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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허가 장애인 복지 시설의 끔찍한 인권 유린
                "그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인권·장애인 단체 "시설 수용 정책 바꿔라" 촉구



“말 안 듣는 사람들은 2층의 독방에 가뒀어요. 묶어놓고 대소변은 통에 받아냈어요. 원장은 폭행하고, 떠들거나 똥을 싸면 강제로 약을 먹였어요.”
“사람이 죽으면 바로 장의사가 오고 확인도 하지 않고 바로 벽제로 갔어요.”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던 여성은 원장에 의해 임신하여 낙태 수술했어요.”

충격의 증언들이 쏟아졌다. 그런 행각를 벌인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목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형사과는 지난달 23일 경기 김포에서 ‘사랑의 집’ 기도원을 운영하며 장애인들을 성폭행하고 약효가 강한 정신병 치료약을 강제로 먹여 숨지게 한 혐의로 목사 정모(67) 씨를 구속 기소했다.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정 씨의 파렴치한 행각은 수사 관계자들도 혀를 차게 만들 정도였다.

신학대학을 나와 2002년 4월 기도원을 설립한 정 씨는 지금까지 102명의 장애인과 노숙자들을 시설에 수용했다. 이들을 보호하는 명목으로 기초생활수급비와 가족으로 받은 생활비를 고스란히 자신의 통장에 챙겼다. 후원금을 포함해 모두 4억8,000여 만원을 착복했다.

그러나 수용된 장애인과 노숙자들에 대한 대우는 인간 이하였다. 음식은 인근 중학교에서 급식 후 남은 음식과 푸드뱅크 음식을 모아 먹였는데 이마저도 며칠 지난 것들이었다.

정 씨는 또 수용된 여성 일부를 ‘성 노리개’로 삼았다. 3명의 여성을 모텔과 방 안에서 70여 차례에 걸쳐 성폭행했는데, 피해자 중에는 입소자 출신으로 자신의 장애인 아들과 결혼한 며느리(33)도 포함돼 있었다.

불합리한 처우에 반항하는 사람들은 1.5평의 독방에 감금했다. 쇠사슬로 된 ‘개줄’을 손과 발에 채워 감금하고, 반항을 하면 조울증 치료제 등 약효가 강한 정신병 치료약을 강제로 먹였다. 이 과정에서 약물 중독이나 심장마비 등 약물 부작용으로 6명이 목숨을 잃었다.

경악스러운 장애인 '사육 시설'

장애인 수용 시설이 아닌, 사육(飼育) 시설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더욱 경악할 만한 것은 이러한 사회복지 시설의 인권 침해 문제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불과 최근 3~4년 사이만 해도 경기 안양의 B선교원, 경기 양평의 Y정양원, 대전의 S수양원, 충남의 E 사랑의 집 등에서 감금ㆍ학대ㆍ(성)폭행ㆍ후원금 착복 등 인권 유린 사태가 끊임없이 불거져 나왔다.

이 같이 해마다 똑 같은 양태로 사회복지 시설의 인권유린 문제가 반복되어 터져 나옴에도 정부와 지방차치단체는 그동안 뭘 했는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30일 공익변호사그룹 ‘공감’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인권ㆍ장애 10개 단체는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포 미신고 시설의 장애인 살인 사건은 원장 한 개인의 잘못을 넘어, 정부의 잘못된 시설 정책에 따른 ‘사회적인 살인’”이라고 규탄했다.

이들 단체는 “일부 종교인들이 ‘기도원’이라는 편법으로 기준에 합당하지 않게 시설을 파행적으로 운영하고 있음을 정부가 알면서도 외면과 방치로 일관했다”고 성토했다.

현재 정부의 관리ㆍ감독을 받지 않는 미신고 사회복지 시설은 전국에 총 578개소. 보건복지부는 이들 미신고 복지시설에 대해 9월까지 신고시설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 강제 폐쇄 조치에 들어간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강경 정책도 시설의 인권 침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들 시설이 신고시설로 전환된다고 해도 자체 단체들이 인력, 예산 등의 이유로 시설 수용인들의 목소리를 일일이 듣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감시와 통제가 전제되어야 하는 ‘시설’의 근원적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3월 발표한 미신고 복지시설 실태조사에 따르면 신고시설 전환을 추진 중인 시설 수용자 10명 중 4명이 폭행이나 폭언 등의 폭력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이들 중 스스로 원해서 시설에 들어온 경우는 10명 중 겨우 2명에 불과해 ‘입소 자체’가 심각한 인권 침해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 안에서 삶 보장해줘야

장애와 인권 단체 <발바닥행동> 활동가 여준민 씨는 “걸을 수 없다고 혹은 몸의 어디가 아프다고 누가 하루종일 ‘벽’만 바라보는 시설 생활을 하고 싶어하겠는가”라고 시설 수용의 근원적 한계를 꼬집었다. 미신고, 신고 여부를 떠나 ‘시설’ 자체가 인권의 사각지대라는 얘기다.

여씨는 “신고시설로의 전환만으로는 시설이 가진 인권 침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만큼 장애인들이 ‘시설’에 가지않고 지역 사회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자립생활’ 지원 방안을 구체화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탈 시설화’다. 이는 시설 입소는 최후의 선택으로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보장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영국 등 선진국의 복지정책과도 일맥상통한다. 시설 대신, 소규모 ‘그룹 홈’ 등 지역별 자립시설의 활성화와 중증 장애인들의 지역사회생활을 돕는 ‘활동 보조인’ 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현재 265개의 장애인 시설에 더해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총 271개의 시설을 추가로 신축할 계획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현재 약 2만 명을 보호하고 있는 장애인 시설 수용 인원을 앞으로 3만3,000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시설인권연대 활동가 김정하 씨는 “장애인들이 원하는 자립생활 지원은 뒷전으로 한 채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격리ㆍ대상화’하여 관리할 수 있는 ‘시설’ 중심 정책을 굳이 고집하는 정부의 태도는 과연 사회적 약자의 인권과 복지를 책임지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입력시간 : 2006/06/05 15:06




배현정 기자 hj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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