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교육 전문기관 김연구소 - 공교육 적응에 어려움 겪는 비범한 학생들에 맞춤 교육해줘

외눈박이들이 사는 세상에선 두 눈을 가진 사람이 어떤 평가를 받을까. 아마도 좋은 평가를 받긴 어려울 것이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 때문이다.

지적인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도 보통사람들 눈에는 모난 사람이란 평가를 받기 십상이다. 아인슈타인과 에디슨 등의 유명인사들이 문제아나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으로 평가받은 이유는 평범하지 않은 그들의 능력 탓이다.

멀리 찾지 않아도 우리 주변엔 남다른 능력을 갖고 태어나 되레 힘든 학생들도 있다. 바로 영재들이다.

경원대의 김명환 교수는 “많은 영재들이 공교육 현장에 적응하지 못하다가 심하면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영재교육기관인 김연구소엔 한 해에 3~4명의 학생들이 정신과 선생님들의 소개로 와서 교육을 받는다.

문제아, 학습부적응 학생으로 낙인 찍혀 행동치료, 약물치료를 받던 학생이 영재교육 프로그램에 들어오면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도 많다는 설명이다. 특별한 치료도 아니고 자기와 비슷하게, 학습능력이 뛰어난 친구들과 공부를 하기만 해도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

영재들은 5분이면 끝낼 과제나 학습을 학교에선 1시간씩 하다 보면 산만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고, 수업시간에 지루함을 못이겨 잠을 자기도 한다. 이 같은 행동이 지속되면 친구들은 물론이고 선생님들에게도 문제아란 평가를 받게 된다.

선생님들에게 자주 꾸중을 듣고, 친구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면 결국 주변의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게 된다. 심해지면 심리적 갈등 끝에 정신과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이때에 자기를 이해해주는 또래집단과 도전할 만한 과제만 있다면 정신적인 문제가 많이 해결될 수 있다는 말이다.

1985년부터 우리나라 영재교육에 관해 연구하고 있는 김 교수는 영재교육을 계속하는 이유가 영재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한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제로 영재들에게 적용시키면서 학생들이 행복해 하는 걸 보았기 때문이란다.

김 교수는 “영재는 교육방법론에선 장애아를 가르치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보통 학생들처럼 집단적인 교육보다는 개별적 혹은 소규모 맞춤 학습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떤 아이가 영재일까. 최종적인 영재판단은 전문가의 몫이지만 영재판별의 첫 단계는 부모의 판단에 달려 있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알’ 정도로 비범한 능력을 보인다면 부모가 영재판별 검사를 하는 기관으로 데려가 봐야 한다.

또래 집단보다 비범한 언어감각을 갖춘 아이, 한가지 일에 몰두하면 밥 먹는 것조차 잊어버릴 정도의 집중력을 보이는 아이, 나이 많은 친구를 사귀며 독서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영재일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학습적인 능력 외에 어릴 때부터 특출한 유머감각을 발휘하는 학생도 영재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전문기관의 검사는 학생들의 연령과 영역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 개발한 ‘초등학교 고학년 과학영재 판별도구 연구’에서는 1차 선별도구로 과학적 사고능력 검사와 과학활동 및 흥미검사, 2차 선별도구로선 실험위주의 프로젝트형 과학문제 해결능력 검사 등을 한다.

이외에 한국과학기술원에서 1980년대에 개발한 판별도구 등도 있다. 비교적 과학영재에 대한 판별도구는 많이 개발되었지만 다른 영역의 판별도구는 여전히 부족한 현실이란 평가다.

주 1회 수업으로도 잠재력 극대화

과학영재로 판별되고 난 후에도 초등학교 시절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받기는 쉽지 않다. 공교육 시스템에선 과학고 이외엔 다른 교육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초·중학교 시절에 영재교육을 하기 위해선 사교육에 의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영재교육 전문기관인 김연구소에선 현재 만 3세 이후의 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영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유아부는 주 1회 1시간 30분, 유치부는 주 1회 2시간, 초·중·고 학생은 주 1회 2~3시간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초등학교 이하의 학생들은 주로 비슷한 연령의 학생들이 함께 교육을 받지만 중학생 이상에선 학년 구분없이 학습 성향이 비슷한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하기도 한다. 사고력과 과학, 수학 프로그램 위주다. 부족하지만 주 1회의 수업으로도 영재들의 잠재력의 싹을 큰 나무로 키워줄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영재교육 전문가인 김 교수는 의외로 영재들이 행복해지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자기의 생각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친구들이 적고, 능력이 잘 개발된 후에라도 결국은 자기만의 외로운 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연구성과가 주변사람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결국 연구에만 몰두해야 하는 그들의 삶이 과연 행복한가는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라는 것.

영재 검사 후 똑똑하긴 하지만 영재급은 아니라고 하면 실망하는 부모님들에게 “자녀가 보통 사람의 평탄한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을 축하한다”고 김 교수는 말해 준다. 영재는 미리 발견해 자기 수준에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게 바람직하고, 준영재급의 학생은 수준에 맞는 교육과 삶의 설계를 해주는 게 좋다는 설명이다.

인터뷰
김명환 교수
"영재 판별은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김명환 교수의 명함은 세 가지다. 경원대 물리학과 교수이기도 하지만 사단법인 한국과학영재지원정보센터 이사장, 김연구소 소장이기도 하다.

과학영재교육추진위원회 위원 등 영재교육 관련 5개 위원회의 위원이기도 할 만큼 영재교육에선 마당발이다. 스승인 고 정연태 교수와 함께 1985년 영재교육에 참여한 뒤 20년이 넘게 과학영재 육성을 위해 노력한 결과다.

영재교육, 그 중에서도 과학영재 교육 전문가인 김 교수는 과학영재를 육성하는 현재의 과학고등학교 선발방식에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영재교육은 누구나 받고 싶어하는 만큼 과학고등학교의 선발 방법은 객관성이 중시될 수밖에 없다. 영재의 선발방식이 점수화, 계량화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영재를 판별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는 전문가들의 판단이라고 김 교수는 주장한다.

필기시험화되면서 시험에 일정한 패턴이 생기게 마련인데, 진짜 영재들은 반복되는 패턴을 싫어해 필답고사에선 좋은 점수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 과학고등학교의 선발 방식을 영재판별 프로그램과 근접하게 만드는 것이 김 교수의 바람이다.

최근 몇 년간의 노력으로 부산의 한국과학영재고의 경우 캠프 등을 통해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만나 판단한 후에 선발하도록 입시제도를 바꾸었다.

조기졸업을 하지 않는 대신 3학년을 마친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는 전원 진학할 수 있도록 대학과 협의, 말 그대로 실험위주의 영재교육을 할 수 있는 영재고가 된 것도 바람직한 변화라는 설명이다.

전국 18개 과학고 중에서 9개 과학고의 선발방식이 영재판별 방식과 비슷해진 점도 긍정적인 움직이라고 김 교수는 말했다.




황치혁 교육전문 객원기자 sunspap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