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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하구언 공동이용 합의' 경협·긴장완화 큰 걸음 내딛는다
정부, 한미연합사 사전조율로 통행금지 걸림돌 해결 · 남-북-러 잇는 '교동도 프로젝트' 활성화 주목



▲ 남북장관급회담에 참석한 남북대표단이 봄비가 내리는 가운데 휴일인 23일 평양 모란봉 을밀대를 찾아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남북은 4월 21일부터 3일간 평양에서 열린 제18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제반 현안을 협의하고 8개항의 합의 사항을 공동보도문으로 발표했다.

주요 합의사항은 한반도 평화 구축, 호혜적 경협, 남북관계 저변확대 등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6월 방북과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 등이 부각되면서 일부 사안들은 그 비중에도 불구하고 간과됐다.

공동보도문 5항 남북경협 사업 중 ‘한강 하구 골재 채취’문제가 그 예다.

통일부는 “수도권의 골재난을 해소하고 임진강 홍수 피해 완화에 기여할 수 있음은 물론 군사적 긴장완화에도 도움이 되는 호혜적인 사업”이라고 강조했지만 남북한의 소소한 경제문제로 한정짓는 듯한 인상이 강했다.

남북경협팀의 한 관계자 역시 “골재 채취(북한산 모래), 홍수피해 해소, 항로 이용 등이 주요 과제다”라며 “구체적인 실천 내용은 5월12일 열리는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에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장관급 회담에서 남북한이 한강하구 공동이용에 대해 합의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한강 일대를 남북한이 공동으로 이용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한미연합사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래 한강하구 수역은 1953년 정전협정 당시만 해도 국제관례에 따른 자유통항 수로로 보장됐다.





정전협정 제1조 5항은 ‘한강하구의 수역으로서 그 한 쪽 강안이 일방의 통제 하에 있고 그 다른 한쪽 강안이 다른 일방의 통제 하에 있는 곳은 쌍방 민용 선박의 항해에 이를 개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 간의 대치상태가 계속되면서 한강하구 수역이 ‘통행금지 수역’으로 굳어졌고 이 지역 항해는 자연스럽게 정전협정 당사자인 한미연합사의 통제를 받게 됐다.

그런데 이번 장관급회담에서 남북이 한강하구를 공동이용하는데 합의한 것은 한미연합사가 통제를 푼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통일부 교류협력국의 오대석 팀장도 “장관급회담에서 우리측이 한강하구 공동이용을 북측에 제안한 것은 사전에 한미연합사와 조율이 매듭지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남북한이 한강하구를 공동 개발하는 문제는 2000년 6월 남북 정당회담을 전후해 활발하게 진행됐다. 한강하구 수역의 민간선박 자유운항이 실현되면 비무장지대 내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완화는 물론 한반도 평화정착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예상됐기 때문이었다.

정상회담 당시 일각에선 북측이 임진강 수해방지공사 등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문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황해도 굴당초·경기도 불음도 사이 한강하구에서 교동도·강화도 북단지역·김포반도에 이르는 수역에 대한 민간선박의 자유통항을 먼저 제안했다는 애기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남북 간의 한강하구 개발은 정상회담 이후 자취를 감췄고 오히려 민간 차원에서 심도있게 진행됐다.

1990년대 초부터 북한과 수산사업을 해온 ㈜극동러시아개발 장석중 대표가 98년 남북한-러시아 3국이 공동 발전할 수 있는 ‘한강하구 개발사업’을 구체화하고 북한, 러시아측 관계자들과 접촉하면서 당시에 활기를 띠었다.



▲ 한강하구 개발사업계획(안)


장씨의 ‘한강하구 개발사업’의 요체는 한강하구를 포함한 38접경지역을 개발해 남북한의 경협을 강화하고 여기서 마련된 재원을 기반으로 연해주를 개발하자는 것이다.

이른바 ‘교동도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사업은 크게 한강하구 개발과 38접경지대 개발로 나뉜다.

한강하구 개발의 경우 교동도 일대 청주벌에 남북 경제협력 지대인 인공섬을 건설해 5개 구역으로 나눠 자동차조립 공단, 액세서리 임가공 공단, 자전거조립 공단 등을 입주시키며 예성강 모래수입도 추진키로 하는 것이었다.

38접경지대 개발은 강원도 양구군 펀치볼지역을 남북 내륙운송로로 활용하고 평화의 댐을 이용해 북한에 전력을 공급하며, 철원지역엔 남북 공동공원 조성, 한강 수운사업, 북한 수산물사업을 추진토록 하는 것이었다.

교동도 프로젝트가 주목된 것은 북한과 러시아와 연계돼 있다는 것이다. 눈에 띄는 것은 경원선 복구다.

강원도 철원에서 시작해 원산-함흥-청진-나진-하산(러시아)-모스크바(TSR)로 이어지는 경원선 사업은 현재 답보상태에 있는 경의선 복구사업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다.

경원선 복원에는 남ㆍ북ㆍ러 3국이 참여해 남한은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침목과 레일을 들여오는데 필요한 비용을 대납, 연해주 개발에 활용하고 북한은 노동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남측이 연해주 일대에 투자하고 러시아가 개발한 에너지를 북한에 공급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교동도 프로젝트는 당장 북한과 러시아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 2001년 5월 1일 장씨를 비롯해 러시아측에선 베주이크 러시아무역대표부 대표, 통역관 세르게이 등 한ㆍ러 양국 관계자 10여 명이 직접 교동도를 방문했다. 북한에서는 평양의 러시아 관계자와 북측 인사들이 교동도 맞은편 북한지역까지 나와 타당성 조사를 하기도 했다.

교동도 프로젝트에 대한 검토를 마친 북한과 러시아는 실천 단계에 돌입, 베주이크는 러시아 본국과 연락을 취한 뒤 5월 20일 재차 교동도를 방문, 교동도 주민들 앞에서 “교동도 프로젝트가 러시아 정부 정책으로 공식 채택됐다”고 공표했다.

‘교동도 개발추진위원회’한도현(57) 간사는 4월 28일 전화통화에서 “당시 러시아 대표가 직접 확신에 찬 얘기를 해 지역 주민들이 환호하고 술잔도 나눴다”면서 “지역 특성상 지체되는 것 같은데 아직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동도 프로젝트는 한강 일대를 통제하는 한미연합사의 관계를 푸는 문제와 사업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일정한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 앞에서 주춤했다.

장석중씨는 “한미연합사 문제는 러시아가 풀기로 하고 나는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는데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말했다. 장씨는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한강하구 개발을 합의한 것은 한미연합사와 그것에 대해 조율을 했다는 것을 말한다”면서 “교동도 프로젝트도 활기를 띠게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장씨에 따르면 베주이크 전 대표는 교동도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해 평양으로 가 북측 관계자들과 TKR(한반도 종단철도)에 대해 협의를 했고 현재는 모스크바에서 극동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이자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과도 막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폴리콥스키 전 극동지구 대표는 2001년 6월 연해주를 방문한 이수성 전 총리가 교동도 프로젝트를 언급하자 “장석중씨 것 아니냐”며 무안을 줄 정도로 교동도 프로젝트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는 현재 북ㆍ러 간 연해주 최대 민간조직인 ‘라손’의 대표로 있으면서 여전히 교동도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전언이다.

남북한은 5월에 열리는 경추위에서 한강하구 개발 문제를 재론할 계획이다. 북한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에너지 문제가 빠진 남북 경협에는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하구 개발이 한강 유역에 머물지 않고 남북한의 현안 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될지 주목된다.

南 모래 얻고, 北 홍수 피해 막고 '윈윈'






제18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남북 양측은 한강하구 공동이용 방안에 합의함으로써 남한은 골재난을 해소하고 북한은 홍수피해를 줄일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남측 회담 관계자는 "수역에 양질의 모래가 최소 10억㎥(루베)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를 개발해 국내 골재난을 풀 수 있다"고 말했다. 1년에 수도권 수요가 5,000만㎥인데 절반인 2,500만㎥만 개발해도 향후 건설경기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계산이다.

현재 북한산 골재(모래)는 해주, 사천강, 청진을 통해 수입되고 있으며 90% 이상이 해주에 집중돼 있다. 북한 해주 모래가 남한에 수입되기 시작한 것은 건설경기가 살아나면서 모래파동이 발생했던 2004년 3월부터다.

통일부에 따르면 2004년 28만 7,000루베(모래 계량단위 ㎥)였던 수입량이 2005년에는 384만 루베로 15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는 3월까지 벌써 110만 루배를 넘어섰다.

하지만 해주를 통해 수입하다보니 물류비용 상승에 따라 모래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이번 장관급회담에서 합의한 한강하구 공동이용안이 현실화되면 북한산 모래를 값싸게 들여올 수도 있다.

북한은 한강하구 개발과 관련, 예성강 홍수피해를 줄이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잇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은 님한강, 북한강, 임진강, 한탄강 등 4개의 강이 모여 흘러 서해 바다물이 내륙으로 밀려드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내지만 북한의 예성강은 혼자만으로 서해 바다물을 감당하지 못한다. 그래서 매년 연백평야가 홍수에 잠긴다.

예성강 일대에 쌓인 모래를 강화군 교동도 섬 위쪽 청주벌에서 세척해 바지선으로 김포반도까지 옮겨오면 남한은 해주에서 가져오는 모래 가격의 3분의 1 수준 이하로 북한산 모래를 들여올 수 있다.

북한은 홍수 피해를 줄이고 모래 판매에 따른 수입을 올릴 수 있게 돼 남북이 윈-윈할 수 있는 셈이다.




입력시간 : 2006/05/02 11:48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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