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습도 올라가는 장마철 감염 위험 높아, 개인 위생에 철저해야

▲ 23일 서울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식중독 증세로 양호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 박서강 기자
본격적인 장마로 접어든 여름철에는 음식을 잘못 먹어 뒤탈이 날 가능성이 높다.

무더위에 습도까지 올라가 세균ㆍ바이러스의 증식하기에 알맞은 조건이 생성되면서 음식이 쉽게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대기업에서 납품하는 학교 급식 식에서 탈이나 서울ㆍ수도권 일대 초·중·고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3,000여 명의 식중독 환자가 집단 발생해 수주일째 온 나라가 시끄럽다.

정부도 뒤늦게 급식 실태를 감사하고 법을 마련하는 등 소잃고 외양간을 고치고 있다. 그러나 뭐든지 사고가 나기 전 예방이 최고. 여름철 대표적인 요주의 전염병인 식중독과 예방 및 대처하는 요령을 알아두자.

식중독(Food Poisoning)은 단일 질환이 아니다. 세균 바이러스 화학물질에 오염된 상한 음식을 먹은 뒤 단시간 내 구토, 설사, 복통 등의 증세를 보이는 다양한 질환을 통칭하는 말이다.

크게 세균ㆍ바이러스 등 미생물의 침투에 의한 것과 독소 자체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 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독소에는 보거 등 화학물질이나 해산물에 의한 것이 있고 보튤리늄 등 미생물에서 나오는 것도 있다.

식중독의 원인균은 아주 다양하다. 살모넬라, 포도상구균, 비브리오 등 세균과 로타, 노로, 노어크, 칼리키 등 바이러스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노로바이러스, 병원성 대장균 등이 새롭게 문제가 되고 있는 원인균이다. 특히 노로바이러스는 이번의 학교 급식 사고를 부른 주 원인균으로 알려졌다.

원인균이 여러 가지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잠복기, 합병증 등 증상도 제각각이다. 식중독 증세로 병원을 찾는 경우, 먹은 음식이나 증상을 꼬치꼬치 캐묻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변이나 혈액을 받아 균 배양 검사를 하게 되면 통상 48~72시간이나 걸리기 때문에, 문진(問診)을 통한 원인균 역추적으로 치료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목적이다.

감염 후 발병까지의 잠복기간은 원인이 독소냐 미생물 침투 때문이냐에 따라 다르다.

살모넬라, 시겔라 등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경우 몸 안에 들어온 뒤 증식을 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보통 일러야 6~7시간, 늦으면 24시간 정도까지 걸린다. 반면에 포도상구균, 보톨리늄, 바실로스 등 독소형은 증식시간이 필요 없기 때문에 감염 후 1~6시간 이내로 증세가 나타난다.

또한 먹은 음식의 종류에 따라 원인균을 구별할 수도 있다.

김밥을 먹은 경우라면 포도상구균일 가능성이 높다. 김밥은 손이 많이 가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준비하는 과정에서 손에 많이 묻어 있는 포도상구균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달걀이나 닭고기를 먹었다면 살로넬라균이 의심된다. 살모넬라균은 닭의 대장 안에 많이 있다. 평소에 회, 게장, 맛살, 조개 등을 즐기다 탈이 난 환자라면 비브리오 패혈증ㆍ장염에 걸렸을 확률이 높다.

증상에서도 위와 장에 국한된 것이냐 아니면 전신적이냐 하는 차이가 발생한다. 설사만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복통을 동반하기도 하고, 균이 혈관까지 침입한 끝에 고열, 오한, 쇼크 등 전신 증상이 생겨나기도 있다.

하지만 이런 증상들은 모두 나쁜 물질을 밖으로 배출함으로써 몸을 보호하기 위한 인체의 자연스런 방어작용이다.

O-157 대장균이나 살모넬라균이라면 혈변과 함께 점액이 섞여 나오고, 심한 탈수가 일어나면서 경련과 쇼크가 일어날 수도 있다. 가장 위험한 경우가 O-157 대장균에 의해 생길 수 있는 용혈성 요독증후군이라는 합병증이다. 이는 갑작스럽게 신장기능이 저하되어 노폐물이 몸 안에 쌓이는 질환으로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식중독 치료는 대부분이 증상을 덜어주기 위한 대증요법이다. 증세가 비교적 가벼운 경우 물을 충분히 마시면서 탈수를 막는 게 중요하다. 설사가 나오는 동안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다. 증상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기간에는 먹는 것을 가급적 줄이는 한편 설사가 멎은 뒤에도 미음이나 죽 등으로 가볍게 식사를 재개하는 것이 좋다.

▲ 서울ㆍ경기 지역에서 최악의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 여파로 급식이 중단된 서울의 한 고교 교실에서 여학생들이 도시락을 먹고 있다. / 박서강 기자
▲ 서울·경기 지역에서 최악의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 여파로 급식이 중단된 서울의 한 고교 교실에서 여학생들이 도시락을 먹고 있다. / 박서강 기자

설사를 그치게 하기 위해 지사제(止瀉劑)를 쓰면 장 속 세균이나 독소의 배출도 함께 막을 수 있어 복용하지 않는 편이 낫다. 설사는 대부분 금세 저절로 낫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만일 구토나 설사가 심하고 열이 나면서 탈수까지 계속되면 얼른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평소 건강한 사람이라면 웬만한 균이 들어와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위산의 살균 작용에다가 인체 면역기능의 작동으로 자연치유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런 사람들은 평소에 손을 자주 씻는 등 위생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식중독을 얼마든지 사전에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특히 조산아ㆍ저체중아와 당뇨, 간경화증, 암 환자 등 면역억제제나 제산제를 복용 중인 사람들은 여름철에 식중독을 조심해야 한다. 면역력이 저하된 경우에는 경미한 설사, 구토, 발열 등의 증세라도 곧바로 쇼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름철에는 날 것은 아예 안 먹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귀찮더라도 식재료를 익히고, 삶고, 끊여 먹는 게 가장 좋다. 껍질이 있는 과일은 괜찮다. 여름철에는 휴가를 가면서 음식 등을 차 뒤 트렁크에 장시간 보관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금물이다.

또 방학 때 아이들이 단체 캠프 생활을 할 경우 외부 급식업체 등에서 음식을 대량으로 배달받는 일이 많은데, 인솔자들은 음식의 위생상태를 꼼꼼이 체크해야 집단 식중독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 노로바이러스 정체는 무엇

▲ 전자현미경으로 본 노로바이러스의 모습.

이번 급식 사고의 원인균으로 지목받는 노로바이러스는 신종 바이러스다. 주로 겨울철 설사를 일으키던 것으로, PCR(유전자증폭기법ㆍPolymerase Chain Reaction) 등 분자유전학적 검사법의 발달에 따라 최근에야 비로소 정체를 규명해냈다.

바이러스의 독성은 약한 편이어서 증상도 대체로 가볍다. 구토, 복통, 근육통 등을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하루 이틀 정도 배 아프고 설사하다가 저절로 낫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전염력은 강하다. 감염은 주로 물을 매개로 이뤄지는데 오염된 식수ㆍ채소를 먹었을 때 또는 오염된 물질을 만진 손을 입에 대는 경우 발병하는 일이 잦다.

○ 살모넬라

우유, 달걀, 고기 등 오염된 동물성 식품과 식수를 통해 주로 감염된다. 10~24시간의 잠복기를 거쳐 발명하며 복통, 설사, 발열을 일으킨다. 유아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

살모넬라는 60도에서 20분간 가열하면 죽는다. 10도 이하에서는 증식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음식을 냉장고에서 저온으로 보관하면 안심해도 된다.

○ 포도상구균

직견 1㎛ 내외 포도송이 모양의 구균. 흔한 병원체로 사람 4명 중 1명꼴로 보균자다. 발육 최적온도는 37도며, 열에 저항성이 높은 편이다. 공기 중에서도 오래 생존한다.

단백질이 풍부하고 수분이 많은 크림, 샐러드, 육류(햄 등의 돼지고기 제품) 등이 원인 식품. 포도상구규은 증식 이전에 균이 내는 독소 자체가 문제가 되기 때문에 잠복기가 2시간 이내로 짧다. 장 독소는 내열성이므로 끓여 먹어도 안심할 수 없다.

○ 비브리오장염 식중독

일본에서는 여름철 식중독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식중독균이다. 어패류와 해산물을 날로 먹는 식생활을 가진 우리나라 사람들도 조심해야 한다. 먹은 후 6~48시간 이내 급성 설사 증세를 보이지만 대개 24시간 이내에 자연히 회복된다.

생선과 어패류가 원인 식품. 7~9월에 집중 발생하고, 중증일 때에는 점액변과 점혈변을 보여 이질로 혼동할 수도 있다. 비브리오는 60도로 5분간 가열하면 죽는다. 수돗물 등 민물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므로 잘 씻어먹으면 된다.

식중독 없는 건강한 여름 나기 수칙

-. 음식을 먹거나 조리하기 전이나 외출에서 돌아온 뒤에는 손을 꼭 씻는다
-. 과일이나 야채는 흐르는 물에 씻어 먹는다
-. 김밥 등 음식을 오래 보관하지 않는다. 특히 해산물이나 어패류 등은 1~2일 이내 먹는다
-. 조리식품은 반드시 냉장보관을 한다. 냉동식품은 실온에서 녹이지 않고 전자레인지로 해동하도록 한다
-. 조리대, 도마, 칼 등을 항상 청결하게 한다
-. 음식물을 70도 이상으로 가열해 충분히 익혀 먹는다

신종바이러스 속속 출현… 감시 강화해야

최근 수년간 식중독 발병 추이를 분석하면 주목할 만한 두 가지 변화가 두드러진다. 하나는 원인균이 훨씬 다양해졌다는 점과 또 다른 하나는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감염 원인에 변화가 생겼다는 점이다.

고대 구로병원 김우주 교수는 "노로, 로타, 카보코로나 등 신종 또는 재출현 바이러스가 속속 발견되고 있고, 항생제 남용에 따른 병원성 대장균의 잦은 등장도 큰 골칫거리"라면서 "반면에 항바이러스제나 백신 개발은 이런 다양한 추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위생 수준이 한결 좋아지면서 개인이나 가족의 식중독 발생이 줄어든 대신에 학교 급식 등 집단 발병이 늘고 있다. 즉 집단 급식이 감염의 주요 통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 박민선 교수도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면서 1998년부터 본격화된 학교 급식이 식중독의 주된 위험처"라며 "음식 섭취 장소에 따른 식중독 발생률 통계를 보면 학교 급식소가 전체의 64%나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식중독 등 전염병 대책을 말하면서 감시시스템의 중요성을 빼놓을 수 없다.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퍼지는 전염병의 특성상, 병을 고치는 치료보다도 더 이상의 확산을 막는 방어망을 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감시시스템의 중요성은 1970년대 이후부터 신종 또는 재출현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매년 한 가지씩 발견되고 있다는 추세를 감안하면 특히 더하다.

세계화 가속화로 사람과 먹을거리의 이동 범위가 넓어지면서 전염병의 확산이 갈수록 빨라진다는 것.

김 교수는 "사스는 불과 한달 새 30개국에 퍼져 나갔고, 한동안 수그러들었던 일본뇌염도 지난해 국내에서 수 건의 환자 발생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고 말했다. O-157 대장균도 미국에서 유입된 것이다.

그런데 각종 전염병에 대한 국내의 대응책은 허술하다. 매번 문제가 터지면 야단법석을 떨다가 이내 흐지부지다. 이번 식중독 사태를 부른 학교 급식만 해도 시작할 때부터 지적된 문제점을 번번히 묵살한 탓이 크다.

도움말=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 서울대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


송강섭 차장 speci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