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자원봉사센터 출범 10주년국내 자원봉사센터의 인큐베이터… 6만 6,000여 명의 자원봉사자 등록

▲ 2006 함평 설해 복구.
나도 남을 도와줄 수 있다는 기쁨, 내가 가진 것을 나눠줄 수 있다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자원봉사가 점차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2005 사회복지 자원봉사 통계연보’에 따르면, 전국 각급 기관이나 단체에 등록된 자원봉사자 83만 5,019명 가운데 2005년 1년간 실제로 봉사활동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는 약 35만 명. 1인당 연간 평균 봉사시간은 21시간 45분으로, 한 달에 1.75시간 꼴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자원봉사자의 절반 가량이 학생들로, 일반인 자원봉사자의 참여율이 저조한 것은 사실이다.

구민의 10%가 자원봉사에 나서

7월 9일, 출범 10주년이 열린 서울 송파구 자원봉사센터에는 ‘아름다운 10년 봉사의 산 증인’들이 한데 모였다.

한국교통장애인협회 서울시송파지회 부설 꽃가마차량봉사단 경봉식(65) 씨. 15년 전 교통사고로 족관절 골절 5급 장애 판정을 받고 자원 봉사의 도움을 받다 ‘봉사자’로 거듭났다. 중증 장애인 및 노약자들의 발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를 비롯해 30여 명의 꽃가마봉사대는 1997년 10월 발족 이래 4,200여 차례에 걸쳐 7,300명의 장애인 및 노인들에게 차량 봉사를 해왔다.

국악예술봉사단장 홍정애(61) 씨는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개포동 시범아파트 경로당, 세곡동 방죽마을 경로당, 송파요양원 등 일주일에도 서너 차례 이상 자선 공연을 펼치고 있다.

홍 단장은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게 좋아 봉사활동을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너무나 기쁘다”며 “남들은 고령에 그렇게 몸을 아끼지 않고 다니다 병이라도 나면 어떡하냐고 걱정하지만, 활동을 하다 보면 항상 즐거워 몸도 마음도 더 건강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96년 7월 4일 출범한 송파구 자원봉사센터는 국내 자원봉사센터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홍 씨 등을 비롯해 현재 6만 6,000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가 등록돼 있다. 62만 송파구민 10명 중 1명이 자원봉사자로 등록해 활동하는 셈이다.

이러한 6만 6,000여 명에 달하는 송파구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한 해 동안 펼친 아름다운 손길은 평균 10여 차례. 이들의 자원 봉사 영역도 다양하다.

국내 최초의 ‘지역 화폐 제도’로 물품과 서비스를 나누는 ‘송파품앗이’를 비롯해 노인ㆍ장애인을 위한 차량지원 봉사활동인 ‘사랑의 징검다리’ ‘아름다운 동행’이나, 저소득 가정 주거환경 개선 사업인 ‘사랑의 집 꾸미기’ 등 특성화한 자원 활동 외에도 ‘어린이봉사단’, ‘청소년봉사단’, ‘학부모봉사단’, ‘가족봉사단’, ‘아파트봉사단’, ‘퇴직자봉사단’, ‘시니어봉사단’ 등 다양한 연령 및 계층을 아우르는 봉사단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자원봉사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여전히 낮다. 그것을 깨기 위해서는 사회의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

송파구 자원봉사센터가 10주년을 맞아 송파구 지역에서 봉사하고 있는 성인 봉사자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봉사분위기 조성’(20.4%)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봉사활동 준비’(14.0%)와 ‘봉사교육 확대’(12.8%)가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송파구 자원봉사센터 자원봉사관리자 이소진 씨는 “자원봉사라고 하면 아직도 특별한 일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있는데 ‘너도 하고, 나도 하고’ ‘개인도 하고 단체도 하고’ 식으로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가야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게 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한 번 봉사를 하다 보면 자꾸 빠져들게 되는 기쁨이 있다”며 “봉사를 일상 생활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는 것이 절실하다” 고 입을 모은다.

인터뷰 - 서수용 송파구 자원봉사센터 소장
"봉사는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묘약"

▲ 서수용 송파구 자원봉사센터 소장.

"10년 전에는 자원봉사가 '수준 있는' 부인들이 위문품을 싸고 '사진 찍기' 위해 하는 활동 정도로 오해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봉사하는 사람도 함께 덕을 보는 '자아실현'의 한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송파구 자원봉사센터 서수용 소장은 지난 10년간 자원봉사의 개념이 이같이 변화했다고 밝혔다.

서 소장은 또 "과거 시설에서 빨래를 하거나 청소를 하는 등의 노력봉사가 자원봉사의 주가 되었다면 이제는 수지침이나 영어(통역), 사진 등 '전공'을 살린 봉사의 전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며 "지식이 있으면 지식을, 기술이 있으면 기술을, 시간이 있다면 시간을 봉사하는 등 봉사의 세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자원봉사 경향과 관련해 그는 또 "개인 봉사보단 '봉사동아리'를 통한 단체 봉사가 선호되는 추세"라며 "봉사를 하며 친목도 다지고 힘이 들어도 서로 격려할 수 있기 때문에 '학부형 모임' 등의 봉사모임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송파구 자원봉사센터의 자원봉사자 구성을 보면, 40ㆍ50대 중년층과 10ㆍ20대 학생층이 대다수다. 이에 대해 서 소장은 "학생들은 '숙제' 차원에서 봉사활동에 첫발을 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고 하여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며 "한창 감수성이 열려 있는 학창시절의 나눔의 체험이 평생 봉사 차원으로 이어지도록 우리 사회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어른들의 '숙제'다"고 말했다.

서 소장은 그러나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활동은 봉사가 아니라 '부역'에 불과하다"며 '자발적인 참여'를 강조했다.



▲ 2005 환경정화활동.
▲ 2006 토종우렁이와 참게우렁이 성내천 방생활동.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