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상파울루, 범죄 조직 폭동으로 무정부 상태… 공권력에 전쟁 선포

중남미 최대의 경제 도시인 상파울루와 인근 지역이 범죄조직 ‘제1수도사령부’(PCC)에 의한 폭동으로 12일부터 공포의 도시로 변해 버렸다. 폭동과 소강 국면이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까지 300곳이 넘는 경찰서와 교도소 등 관공서가 PCC의 습격을 받았다.

도심에선 은행과 상점 수백 곳도 공격을 받았으며 수십 대의 버스도 불태워졌다. 교도소 80여 곳에서도 폭동이 벌어졌다. 최종 집계가 나오진 않았지만 이번 폭동 사태로 경찰관과 교도소 경비대, 민간인 등 16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엄청난 조직과 자금력 가진 PCC

사상 유례가 없는 범죄조직의 폭동을 일으키며 상파울루 전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PCC는 교도소를 텃밭으로 한 브라질 최대의 범죄 조직이다.

이 조직은 1993년 타우바치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재소자들이 중심이 돼 재소자조합 형태로 결성됐다. 교도소내의 처우에 불만을 품고 교정시설의 파괴와 혁명을 기치로 내걸었다.

브라질 교도소 환경은 미 국무부 인권보고서에 언급될 정도로 열악하기로 유명하고 고문 및 재소자 학대가 공공연히 자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브라질 교도소는 대부분 중남미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재소자가 넘쳐나는 데도 시설은 비좁아 ‘콩나물 시루’를 연상케 할 정도여서 재소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중남미 18개국의 수감자는 모두 60만명에 육박하고 있지만 절반이 넘는 54%가 느려 터진 사법체계 탓에 현재까지 검찰의 구형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수감돼 있다. 구형이 되기까지 수년간 기다리는 경우도 허다해 중남미 교도소의‘인구 밀도’는 하늘을 찌르는 수준이다.

이처럼 열악한 교정 환경에 불만을 품고 결성된 PCC는 이후 교도소 폭동과 탈옥, 마약 및 무기 밀거래, 은행강도, 납치 등을 자행하는 한편 교도소를 바탕으로 조직원을 확보하며 대형 범죄조직으로 성장했다.

2001년에는 3만여 명의 재소자와 가족들이 단 하루 만에 상파울루 주 28개 교도소를 장악한 소요사태를 주동하면서 유명해졌다. 8,000여 명의 재소자와 교도관을 인질을 잡았던 당시 소요사태로 모두 19명의 수감자가 사망했다. 2003년 11월에는 열흘간 경찰서 50여 곳을 기관총과 폭탄으로 공격, 경찰관 3명을 숨지게 해 악명을 날렸다.

이들의 힘은 엄청난 조직력과 자금력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상파울루 지역을 근거지로 두고 있는 PCC는 조직원들이 2만명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경찰 당국은 조직원이 1,500명 내외일 것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동조하는 교도소 일반 재소자까지 합하면 이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고 할 수 있다.

운영자금도 납치ㆍ은행강도ㆍ마약 및 무기밀거래 등을 통해 확보하고 있어 엄청난 액수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부패한 교도관 등 관리들을 매수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매수한 교도관 등을 통해 휴대폰도 밀반입해 외부와 교신하는 방식으로 옥중에서도 범죄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에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한 경찰서와 교도소 폭동 등도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PCC 두목급들이 외부에 있는 조직원들에게 지시해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때문에 경찰은 이번 폭동 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재소자들의 휴대폰 통화 감청을 통해 정보수집에 나섰고 교도소 인근의 휴대전화 무선 기지국을 폐쇄하고 교도소 27곳에서만 재소자로부터 휴대폰 200대 정도를 압수했다.

정치세력화 위한 힘 과시

이처럼 조직화된 PCC가 이번에 공권력을 상대로 사상 최악의 전쟁을 선포한 표면적인 이유는 현재 수감 중인 두목에 대한 이감 조치에 대한 보복이었다고 할 수 있다.

브라질 당국은 최근 은행강도 등의 혐의로 체포된 두목 마르콜라(본명 마르코스 윌리안스 에르바스 카마초) 등 두목급 8명을 포함해 PCC 조직원 765명을 상파울루시에서 620㎞ 떨어진 교도소로 이감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새로 옮겨진 교도소는 경비가 제일 삼엄한 데다 두목급에겐 모두 독방을 쓰도록 조치를 내려 마르콜라가 이에 대한 보복으로 경찰서와 교도소에 전쟁을 선포했다는 것이다.

물론 교도소내 PCC조직원이 월드컵 시청을 위해 TV 60대를 요구했으나 교도소 당국이 거절하자 이에 반발해 폭동을 일으켰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PCC가 두목급에 대한 이감 조치에 대한 보복은 물론 정치세력화를 위해 자신들의 힘을 보여주려고 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브라질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 등 현지 언론들은 PCC가 70만 헤알(약 33만 달러)을 지원해 10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총선에서 2명의 연방 하원의원을 당선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교도소 폭력 문제나 교정 행정의 대대적인 개혁 등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브라질 경찰은 현재 출마 대상자를 색출하기 위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PCC가 브라질 최대의 농민단체인 ‘토지없는 농민운동(MST)’과의 연계설도 떠돌고 있어 이들이 정치 세력화할 경우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견해도 쏟아지고 있다. 특히 PCC 두목 마르콜라는 교도서에서 클라우제비츠의‘전쟁론’을 비롯해 3,000여 권의 서적을 독파하면서 정치 세력화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PCC의 정치세력화 꿈은 이번 폭동 사태에서 일부 드러내고 있다.

PCC는 이번에 이라크 저항세력의 전술을 모방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경찰서와 교도소를 표적 공격했다. 브라질 국민들이 범죄 조직에 대한 반감도 많지만 부정 부패로 얼룩진 공무원들에 대한 반감도 크다는 점을 이용하려 했다는 측면도 있다.

이어 3일째부터는 점차 은행을 공격한 데 이어 시내버스까지 불태웠다. 이들은 차량에 불을 지르기 전에 모든 승객과 운전사를 내리도록 하는 등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살상보다 공포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민심불안을 통해 공권력을 흔들려는 전략이다.

특히 PCC 조직원들은 브라질 군부독재 시절 같이 수감 중이던 좌익 게릴라로부터 조직론까지 배웠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PCC의 꿈의 실현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폭동사태를 계기로 상파울루 시민들이 범죄 조직의 완전 소탕을 주장하고 있고, 경찰도 자신들의 피해에 대한 보복으로 PCC 조직원들을 대대적으로 색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치더라도 브라질에서 범죄 조직이 소탕돼 안정된 치안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브라질의 치안불안은 사실“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른다”는 말이 가장 적당한 표현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심각한 빈부격차 확산에 따른 범죄율 증가와 정부 관리들의 부패, 정부의 치안대책 소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과연‘범죄와의 전쟁’이 제대로 이뤄질지도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더욱이 적정 수용인원을 최고 4배까지 초과하는‘콩나물 시루’인 교도소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수감자 폭동 사태도 계속 되풀이될 전망이다.


황양준 국제부 기자 naiger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