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F 'Reds Go Together', SKT '애국가 록버전'으로 월드컵송 기 싸움

“이번 월드컵 응원가가 뭐죠?”, “월드컵송이 바뀌었나요?”, “응원할 때 무슨 노래를 불러야 되나요?”, “우리나라 월드컵 응원가는 윤도현이 부른 애국가인가요? 어느 게 진짜인가요?”

월드컵 개막까지 남은 기간은 20여 일. 인터넷에서 월드컵과 관련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질문들이다. 각종 매체의 광고에서 월드컵을 주제로 불려지는 응원가가 한 가지만이 아니라서다.

“그대 나의 챔피언 너와 나의 챔피언 우리 함께 외치면 승리하리라.…”,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만세…(록버전)” TV나 라디오 CF에서 가장 쉽게 들을 수 있는 월드컵 응원가 두 곡이다. 하나는 그룹 버즈의 ‘Reds Go Together’이고 또 다른 곡은 윤도현이 부른 ‘애국가 록버전’이다.

4년 전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오 필승 코리아…’ 한 곡만이 응원가로 애창됐다면 월드컵을 앞 둔 지금은 2개의 월드컵송이 결전을 앞두고 대기 중이다.

공식 응원단인 붉은 악마와 손잡은 KTF는 버즈의 ‘레즈, 고 투게더’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특히 최근엔 고음불가를 모델로 내세워 대중적인 인지도 확산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 반면 이동통신업계 맞수인 SKT는 윤도현이 부른 애국가 록버전을 연일 광고를 통해 알리고 나섰다.

이동통신 양강, 양보없는 응원과 경쟁

과연 어떤 노래가 응원단의 입에서 가장 많이 불려지게 될까?

‘지구촌 축구 전쟁’인 월드컵을 앞둔 지금 월드컵 응원가를 놓고 이통업계에서도 ‘총성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맞상대는 KTF와 SKT.

이동통신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기업은 ‘응원가 전선’에서도 한치의 양보 없는 결전을 준비 중이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한국 대표팀의 16강 진출 여부보다 월드컵송에서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가 더 커다란 관심사라는 우스갯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월드컵송이 두 라이벌 회사의 경쟁 체제로 2원화되면서 불거진 불협화음은 앞으로 대회가 진행되면서 빚어질 수 있는 또 다른 파열음을 예고한다. 단적인 예는 지난 3월 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월드컵 D-100일 행사.

SKT가 거리응원 주관사로 선정된 이 날 행사에서 불려진 대표 응원가는 윤도현의 ‘애국가 록버전’. KTF 모델인 버즈의 ‘Reds Go Together’나 4년 전 윤도현이 줄기차게 불렀던 ‘오 필승 코리아’는 불려지지 못했다.

반면 같은 날 서울 상암경기장에서 벌어진 대표팀의 앙골라와의 평가전에서는 ‘Reds Go Together’가 응원가로 애창됐다.

붉은악마가 적극 나선 이날 경기에서 후원사인 KTF가 광고하는 이 곡이 응원가로 채택된 것. 같은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면서도 장소와 행사 주최, 참여자가 누군가에 따라 응원가가 달라진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 벌어질 몇 차례의 평가전과 월드컵 대회 개막 이후 벌어질 경기에서도 똑같은 양상이 반복될 수 있다.

응원가를 놓고 빚어진 이런 혼선은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해당 단체들 간의 갈등에도 뿌리를 두고 있다.

지난 2002월드컵 때는 붉은악마를 후원했던 SKT가 자사 광고 모델인 윤도현을 활용해 ‘오 필승 코리아’를 대표 응원가로 연일 방송했으나 이번 월드컵에선 후원사가 경쟁사인 KTF로 바뀌어 버린 것.

또 ‘오 필승 코리아’는 2002월드컵 이후 붉은악마 회원들 명의로 저작권이 등록되고 사실상 ‘광고나 영리적 목적으로는’ 불려질 수 없는 상황이다. ‘오 필승 코리아는 왜 안 부르지?’라는 질문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때문에 KTF는 붉은악마와 공동으로 새 월드컵송을 발표했고 SKT도 윤도현을 앞세워 맞대응한 것.

이에 대해 붉은악마측은 “2002월드컵 때도 여러 개의 월드컵송이 발표됐지만 ‘오 필승 코리아’가 한국팀의 상승세와 함께 분위기를 타고 대표곡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라며 “같은 맥락에서 이번에도 여러 곡의 응원가를 동시에 제작, 발표했다”는 입장이다.

붉은악마 김정연 행정간사는 “특히 이번에는 순수 창작곡을 응원가로 만들어 보려 했다”며 “곡이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대대적으로 불린 적이 없어 평가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광장, 상암구장서 대규모 응원전

특히 응원가로 불리워질 수 있는 지를 확인하기 위해 30여 명이 1~2시간씩 녹음해보기도 했는데 큰 힘 들지도 않고 작업을 마쳤다는 것. 반면 윤도현의 애국가 록버전은 운동장이나 거리에서 팔짝팔짝 뛰며 응원할 때 쉽게 피로해지기 쉽다고 김 간사는 지적했다.

그는 또 거리응원 1번지로 자리잡은 서울시청 앞 응원 참가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거리를 뒀다. KTF 또한 “붉은악마의 후원사 입장일 뿐 어느 장소에서 어떤 노래가 불려지는지는 직접 관여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고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SKT는 “응원가는 기본적으로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며 “서로 다른 응원가를 부르는 것을 두고 배척이나 갈등 같은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볼 사항은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SKT 이벤트 담당 권철근 과장은 “붉은악마측 입장에서는 후원사와의 관계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쨌든 붉은악마가 서울광장 거리응원에 참여하면 월드컵송 갈등 문제는 자연스레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