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기름값이 싼 때문인지 날씨가 조금만 쌀쌀해도 난방기는 연신 더운 바람을 내뿜는다. 그래서 어느 계절에 미국을 여행하든 호텔방이 매우 건조하다.

하룻밤의 짧은 여행일지라도 늘 자고나면 입천장이 마르고 목이 아프다. 그런 경험이 있어 지난달 라스베이거스 여행 때는 아예 가습기를 챙겨갔다. 아무래도 요즘처럼 건조한 날씨에는 무슨 대비책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싶어서였다.

첫날은 아리조나 투산에 묵었다. 그곳도 텍사스 못지않게 건조한 지역이었다. 게다가 사막 기후이기 때문에 저녁이 되니 당연히 난방기를 틀어야 잘 수 있을 만큼 추웠다. 더운 바람을 내뿜는 난방기 옆에 가져간 가습기를 틀어놓고 잠을 잤다.

온도조절이 안 되는 낡은 난방기라 밤중에 한 번 정도 끄고 다시 켜기 위해 잠을 깨기는 했지만 아침에 일어났을 땐 몸이 개운했다. 아마 가습기가 없었으면 밤새 난방기를 껐다켰다를 반복하며 잠을 설쳤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은 라스베이거스 입성. 환락의 땅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묵은 호텔은 급이 낮은 데다 건조한 사막에 세워진 도시 영향 탓으로 예상대로 공기가 건조했다. 물론 밤은 추웠다. 할 수 없이 가습기를 밤낮24시간 쉴 새 없이 돌렸다. 그런데도 어찌나 공기가 건조하던지 습도를 제대로 맞추기 힘들었다. 하지만 가습기 덕분에 어느정도 쾌적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므로 미국을 여행하려면 꼭 가습기를 챙겨 가는 것이 좋다. 여행 때 귀찮게 웬 가습기를 들고다니느냐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건조한 날씨를 겪어보지 않으면 가습기의 중요성을 모른다. 그다지 크지 않은 부피에 비해 참으로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조선주 통신원 (미국 텍사스 대학 재학)

한인 사회는 우물 안에서 벗어나라

프로야구에서 마이너리거와 메이저리거는 우리가 아는 것 이상으로 대우의 차이가 크다.

메이저리거는 시즌 내내 전용기를 타고 이동하며 숙식이나 선수관리도 최상의 대우를 받지만 마이너리거들은 게임 때마다 먼 거리를 버스로 이동하며 숙식 등도 열악해 설움을 받는다. 그래서 수많은 마이너리거들은 오늘도 메이저리거를 꿈꾸며 그 힘든 과정을 참아낸다.

미 상원의 ‘불법이민에 대한 규제 강화 법안’심의를 앞둔 지난 주말, 미국 내 여러 도시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번의 ‘반이민법’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달 23일 위스콘신 밀워키에서 촉발된 시위는 이틀 뒤 로스앤젤레스에서 60만명이 참여한 거리 행진으로 커졌고, 콜로라도 덴버에서도 5만여 명이 참여했다. 이곳 피닉스에선 지난 주말 2만여 명의 군중이 모여 법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미국 내 곳곳에서 벌어지는 반이민법 규탄 시위에서 특이한 것은 대다수 시위자들이 히스패닉계라는 사실이다. 여러 민족이 모여 사는 미국에 분명 히스패닉계만 불법이민자가 아닐 것이며 또한 그들만 ‘마이너리거’가 아닐진 데도 그러하다.

히스패닉인들이 왜 자신들의 소중한 주말 시간을 쪼개 경제활동을 중단하면서까지 시위에 참여하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언젠가 자신들도 마이너리거의 서러움을 극복하고 미국 사회의 메이저리거가 되기 위해서다. 아울러, 지금의 투쟁은 결국 자신들의 2세, 3세 후손이 제대로 된 권리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자화상은 어떤가. 이민 역사가 백년이 넘었지만 대다수 한인들은 자식들에게 풍요로운 삶을 남겨주기 이민왔다. 이민 1세들은 하루 10시간 이상의 중노동 속에서도 자식들에게만은 좋은 교육을 시키기 위해 자기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미국 내 이민자 중 한국인처럼 자식 교육열이 높은 민족도 드물다.

하지만, 조금 더 속을 들여다보면 한국인은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나 미국 내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회문제엔 관심이 적다. 오직 나만, 우리 식구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의식이 팽배하다.

자녀가 아이비 리그의 대학을 나온다 한들, 그들이 곧바로 미국 사회에서 메이저리거가 될 수 있을까? 나는 회의적이다. 미국은 학벌이나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타인과 화합하며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을 더 중시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히스패닉계 인구는 이미 수년 전에 흑인을 앞질렀다. 2050년이 되면 백인 인구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단순히 인구비율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단합된 모습은 한인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2월드컵, 그리고 3월에 미국에서 열린 2006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한국과 관련된 곳에만 모여 '대~한민국'을 목청껏 외치는 한인사회. 나와 내 가족만 알며, 미국에서도 '대한민국~'만 외치며 살아간다면 우리 한인들은 아무리 이민 역사가 오래될 지언정 영원한 마이너리거로 남을 것이다.

어느 법학자가 한 말이 기억난다. '찾지않는 권리는 그 누구도 보호해 주지 않는다'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우리 한인들도, 한인 유학생들도 이번 반이민법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하여 단합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의 후손들이 미래에 당당한 메이저리거로 살아갈 수 있도록 든든한 초석을 지금이라도 놓아야 하지 않을까.

정철민 통신원 (미국 인디애나 대학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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