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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
           자연스런 개성 표현으로 인정해야"

[한국사회 노출열풍 지상좌담 - 임정희·조연경·정은지·장소영 씨]



▲ 좌로부터 임정희(주부), 조연경(학원강사), 정은지(여성민우회), 장소영(장이미지대표) / 김지곤 기자


“애마에게 옷을 입혀라.”

1982년 영화 ‘애마부인’의 포스터 카피다. 당시 주연배우 안소영이 전라로 말을 타는 장면이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이후 영화와 연극에서 여성의 노출은 심심찮게 등장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대담한 노출은 ‘화면’ 속에서나 보던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화면에서 나와 노출은 현실에서 길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더 과감하다. 미니스커트를 입고 자랑하는 다리 노출은 기본. 가슴과 등을 훤히 드러내거나 심지어 속옷(팬티)를 밖으로 끄집어내어 입는 과감한 여성들까지 도심에서 눈에 띈다.

한국 여성 10명 중 7명(74%)은 “자신감만 있으면 몸매를 드러낼 수 있다”고 말한다. 생활용품ㆍ식품기업인 유니레버가 최근 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신체에 관한 인식 조사’결과는 이러한 노출에 관한 달라진 세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사회의 ‘노출’ 수위는 어디까지 왔을까? 왜 자신 있게 벗는 여성들이 늘어나는가? 주부, 학원 강사, 이미지 컨설턴트, 여성운동가 등 다양한 경력의 여성 4명이 모여 ‘2006 노출 열풍’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4명의 이력은 이렇다. 임정희(29) 씨. 결혼 3년차 주부다. “자신 있게 벗자”는 컨셉트의 도브 리프팅 제품의 주부 모델로도 활약 중이다. 조연경(27) 씨. 역시 같은 제품의 일반인 모델이며, 본업은 학원 강사다.

정은지(33) 씨. 여성민우회 활동가다. 장소영(43) 씨는 이미지 컨설턴트로 유명한 장이미지연구소 대표다.

이들은 각기 상이한 이력만큼이나 평소 패션에 대한 생각은 다르지만, 노출에 관한 거시적 견해는 일치했다. 노출은 이제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

갈수록 대담, 사회적으로도 익숙해져

- 배꼽티, 홀터넥, 탱크톱, 로라이즈진 등 별별 노출 패션이 등장하고 있는데, 실제 노출 문화가 얼마나 달라졌다고 느끼나요?

▲ 임정희 씨(이하 임 씨): 예전에는 미니스커트만 입고 나가도 하루종일 옷에 신경이 쓰였어요. 자꾸 옷을 내리는 등 외부 시선을 의식했죠. 하지만 요즘은 워낙 노출이 일반적이 되다보니 어느 정도 선까지는 괜찮은 것 같아요. 핫팬츠나 배꼽티 정도 되면 모를까. 얼마 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엘프녀’만 해도 월드컵 길거리 응원에 등장해 가슴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잖아요. 그만큼 우리 사회의 노출 문화가 대담해졌죠.

▲ 장소영 씨(이하 장 씨): 올해 패션 모토는 ‘더 짧게, 더 슬림하게, 더 화려하게’예요. 몇 년 전 TV에서 ‘클리비지 룩’이라고 여성 가슴의 계곡이 드러나게 파인 옷을 입고 나온 연예인들을 보면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랐는데, 지금은 적응이 됐어요. 심지어 웨딩드레스도 어깨가 다 드러날 정도로 대담하게 입고 나오거든요. 미니스커트만 해도 윤복희 씨가 처음 입고 나왔을 땐 충격이었지만, 지금은 보편화됐잖아요. 처음에는 민망해 보이나, 자꾸 보다 보면 익숙해지는 게 유행의 힘인 것 같아요.

- 사회 일각에서는 지나친 노출 패션이 성범죄를 부른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 정은지 씨(이하 정 씨): 성범죄는 노출 패션이 원인이 아닙니다. 성욕을 스스로 제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문제인 거죠. 아이들이 아무리 배고파도 길가다 떡볶이를 마음대로 집어먹지 않잖아요. 사람들은 뭐든 본능대로 행동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유독 남성의 성욕에 관해서는 무분별하게 풀어놓은 우리 사회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장 씨: 맞아요. 남성들은 흔히 여성의 노출 패션을 이성을 유혹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아주 잘못된 생각이죠. 사실 대부분의 여성은 자기 몸에 대한 사랑으로, 몸매를 드러내려고 합니다. 아름다운 모습을 인정 받고 싶은 거죠. 사실 잘 연출된 노출 패션은 당사자에게도, 보는 사람한테도 ‘활기’를 줘요. 불황 때 미니스커트가 유행하는 것도 그런 논리죠. 보는 것만으로도 활력을 주니까요.

- 예뻐보이고 싶은 마음으로 노출을 한다고 말했는데, 그 심리를 좀더 구체적으로 표현해주신다면.

▲ 조연경 씨(이하 조 씨): 옷에 따라 생각이나 기분이 바뀌잖아요. 노출 의상을 입으면 행동도 과감해지죠. 사람들의 시선을 은근히 즐기면서, 모델이 된 것 같기도 하고요. 걸음걸이도 당당해지고, 나름의 자기 최면을 걸게 되는 것 같아요. 꼭 모델 같이 날씬한 몸매가 아니더라도 자신감 있게 입는 모습은 그 자체로 보기 좋을 뿐더러 자신의 삶도 긍정적으로 보게 하죠.

노출은 자심감과 활력주는 패션아이템

- 그러나 노출에도 '조건'이 있는 것 아닐까요. 가령, 날씬해야 한다거나, 젊어야 한다거나 하는 신체조건 말입니다.(유니레버의 설문조사에서는 '몸매를 당당히 드러낼 수 있는 신체조건으로 '현재보다 더 날씬해야 한다(67%)','현재보다 더 젊어야 한다(41%)', '키가 커야 한다(39%), '볼륨이 있어야 한다(26%)'는 응답이 나왔다)

▲ 정 씨: 자신감 있으면 노출한다지만, 솔직히 아직은 예뻐야 한다는 전제가 우리 사회에 팽배한 것 같아요. 며칠 전 버스를 타고 가는데 10대 청소년들이 민소매 티셔츠를 입은 여성을 보고 수근거리더라구요. ‘저러고도 팔을 드러내고 다녀’ 하면서요. 같은 학생들끼리도 뚱뚱한 여학생이 교복 치마를 줄여 입으면 뒤에서 욕합니다. 미니스커트든, 민소매 티셔츠든 입는 사람이 편하고, 보는 사람한테도 별 불편이 없으면 그만인 것을, 모든 사람을 일정한 틀에 끼워 맞추려 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 장 씨: 물론 어느 정도 신체조건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겠죠. 하지만 뚱뚱하다고 주눅들 필요는 없고, 그렇다고 날씬해지기 위해서 무리해서 살을 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미지는 내적인 부분과 겉모습이 합쳐져서 만들어내는 것이니까요. 조금 뚱뚱해도 내면이 아름답고 자신감이 있으면 뭘 입어도 예뻐보일 거라 생각합니다.

- 이제 노출 패션이 여성들만의 전유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 노출 패션을 하는 남성들도 점점 늘고 있는데요.

▲ 장 씨: (남성들의 노출) 고맙죠. 물론 수위를 넘어가는 노출보단 적당한 노출이 보기 좋아요. 사실 몸매 노출이 그냥 되는 건 아니거든요. 노력 없이 타고 나는 몸매는 없어요. 엄청난 ‘자기 관리’의 산물이죠. 그런 점에서 남성 노출을 긍정적으로 봐요. 참고로, 요즘 여자들은 ‘엉덩이가 예쁜 남자’를 좋아한대요. 청바지 입었을 때 엉덩이가 착 올라가는 그런 남자 말이죠.

▲ 조 씨: 남자건, 여자건, 포인트 노출이 멋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다리가 예쁜 경우 상의는 긴 옷을 입어도, 하의는 짧게 입어 다리를 드러내는 거죠. 개인적으론, 만일 그런 과감한 노출이 어울리는 남자친구가 생긴다면 정말 좋을 것 같네요.

- 마지막으로 요즘의 노출 문화에서 바뀌어야 할 점이 있다면.

▲ 정 씨: 사람들이 자신 있게 벗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걸 자연스럽게 봐주는 게 더욱 중요다고 생각합니다. 우스갯소리로 베트남 여성들이 치마를 입은 채 자전거를 타고 가면 이를 빤히 쳐다보는 사람은 한국 남성들뿐이래요. 외국의 누드 비치에 가서 사진 찍는 이들도 우리 한국 남자들이고요. 노출도 자연스러운 개성 표현으로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가 정말 아쉽습니다.



입력시간 : 2006/07/03 14:30




배현정 기자 hj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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