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롯데월드 등 테마파크 입장객 감소로 울상… 수년째 비상 경영

▲ 계속된 악천후로 입장객이 줄어 한산한 모습의 에버랜드.
에버랜드는 입장객 감소로 비상경영 돌입, 서울랜드는 디즈니랜드에 땅 뺏길까 전전긍긍, 롯데월드는 또 사고날까 조마조마···. 요즘 국내 대표적인 3대 놀이공원들이 겪고 있는 속앓이다.

휴가철을 맞아 즐거워야 할 놀이공원들에 예상치 못한 수난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 몇 년새 알게 모르게 입장객이 줄어드는 등 어려운 경영 여건에 봉착한 놀이공원들이 각종 사고 빈발에 주말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는 등 안팎으로 시련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 봄에는 황사가 심했던 데다 여름 들어서는 거의 매 주말마다 비가 오거나 궂은 날씨가 지속되고 있어 올 한 해 영업이 치명타를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때문에 입장 수입과 매출 하락에 시달리고 있는 놀이공원들은 경영 위기론까지 들먹일 정도로 깊은 시름에 싸여 있다.

가뜩이나 놀이공원의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을 더욱 부채질 하는 것은 야속한 ‘비’다. 가족나들이를 하려면 적어도 주말만은 날씨는 맑아야 되는데 올해는 이상하리만치 정반대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

장마가 예년보다 무척 길게 느껴지기도 하거니와 희한하게도 주말만 되면 비가 주룩주룩 내려 대목 장사를 망치고 있다.

제헌절을 낀 지난 3일간의 연휴기간이 대표적 사례. 장마와 태풍이 맞물려 전국적으로 쏟아진 장대비는 휴일 기간인 3일 내내 이어졌다. 이 기간 말고도 7월 들어 주말에 맑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7월뿐만이 아니다. 놀이공원들이 자체 집계한 날씨 현황에 따르면 올해 3~6월 4개월 동안 주말에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은 16일 중 모두 12일이었다. 지난해 비슷한 날씨가 6일이었던 것에 비해 2배로 날씨 여건이 나빠진 셈.

또 올해 황사가 강했던 것도 지난해보다 불리하게 작용했다. 실내 놀이공원인 롯데월드가 그나마 황사 피해를 덜 입은 편이지만 전체 주말 나들이객 숫자의 감소 영향권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디즈니랜드 유치 움직임에 업계 긴장

그렇다고 놀이공원의 침체가 올해 유난히 도와주지 않는 날씨만을 탓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최근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입장객 감소가 여전히 완연해 이제는 놀이공원 시장 자체가 그간의 성장세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침체기나 심지어 사양기로 접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적인 놀이공원인 에버랜드리조트 경우는 올해 입장객이 지난해보다 늘어나지 않는 정체를 보이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체적으로는 전년 대비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올해가 개장 30주년을 맞은 특별한 해라는 점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실적이다. 더욱이 개장 30주년을 축하하는 대대적인 홍보를 펴고 있는 노력까지 감안하면 투자 대비 드러난 실적은 기대 이하라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물을 주제로 한 테마 축제인 ‘서머 스플래쉬’를 벌이고 있는 에버랜드는 특히 한해 입장객이 가장 많아야 할 이번 여름이 하늘에서 물(비)이 쏟아지는 진짜 ‘물 축제’가 돼버렸다고 울상이다.

한국종합유원시설협회 집계에 따르면 에버랜드는 2002년에 입장객 856만 7,443명을 기록하며 정점을 기록한 이후 그것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듬해인 2003년에는 801만 3,347명으로 6.5%나 입장객이 줄었다. 2004년에는 819만 6,855명으로 약간 늘었지만 여전히 2002년 실적에는 크게 못미치고 있다. 지난 해에 이어 올해까지 벌써 수년째 결코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

다른 놀이공원들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유원시설협회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04년 전국 26개 사설 놀이공원 입장객은 3,344만 3,064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3,030만 5901명으로 9.4%나 줄었다. 올해 전망도 지금 추세대로라면 그리 밝지만은 않다.

특히 서울랜드는 이명박 전 시장이 밝힌 디즈니랜드 유치 약속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놀이공원 부지에 대해 서울시와 유상 사용 연장계약을 맺어야 되는데 벌써 수년째 지지부진하고 있기 때문. 오히려 디즈니랜드가 들어설 부지가 서울랜드와 바로 이웃하고 있는 서울대공원 땅이 될 것이라는 소문마저 떠돌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랜드는 현 공원 부지를 개발, 1988년 이후 서울시에 기부 채납한 뒤 16년 2개월간 무상 사용해 오다 2004년 7월 이후 다시 10년 유상 사용키로 약정돼 있었지만 디즈니랜드 유치건 얘기가 나오면서 현재 서울시와 소송을 진행 중이다.

서울랜드는 소송 건이 걸려 있어 고객 창출을 위해 신규 놀이시설을 들여 오는 등 투자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고 이는 결국 서비스 부재와 입장객 감소라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또 3대 놀이공원 중 하나인 롯데월드에서 대형 사고가 이어진 것도 놀이공원 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지난 3월 놀이기구를 타던 직원이 사고로 숨지는 사건이 일어난 것을 필두로 5일간 무료 개장행사를 열었다가 관람객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행사를 취소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난 것. 이후 롯데월드는 사소한 기계고장이나 작은 실수까지도 언론에 크게 보도되는 등 깜짝증을 앓고 있다.

이런 사고 소식은 당사자인 롯데월드뿐만 아니라 다른 놀이공원들에게까지 파급 효과가 미친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비상경영체제 돌입, 놀이객 모시기 안간힘

때문에 놀이공원들도 비상경영에 나서고 연일 대책회의를 갖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에버랜드는 박노빈 사장이 올해 일찌감치 ‘리조트 입장객이 줄어들고 있다’며 비상경영을 선포, 경비 절감에 나서는 등 직원들에게 위기감을 일깨워주고 있다. 특히 국내 놀이공원 1호격인 에버랜드가 최근 몇 년간 연거푸 내부적으로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있는 것은 놀이공원 시장이 구조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간접 증명해 준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서울랜드도 소송 관련 특별팀을 편성, 비상상황에 돌입했고 롯데월드도 각 부서별로 연일 대책회의를 벌이는 등 어려움 극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와 관련 유원시설협회 임경환 부장은 “최근 수년간 놀이공원들이 입장객 감소를 겪고 있는 것은 각 지역에 생태공원이나 무료공원이 늘어나고 지역축제가 활성화되는 것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풀이했다.

예전에는 주말이면 가족이 함께 놀이공원에 가는 것이 여가보내기의 1순위로 거론되곤 했지만 이제는 가족 단위로 다닐 만한 시설이나 이벤트가 동네 주변에 계속 늘어나고 있어 여가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는 것.

또 경기가 수년째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2001년 이후 신용카드 가맹자들이 제공받던 놀이공원 무료 입장 혜택이 순차적으로 사라진 것도 놀이공원 침체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입장객 감소라는 청룡열차를 탄 놀이공원들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올 여름엔 무심한 하늘만 쳐다봐야 할 것 같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