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물 등 먹거리에 요주의, 해외여행 땐 풍토병 예방접종 필수

여름 휴가 시즌이 눈앞이다. 벌써 여행 가방을 꾸려 도심 탈출에 나서는 이들이 하나 둘씩 늘고 있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훌훌 털고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 7, 8월 두 달간 해외여행에 떠날 사람만도 자그마치 120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들뜬 기분에 젖어 자칫 방심하다가는 예상치 못한 병에 걸려 휴가지에서 발만 동동 굴러야 할지도 모른다. 국내외 피서지에서 특별히 조심해야 할 질병과 이에 대한 대처요령을 살펴본다.

수영장… 유행성 각결막염 주의보

푹푹 찌는 무더위에는 뭐니해도 물놀이가 최고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즐길 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눈병. 무덥고 습한 날씨로 눈병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까닭이다.

아폴로눈병(급성 출혈성 결막염)은 해를 거르지 않는 대표적인 눈병. 눈이 새빨갛게 충혈되고 눈꼽이 끼는 증상이 확 생겨났다가 1주일쯤 지나 싹 사라지는 게 특징이다.

올해 요주의 눈병은 유행성 각결막염이다. 이미 경남 일대 초·중·고를 중심으로 감염자가 속출하면서 질병관리본부가 최근 ‘주의보’를 내렸다. 아데노바이러스가 원인으로, 전염력이 강한 데다가 증상이 3~4주 정도로 오래 가고 각막혼탁 등 후유증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여름철 눈병의 대부분은 바이러스 탓이어서 뾰족한 치료법이 없다. 평소 위생에 신경을 쓰고 손을 자주 씻는 등 예방에 주력하는 것이 상책이다.

해수욕장… 일사병, 탈수 조심을

따가운 햇빛이 내리쬐는 바닷가에서 장시간 해수욕을 즐기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일사병이나 탈수로 위험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직사광선을 막을 수 있도록 모자를 쓰거나 수영복 위에 긴 소매 옷을 걸치는 것이 좋다.

특히 땡볕에서 2시간 이상의 노출은 금물. 탈수가 오지 않도록 수시로 물을 마시고 이따금 그늘에서 쉬도록 해야 한다. 물론 자외선 차단제 바르기는 기본.

백사장을 거닐 때는 깨진 유리병이나 날카로운 조개껍질 등에 찔려 상처를 입지 않도록 신발을 신는 게 안전하다. 출발 전 소독약, 외상연고 등을 챙기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일. 어린이를 동반했다면 배탈과 감기에 대비한 설사약, 해열제를 갖고 가는 게 좋다.

바닷가에서 해산물을 즐긴 뒤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리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발생률은 낮아 건강한 사람이라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일단 걸리면 사망률이 5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인 질병이다. 특히 간경화 등 간 질환자라면 날 것을 그냥 먹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또 건강한 사람이라도 몸에 상처가 있는 상태에서 바닷물에 들어가면 감염 확률이 높아진다.

산과 들에서는 모기 조심을

등산이나 야외 캠핑 때 가장 조심할 것이 모기다. 한동안 잠잠하던 일본뇌염과 말라리아가 근래 국내에서 다시 고개를 든 상태다. 약국에서 모기기피제를 사서 바르는 것이 좋고 야외에서는 되도록 긴 소매 옷을 입도록 한다.

여행 중 배탈이 나 발열이나 복통, 탈수가 심하거나 대변에 피가 섞인 혈변 증상이 나타난다면 세균성 장염의 가능성이 있다. 이때는 저절로 좋아지기를 기다리지 말고 얼른 병원에 가야 한다.

해외여행 전 유행병 풍토병 예방주사

모처럼 해외여행에 나서는 사람이라면 설레는 마음을 잠시 접고 비상약 등을 빠트린 것이 없는지 재차 점검해봐야 한다. 출국 2주 전까지 건강검진과 예방접종도 마쳐야 한다.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는 다니던 병원을 찾아 몸의 상태를 체크하고 필요한 약을 처방 받아 가는 것이 좋다.

질병관리본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에서 유입된 전염병 감염 사례가 170건으로 1년 새 44%나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말라리아가 45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세균성 이질(44건), 뎅기열(34건), 장티푸스(19건), 콜레라(16건), 파라티푸스(10건)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인도와 필리핀이 각각 27건에 달했고 인도네시아(20건), 중국(19), 캄보디아(14건), 태국(12) 순으로 많았다.

해외여행 중 가장 흔히 겪는 것이 물을 갈아 먹어 생기는 ‘물갈이’, 즉 여행자 설사다. 열대지역의 경우 10명 중 3~4명 꼴로 경험한다. 30~40%가 장 독성 대장균 탓으로 항생제를 먹으면 금세 좋아진다.

음식물이나 물을 통해 옮기는 또 다른 전염병으로는 장티푸스, 콜레라, 세균성 이질 등이 있다.

외국 여행 중에는 반드시 끓인 물을 마시고 손을 자주 씻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위생상태가 좋지 못한 경우 음식점 정수기 물에도 장티푸스나 이질균이 감염돼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아예 생수를 사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콜레라나 이질은 예방주사의 효과가 크지 않다. 여행 전 항생제를 처방 받아 가는 것이 필요하다.

장티푸스 예방접종은 가까운 보건소에서 맞을 수 있는데, 늦어도 출국 10일 전에 끝내야 한다. 예방률은 50% 안팎. 항체가 없는 20~30대 여행자의 경우 A형 간염에 대한 예방접종도 맞아두면 좋다.

해외에 가서도 모기는 요주의 해충. 동남아, 아프리카, 남미 등 열대 혹은 아열대 지역으로 떠날 경우 전염병과 풍토병이 가장 문제가 되는데, 상당수가 모기나 물에 의해 전염된다.

말라리아의 경우 출국 1주일 전부터 귀국 4주 뒤까지 예방약을 먹어야 한다. 가나, 가봉,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가 일부 국가에서는 황열에 대한 백신접종 증명서를 요구하기도 한다. 황열 예방접종을 맞을 수 있는 곳은 국립의료원과 인천 검역소 등 국내 몇 곳 안 된다.

바이러스에 의한 뎅기열은 아직까지 치료약이 없다.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국내에서 매년 한두 건 정도 사망 사례가 보고되기도 한다.

아프리카 오지 등으로 선교여행이나 탐험에 나서는 이들은 수막구균, 파라티푸스 같은 풍토병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한다. 사망률이 50%를 웃돌 정도로 치명적인 것들이다. 열대 밀림 속에서 나뭇가지에 작은 생채기가 나는 것만으로도 파상풍에 걸릴 수 있다.

도움말 = 중앙대용산병원 감염내과 정진원 교수, 고려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김수현 교수, 광혜안과 임진옥 원장


송강섭 차장 speci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