지역에 요즘 ‘B급 대딸방’이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다.

서비스에 들어오는 아가씨의 수준이 B급이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대딸방의 경우 아가씨의 외모가 업소의 흥망성쇠를 좌우하기 마련. B급이라는 명칭까지 얻은 대딸방에 손님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은 가격 경쟁력에 있다. 서비스 가격은 업소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8만~10만원. 그다지 싼 가격이 아니다. 오히려 다른 대딸방에 비해 조금은 비싼 편이다. 그런데 굳이 가격 경쟁력을 언급하는 까닭은 서비스 내용이 다르기 때문.

대딸방은 직접적인 성행위는 이뤄지지 않지만 소위 유사 성행위를 제공하는 업소를 말한다. 하지만 B급 대딸방에서는 직접적인 성행위가 가능하다.

업소 시설은 대딸방과 비슷하지만 핵심 서비스 내용은 안마시술소에 가깝다는 얘기. 따라서 안마시술소를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속한다.

최근 필자는 최근 이곳을 갔다온 회사원 김모씨를 만나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희한하게도 불을 켜지 않고 서비스를 하더군요. 아가씨 외모가 조금 떨어진다는 얘기는 듣고 갔지만 그렇다고 불까지 켜지 않는다는 것은 조금 이상했죠. 업주 얘기가 괜히 얼굴 보면 맛이 떨어지니까 그냥 불 끄고 즐기라더군요. 그만큼 서비스는 확실하다고. 안마는 끝내줬습니다. 그런데 정말 끔찍한 비밀이 감춰져 있었습니다.”

안마가 괜찮다고 느낄 때만 해도 김씨는 안마사가 경험이 많은 여성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가슴을 만져 봤는데 20대 초반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탄력이 넘쳤다고 한다. 그런데 목소리가 이상했다.

어지간한 질문에 “네” “아니오” 단답으로 말하는 것을 듣고 그냥 말이 없는 여성인가보다 싶었던 김씨는 어느 순간 안마사가 여자가 아닌 남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김씨는 불을 켜고 얼굴을 봐야겠다는 생각에 강한 만류를 뿌리치고 형광등 스위치를 올렸다.

아니나 다를까 트랜스젠더였다. 웬만한 트랜스젠더의 경우 외모만으론 구별이 쉽지 않다. 하지만 이미 의심이 극에 달해있는 상황에서 바라본 아가씨는 분명 여자가 아닌 트랜스젠더였다. 불이 켜지자 곧 방을 찾아온 업주 역시 더 이상은 그 사실을 감추지 않았다.

김씨의 강한 반발에 업주는 미안하다는 얘기를 반복하며 이미 지불한 이용료를 반환해줬다. 상대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도 찜찜했지만 이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서비스를 받았다는 게 더욱 기분 나빴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업주에 따르면 이 곳에선 모두 네 명의 아가씨가 일한다. 이 가운데 세 명이 트랜스젠더이고 나머지 단 한 명만이 여성. 그 여성도 다소 나이가 많아 트랜스젠더들을 관리하는 중간 마담의 역할을 맡고 있다.

윤락업소인 B급 대딸방에서 활동하고 있는 트랜스젠더 세 명은 모두 지난해까지 트랜스 바에서 쇼걸로 활동하던 이들로 업소가 문을 닫자 이곳으로 옮겼다.

“부산에서 나름대로 인기 있는 쇼걸이었어요. 제가 일하던 업소에는 연예인도 많이 찾아올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손님이 줄더니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업소 운영이 어려울 정도였어요. 결국 업소는 문을 닫았고 서울로 올라왔죠. 우리 같은 트랜스젠더가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성매매에 내몰린 트랜스젠더

김씨의 전언이었지만 그들의 불행한 현실이 쉽게 머릿속에 떠올랐다. 몇 년 전 부산의 트랜스 바에서 만났던 트랜스젠더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직업에 강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비록 수술했지만 여성이라는 본연의 성을 되찾은 트랜스젠더들은 자신의 멋진 몸매를 드러낼 수 있는 쇼에 강한 애착을 가졌다. 이 때문에 인기 스타 하리수도 전혀 부럽지 않다고 얘기할 정도였다.

쇼를 통해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간혹 손님들의 강력한 요청에 2차를 나가는 이들도 있었지만 이를 터부시할 만큼 그들은 자부심이 컸다.

그런데 이제는 자신의 몸매를 어둠 속에 묻어둔 채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숨기고 성매매에 나서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슬픈 자화상이다. 성매매에 내몰린 트랜스젠더는 물론이고 이 사실을 모른 채 그들과 성행위를 갖는 남성들 역시 기분 좋을 리 없다.

성적 소수자인 트랜스젠더. 그들은 사회의 무관심과 배타성 때문에 자꾸만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다. 하지만 그들도 어찌보면 그늘에서 고통받고 있는 소외층이다.

부산 트랜스 바 취재 당시 만난 어느 트랜스젠더의 이렇게 하소연했다.

“사회의 편견이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트랜스젠더임이 알려지는 순간 우리는 이미 일반 인에게서 한 발짝 비켜서게 됩니다. 그래서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이 모이게 되고, 수술비 마련을 위해 트랜스 바에서 일할 수밖에 없죠. 성적 소수자에 대한 사회의 열린 시각이 절실합니다.”



입력시간 : 2006/04/05 10:53




조재진 자유기고가 sms9521@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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