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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치혁의 교육돋보기] 하나인 학교, 사고력 키우는 토론식 수업 '대안학교'
초등생 대상 20명 뽑아 파주 헤이리에 올해 개교, 독서 가장 중시… 수학은 올림피아드 문제로 수업



영어학교와 예술인 마을로 유명해진 파주 헤이리에 조그만 대안학교가 올해 문을 열었다.

'하나인 학교'.

배움과 삶이 하나라는 뜻이란다. 배우는 것이 삶의 지혜가 되는, 다시 말해 사회에 진출해서 써 먹을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을 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 그런 학교이름을 지었다는 설명이다.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서 온 학생이 있느냐는 질문에 안승환 교장은 "학교생활 부적응 때문에 우리 학교를 선택한 학생은 없다. 재미있고 현실적인 교육과정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가 선택했다고 보면 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일산에서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다가 참여했던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서 자연스럽게 학교 형태로 확장되었다는 것.

'하나인 학교'의 수업은 한 반 8명 이하, 하루 3교시로 구성되는 독특한 구조다.

학생 수가 적은 것은 물론이고 초등학생들 대상으로 1교시당 80분 수업이란 편제를 짠 것은 토론 위주의 수업을 하기 위해서다. 80분 수업 중 학생들이 토론과 발표로 보내는 시간이 60분이 될 정도로 토론을 중시한다.

토론을 통해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더욱 정확하고 완전하게 만들어야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안 교장의 지론이다. 토론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능력별 반 편성을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학생들이 자기에게 맞는 수준의 수업을 스스로 선택하게 만든다. 대학에서 수강신청을 하는 것과 똑같다. 현재 20명 학생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강좌가 20개나 된다. 4학년 학생 한 명을 위해 중학교 1학년 수학과목이 개설되기도 했다.

수학 시간엔 주로 올림피아드 수학문제를 푼다. 80분에 많아야 6문제를 푸는데 끝까지 스스로 해결해보려고 끙끙거린다. 5학년 이한석군은 예전 학교에 다닐 때에는 수학이 싫은 과목이었는데 이젠 수학이 재미있다고 말한다. 생각하며 푸는 것이 재미있다는 설명이다.

수학적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 올림피아드 문제를 위주로 공부시킨다는 안 교장은 "수학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를 학교교육만으론 접근하기 힘들다. 단순풀이 식의 문제보다는 응용력을 요구하는 문제 위주로 교육해도 수학교육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역사과목도 일반 학교의 수업과는 영 다르다. 최근 통일신라까지 배운 뒤에 학생들의 토론이 벌어졌다. 학생마다 당나라, 신라, 고구려, 백제 중 하나의 나라를 선택해 자기가 대변하는 나라가 한반도를 통일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였다.

선생님들은 교과서에선 연결고리가 없는 계백과 을지문덕에 대해 비교 설명해보라는 질문도 던진다. 순장제도가 없어진 이유에 대해 질문하자 "노비의 생명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불교의 도입과도 연결해 생각해 볼 수 있다"는 멋진 답을 내놓는 학생도 있다.

국어 시간은 여러 가지로 나뉘어진다. 언어, 문학, 어린이 철학과 한문 시간도 국어에 속한다.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에 치중하기 위해 최근 철학도 정규과목에 도입했다는 얘기다. 한문 시간엔 격몽요결을 배우며 옛 사람들의 생각과 한문의 구조를 배운다. 외우는 공부를 강조하진 않지만 한문 시간은 예외다.

독서는 이 학교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부분이다. 하루 독서에 할애된 시간이 2시간을 넘어, 1년 평균 300권 이상의 책을 읽게 한다. 책을 읽고 독서록을 정리하는 것은 물론이다.

학생들도 독서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껴 열심히 책을 읽는다. 2주에 한 번씩 친구들과 선생님 앞에서 자기가 자유롭게 정한 주제에 대해서 5분간 발표하려면 책을 읽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한두 번은 이제까지 자기가 관심있던 영역에 대해서 정리, 발표할 수 있지만 1년에 20번이나 되는 주제발표를 하려면 책을 읽으며 재미있는 주제를 찾아내고 정리해야만 한다.

영어의 경우에도 영어 자체가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가 있어야 실제로 중급 이상의 실력을 갖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학생들이 단순한 어휘로 이루어진 영어책을 공부할 때는 큰 문제가 없지만 추상적 단어가 사용되는 중급 이상의 영어책을 읽으려면 자기가 흥미를 갖는 영역이 있어야 한다는 것.

이 학교에선 미술과 과학을 함께 배우기도 한다. 지난해 공룡의 뼈대에 살을 붙이는 작업을 할 때에 학생들에게 내장기관도 생각해 만들라고 했다. 두 달 동안 80분 16회 수업을 하며 학생들은 공룡의 내장을 생각해 보려고 인간의 장기도 공부했고, 동물들의 장기와 비교해 보기도 했다. 소조에 생물공부가 복합된 수업을 받은 셈이었다.

이 학교의 시험도 독특하다. 필답고사 대신 과목별로 선생님 앞에서 교안을 가지고 10분씩 강의를 해야 한다. 준비가 부족하면 선생님들의 질문에 시달려야 하고, 결국 재시험을 치르게 된다. 재시험에도 탈락하면 그 과목의 다음 과정을 수강신청할 수 없게 된다.

학생이 학생을 가르치는 튜터링시스템도 이 학교의 특징이다. 자기가 다른 학생에게 지도할 능력이 되는 과목을 개설하고 실제로 수강비(월 5,000원 이하)도 받는다. 가르쳐 본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수업의 핵심을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멀리 임진강이 보이는 야산 자락의 이 학교 학생들은 농사까지 짓는다. 4~5평 정도의 공간에 토마토, 감자, 고구마 등을 심는데 수확한 후에는 집에 가져가고 이웃에게도 판다고 한다. 농사와 경제 감각을 키워주는 것은 물론이고 좋은 놀이도 된다는 설명이다.

인터뷰
안승환 교장
"부모 중 어느 한쪽 반대하면 입학 불허"






'하나인 학교'의 안승환 교장은 부모의 생각이 변해야 자녀를 잘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부모들은 자녀가 공부만을 잘하길 바라는데 누구나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란 것. 공부를 잘하길 바라기보다는 내 아이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주고 그에 맞는 공부를 하게 해주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라는 설명이다.

재학생 중 한 명이 전국 영어경시대회에서 1등을 했는데도 다른 학생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다.

교장이 그 학생 이야기를 말하는 순간 영어라는 한 과목만이 강조되고, 영어에 재능이 적은 학생에겐 부담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성실하고 언어적 감각이 뛰어난 학생이 모든 학생들의 모범이 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안 교장은 '하나인 학교'에 들어 오려면 몇 가지 조건이 갖추어져야 된다고 말한다. 먼저 부모가 모두 동의해야 한다는 것. 정상적인 학교교육을 벗어나므로 부모님의 확고한 신념과 부모의 합의가 꼭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학생의 아버지가 주말에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아버지 학교' 출강도 연 1회 해야 한다. 자녀교육을 엄마들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게 우리 교육의 문제점 중의 하나라는 생각 때문이다. 올해엔 마술, 레크레이션, 연 날리기, 컴퓨터에서 빛을 인식하는 방법 등의 강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마지막 조건은 자녀에게 매년 한 가지의 직업에 대해 소개해주는 것.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의사 직업의 경우 진료 현장에 가서 2시간 이상 의사가 하는 일을 보고 의사에 대해 설명을 듣고 학생이 자기의 느낀 점까지 정리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입력시간 : 2006/05/02 13:48




황치혁 교육전문객원기자 sunpap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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