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영향력으로 편집 등 사실상 언론행위… 업계선 "유통 채널일 뿐"

인터넷 포털은 과연 언론일까 아닐까.

최근 정치권에서는 인터넷 포털을 언론으로 규정, 그에 걸맞은 책임을 부여하자는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는 대부분 포털이 뉴스를 제공하는 등 현실적으로 언론과 유사한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은 물론, 기존 언론을 휠씬 뛰어넘는 막강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노무현 대통령도 12일 “(포털은) 미디어가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19일 동료 의원 18명과 함께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을 일부 개정하는 법률안을 공동 발의했다.

심 의원은 발의 취지에 대해 “인터넷 포털은 직접 기사를 생산하지 않지만 기사 가치를 판단해 다양하게 지면에 재배치하고 제목을 바꾸는 등 편집 기능을 통해 실질적인 언론 행위를 하고 있다”며 “이에 인터넷 포털의 정의 조항과 사회적 책임에 관한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언론으로서의 책임 및 국민의 권리 보호에 이바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 "인터넷 포털은 사실상 언론"

현행 신문법에는 인터넷 포털에 관한 규정이 없다. 때문에 포털에서 제공하는 뉴스가 오보이거나 편향, 왜곡 보도이더라도 언론중재위원회의 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 등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는 게 심 의원의 지적이다.

실제로 2005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언론중재위에는 오보나 명예 훼손, 사생활 침해 등 포털 관련 상담 신청이 44건이나 들어왔으나 언론중재위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다른 구제 절차를 안내하는 것뿐이었다.

민주당 이승희 의원도 비슷한 문제 의식을 갖고 신문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인터넷 포털이 신문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까닭에 포털에 실린 기사로 인해 피해를 입어도 당사자가 반론보도 청구 등 적절한 구제 조치를 받을 수 없어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의원측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포털이 실질적 언론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도 사회적ㆍ공적 책임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로 법안을 마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두 의원은 신문법 개정 내용에서는 다소 차이점을 보인다.

우선 심 의원은 인터넷을 통해 각종 매체의 기사를 상시 보도ㆍ제공하거나 매개함으로써 언론의 기능을 행하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인터넷 포털로 규정하는 조항(제2조 5호의 2)을 신설함과 동시에 인터넷 신문(제4조 1항)에 인터넷 포털을 포함하도록 개정했다.

심 의원은 아울러 인터넷 포털 사업자가 자의적, 선정적인 편집과 조회 수 조작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한편 신문의 독자권익위원회 또는 방송의 시청자위원회처럼 독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자문 기구를 두도록 했다.

이에 비해 이 의원은 인터넷 신문을 정의한 제2조 5호에서 ‘독자적 기사 생산’ 요건을 삭제함으로써 스스로 기사를 만들지 않는 인터넷 포털들도 자동적으로 인터넷 신문에 포함되도록 했다.

이 의원은 또 인터넷 신문의 경우 여타 정기간행물처럼 뉴스면 비율을 50%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해 인터넷 언론의 공공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조항은 인터넷 포털에 적용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점이 없지 않다. 전체 서비스의 일부에 그치는 포털의 뉴스 비중을 50% 이상으로 늘려야 하느냐, 아니면 프런트 페이지의 뉴스면을 50% 이상으로 해야 하느냐 등이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치권에서 인터넷 포털을 언론의 범주에 넣으려는 움직임은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두 의원 말고도 신문법이나 언론중재법 개정을 추진하는 의원이 적지 않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는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인터넷 포털과 관련한 법적 보완을 주장하기도 했다.

인터넷 포털, 새로운 언론 권력

인터넷 포털은 이미 여러 조사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입증하고 있다.

한 인터넷 시장조사업체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이용자가 한 달 동안 포털 사이트에 머무르는 시간은 총 인터넷 이용 시간의 절반에 가까운 47.8%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 시간의 절반을 네이버와 다음 양대 포털이 차지했다. 반면 신문, 방송을 포함한 뉴스ㆍ미디어 사이트의 시간 점유율은 모두 합쳐 봐야 고작 3.2%에 불과했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국내 네티즌의 절반 가까이가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접하며, 특히 인터넷 뉴스 소비자의 90%가 포털에서 뉴스를 본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쯤 되면 ‘모든 뉴스는 포털로 통한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실제 요즘 네티즌들은 “무슨 신문에서 기사를 봤다”는 말보다 “네이버에서 봤다” 혹은 “다음에 떴던데” 하는 말을 훨씬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성동규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인터넷 포털은 신문 등 인쇄매체의 영향력을 이미 크게 앞질렀지만 현행 신문법은 이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인터넷 포털을 언론으로 규정하자는 논의는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포털 업계 내부에서도 포털을 언론으로 보는 시각이 없지 않다.

포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종이 신문의 영향력이 인터넷 포털로 상당 부분 이전된 것은 사실”이라며 “사람들이 어떤 ‘매체’를 통해 뉴스를 접하느냐 하는 관점에서 보자면 포털은 분명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포털 업계가 페이지 뷰나 방문자 수를 늘리기 위해 선정적인 기사를 많이 올리고 제목을 자극적으로 바꾸는 것은 경영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이는 언론의 의제설정 기능과 유사한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포털 업계의 공식적인 입장은 ‘포털은 언론이 아니다’라는 쪽에 무게를 둔다. 만약 언론으로 규정되면 기존의 메일서비스 등이 불공정 행위가 돼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그것은 막아보자는 내심이 담겨있다.

네이버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기사는 저작권이 언론사에 있어 손대지 않는 데다 제목을 바꾸는 것도 글자 수를 줄여야 하는 물리적 제약 때문에 이뤄진다”며 “우리는 그저 제휴 언론사의 기사들을 포털에 올리는 역할에 그칠 뿐”이라고 장벽을 쳤다.

인터넷기업협회 김성호 사무국장도 “포털은 뉴스의 생산자가 아닌 유통 채널의 하나” 라며 “뉴스 유통의 영향력이 크다고 해서 언론으로 규정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문들의 반박도 거세다.

구글의 경우 자신들의 사이트에 뉴스 제목과 기사 한 줄만 달아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링크해 주는 역할에 머무는 데 반해 국내 포털들은 각 언론사들의 뉴스를 제공받아 배열을 하고 기사를 전재하는 등 명백하게 편집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신문법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

신문사들은 뒤늦게 ‘재주는 신문이, 돈은 포털이 챙기는’ 기형적 구조에 반격을 시작한 셈이다.

신문사가 제공하는 기사들에 힘입어 정보화 사회의 절대 강자로 떠오른 인터넷 포털. 그 영향력에 상응하는 책임이 지워질지, 신문사들의 향후 대응책이 무엇일지 주목된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