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포털사이트 뒤늦게 가세, 사활 건 시장선점 경쟁 불가피

“여태까지 공룡 포털들과 맞붙은 싸움에서 살아남은 시장은 마켓플레이스밖에 없어요. 이용자, 콘텐츠, 트래픽을 블랙홀처럼 모조리 빨아들이는 국내 포털들의 ‘인하우스 전략’ 때문이죠. 하지만 사용자제작콘텐츠(UCC) 동영상 시장에서도 마켓플레이스처럼 포털이 승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꼭 입증해 보일 것입니다.”

UCC 동영상 서비스 전문업체 대표의 말이다. 네이버, 다음 등 대형 포털들이 UCC 동영상 서비스에 합류한 지 두 달밖에 안 된 요즘, 업계는 아연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막강 포털들의 가세로 ‘포털 vs 동영상 전문업체’의 대립 구도가 새롭게 형성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탓이다.

이처럼 UCC 동영상 시장이 인터넷에서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까지는 전문 사이트들이 서비스를 시작한지 1년도 안 되었지만 순풍에 돛단 기세다. 이런 흐름을 타고 현재 10여 개의 크고 작은 업체들이 UCC 동영상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10여개 업체, 사운 걸고 '올인'

경쟁이 심해진다는 사실은 UCC 동영상 시장에 대한 전망이 그만큼 밝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사운을 걸고 올인할 만한, ‘황금알을 낳을 거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그 이유로 UCC 동영상 시장은 이미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것을 든다.

한국과 비슷한 작년 여름께 서비스를 시작한 미국 유투브(www.youtube.com)의 경우 불과 1년 만에 사이트 이용률 면에서 전 세계 랭킹 13위에 들었을 정도로 급성장을 했고, ‘미국판 싸이월드’라 할 수 있는 마이스페이스닷컴(www.myspace.com)은 미디어 재벌 머독에게 인수되는 대박을 맞기도 했다는 것. 국

내의 경우 동영상 전문 사이트인 판도라TV가 지난 6월 실리콘밸리로부터 60억원의 투자유치를 성공한 바 있다. 국내 동영상 사이트에 대한 가능성을 미국에서도 인정한 셈이다.

사실 최근에야 빛을 보기 시작한 동영상 전문 사이트들은 어느날 갑자기 생겨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 비록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2000년 무렵부터 디지털 콘텐츠의 가능성에 주목하던 몇몇 인터넷업체들이 서비스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동영상 분야는 ‘돈 되는 사업’이 아니라 ‘돈 드는 사업’이라 초창기엔 대부분 중도에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 동영상 서비스는 대규모 인터넷 회선(네트워크)과 하드웨어 저장공간(스토리지) 등 최소 월 수천만~수억 원이 드는 인프라를 갖춰야 비로소 가능한데, 유지비만 잔뜩 들어가고 이용자 수는 보잘 것 없다 보니 수지타산을 맞추기가 불가능했던 것.

최근의 동영상 붐도 따지고 보면 후발 업체들의 서비스 착수 시기가 네트워크와 스토리지 비용이 급감한 때와 맞아 떨어졌기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거기에다 네티즌들의 달라진 문화코드도 동영상 서비스 붐에 힘을 보탰다. 블로그와 개인 홈피 등으로 소통했던 네티즌들이 이에 식상함을 느끼고 움직이는 비주얼이라는 동영상쪽으로 새롭게 관심을 돌린 것이다.

초창기 UCC 동영상 서비스를 가장 먼저 시작한 사이트들은 판도라TV, 엠군 등 전문업체와 ‘야후야미’로 포문을 연 야후. 개인 홈피 열풍을 일으키면서 ‘싸이질’이란 유행어까지 만들어낸 싸이월드, 커뮤니티 서비스를 운영 중이던 다모임 등은 이용자들의 욕구 변화에 맞춰 뒤늦게 동영상 기능을 추가한 경우다.

일부 언론사도 UCC 동영상 시장에 가세했다. 엠군은 디지털 콘텐츠 기술업체 ㈜씨디네트웍스가 18억원을, 조선일보와 디지털조선일보가 각각 9억, 3억원씩 투자한 합작 사이트다.

이제 대형 포털들의 신규 진입으로 UCC 동영상 전문업체들은 사활을 건 경쟁을 벌여야 할 판이다. 전문 사이트들 경우 동영상 시장에서 1~2등 안에 들지 못하면 자칫 대형 포털들에 먹힐 수 있다. 미국에서 60억원을 유치한 선두업체 판도라TV의 경우에도 연말께 가서야 겨우 적자를 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될 만큼 동영상 사이트들의 경쟁력은 취약하다.

게다가 대형 포털들이 동영상 검색 서비스를 통해 UCC 전문업체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아직은 ‘윈윈’하고 있지만, 결별은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포털들이 충분한 양의 동영상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할 것으로 예상되는 연말께가 되면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다는 것.

시장전망 낙관적, 양질의 콘텐츠 확보 등이 과제

그러나 치열한 경쟁은 UCC 동영상 시장의 미래가 낙관적임을 말해준다. UCC 동영상이 기존의 방송과, 영화들과 제로섬 게임을 벌이는 ‘대체재’가 아니라 상생이 가능한 ‘보완재’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MP3 음악 사이트가 뜨면서 음반시장을, 포털 검색 광고가 뜨면서 신문 광고 시장을 급속하게 잠식했지만, 동영상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것. 심지어 론칭되기 전의 영화, 드라마의 홍보영상물을 가져와 동영상 사이트에 올려달라고 부탁하는 업체 관계자들도 많아 일반 영상물과 UCC 동영상과의 윈윈은 현재 진행형이다.

물론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우선 양질의 콘텐츠 확보와 새로운 수익모델의 발굴이 시급하다. 그래서 업계는 UCC 동영상CF 개발과 콘텐츠 오픈마켓 혹은 멀티미디어 콘텐츠 공급자라는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동영상 CF 광고의 경우 최근 그 가능성을 어느 정도 확인한 상태다. “최근 동영상 CF에 대한 광고 효과를 측정한 결과, 클릭률이 일반 배너광고는 0.08~1.5% 선인 데 비해 동영상 CF는 20~30배 가량 높은 3% 안팎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업계 관계자는 말했다.

일부 사이트들은 몇몇 광고주들과 동영상 CF 게재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광고 단가가 CPM(Cost Per Thousand Impression)당 5,000원 선으로 협상 중인데, 이는 일반 배너광고에 비해 광고 효과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수준이다.

TV드라마와 영화에 대한 저작권 침해 시비도 풀어야 할 과제다. 현재 네티즌들이 직접 촬영해 올리는 순수 UCC 동영상물의 비율은 10~20% 선에 불과하다. 애니메이션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동영상 중 상당수가 기존의 드라마나 영화 등을 복제하거나 편집한 것들이라고 보면 된다.

개인 동영상 제작물이 50% 선까지 올라가야 저작권 시비를 불식시킬 수 있고, 또 그래야 각종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한결같이 말한다.

UCC 동영상 시장이 크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그러나 그 산을 넘으면 눈앞은 푸른 바다일 것이다.


송강섭 차장 speci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