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회로 대사질환 인호·도빈이 가족분유 먹고 생활… 제때 치료 못받으면 치명적 뇌 손상 일으켜

영ㆍ유아들이 먹는 분유를 평생 먹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선천성 대사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이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인호(8)도 그런 아이다. 단백질을 분해하는 특정 효소가 부족해 단백질 찌꺼기의 독성이 뇌에 손상을 주는 ‘요소회로 대사질환’이 그의 병명이다.

한창 성장하기 위해 먹고 싶은 것도 많은 나이. 단백질이 들어간 음식을 제한해야 하기 때문에 이것저것 빼고 가리다 보니, 제대로 발육이 이뤄지지 않았다. 또래보다 작고, 체중도 가볍다. 122cm, 22kg. 바람이 불면 휘청거릴 듯하다.

게다가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산만한 편. 때문에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지만, 그래도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내색은 하지 않는다. 그런 인호가 아빠 이재국(37) 씨에게는 마냥 기특하다. “씩씩해요. 말도 잘 듣고요.” 아빠는 인호의 가장 친한 친구다.

“이 병이 가장 힘든 건 멀쩡하다가 갑자기 뇌압이 올라간다는 것이에요. 즉시 조치를 취하지 못하면 뇌 손상이 초래돼 위험하죠.”

아빠는 한시도 인호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 “행동이 평소하고 조금 틀리거나 늘어져서 어디 아프니? 하고 물어도 ‘그냥 졸려’ 하는 정도로 미미하게 표현하니 부모가 세심하게 관찰을 해서 판단해야 되거든요.”

지난 6월에도 조금 행동이 둔해 보여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사를 받았다가 암모니아 수치가 높아 응급조치를 받고 이틀간 입원했다. 5월, 그리고 그 전달인 4월에도···.

부모 중 한 사람은 반드시 아이 옆에 24시간 붙어 있어야 하는 상황. 때문에 시간을 조절할 수 없는 엄마를 대신해 선배가 운영하는 제조회사에 다니는 아빠가 인호를 주로 돌보는 형편이다.

인호는 생후 8개월께 처음 이상 증세를 보였다. 느닷없이 심하게 울기 시작해 병원에 데려갔지만, 이튿날 의식을 잃고 말았다. “피 검사로 암모니아 수치가 높다는 것이 밝혀졌는 데도 의사 선생님들은 그저 ‘왜 올라가지?’하며 당황하시더군요.”

당시 대사질환에 관한 국내 의료진의 연구가 미진한 탓이었다. 다행히 1999년 국내 처음으로 의학유전학클리닉을 개설했던 서울 아산병원으로 옮겨 큰 위기는 넘겼다. “조치가 늦어 돌이킬 수 없는 신체ㆍ정신 장애를 남기는 경우도 많은데 인호는 운이 좋은 편이었죠.”

"병원들 응급 처치 방법 공유했으면"

그러나 요즘도 한두 달에 한 번 꼴로 병원 신세를 질 때마다 아빠의 가슴은 철렁한다. 인천시 부평구 부개동인 인호네 집에서 서울 아산병원까지 걸리는 시간은 일러야 40분, 차가 막히는 출퇴근 시간엔 1시간 30분이 넘게 걸린다. 그래서 가까운 병원에 가서 응급 조치라도 받으려고 하면 “함부로 손을 대면 안 된다”고 치료를 거부당하기 일쑤다.

“처음에는 수액을 달아주고, 관장을 해주는 기본 조치라도 해주더니 지금은 그것도 안 된대요. 이 병이 알려지면서 의료진들이 더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아빠는 “응급 처치라도 받을 수 있도록 병원들이 서로 처치 방법을 공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든 병이 그러하지만, 단시간에 치명적인 뇌 손상을 가져올 수 있는 ‘선천성 대사질환’은 조기 발견과 즉시 대처가 관건이다.

경기 평택시 합정동에 사는 도빈(14)이는 채 생후 열흘도 안 돼 치명적인 뇌 손상을 입어 인호보다 더 중한 상태다. 생후 3일째 포경수술을 받고 퇴원하려 했는데 피를 많이 흘려 수혈을 받아야 한다고 해서 7일째야 퇴원했다. 그러나 다음날 쓰러져 3일 뒤에야 깨어났다.

이후 피검사를 통해 질환이 확인됐지만 “가까스로 살아도 치명적인 장애가 남는다”는 의료진의 선고가 떨어진 뒤였다.

그 잔인한 선고처럼, 고비는 넘겼지만 세상에 나오자마자 심각한 장애를 갖게 됐다. 현재 십대 중반의 나이에도 도빈이가 할 수 있는 말은 엄마, 아빠, 아가 등 몇 마디가 고작이다.

하지만 둘째 예건(12)이에 이어, 2004년 셋째 태훈(2)이를 낳으면서 엄마 유명숙(37) 씨는 더 큰 절망을 경험했다. 질환이 유전되고 있었던 것이다. 예건이는 건강하지만, 태훈이도 ‘요소회로 대사이상’으로 진단 받았다. 임신 중 이미 가능성을 예측했지만, 아이를 포기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엄마는 태훈이에게 특수 분유를 먹이고, 경기가 오기 전에 병원에 데려가서 치료를 받는 등 뇌 손상을 막기 위해 열심히 간호했다. 그 결과 태훈이는 요즘 “엄마 밥 줘” 하며 곧잘 뛰어 논다. 모르는 사람들은 좀처럼 아픈 아이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가 자라면서 점점 건강한 아이들과 거리가 생길 것이라는 게 엄마는 제일 속상하다. 영양이 부족하다 보니, 아이들은 공통적으로 신체 발육의 부진 외에도 언어나 이해력이 떨어진다.

인호 아버지도 올해 초 아이의 주의력 결핍을 치료하기 위해 정신과를 찾았다가 더 큰 실망만 하고 돌아왔다. 이 병을 가진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산만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정신과에서는 별개의 처방을 내려 치료를 포기했다.

▲ 인호가 아버지 품에서 재롱을 부리고 있다. / 임재범 기자
▲ 인호가 아버지 품에서 재롱을 부리고 있다.
/ 임재범 기자

한국선천성대사질환협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기도 한 인호 아버지는 “같은 병을 가진 회원 30명 중에 성인이 된 경우가 없어 불투명한 미래가 더 걱정스럽다”고 말한다. 질환 판정만으로는 군대 면제도 되지 않아 점점 성장하면서 사회에 부적응하게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희귀병 부모들에게는 세상으로부터 아이가 받는 몰이해나 차가운 시선이 여간 견디기 어려운 게 아니다. 도빈이 엄마는 “솔직히 아이가 없을 때는 아픈 사람들이나 장애인들에 눈길이 가지 않았는데 내 자식이 그런 어려움을 겪으면서는 주변의 장애인들을 다시 한번 더 돌아보게 되었다”고 토로했다.

“도빈이가 어릴 때는 얼굴이 예쁘장해서 사람들이 많이 귀여워했는데, 크면서 행동도 달라지고 산만해지니까 사람들이 자꾸 피하네요. 아이는 관심의 표현으로 툭 건드리면 사람들은 때리는 걸로 받아들여 속상해요.”

도빈이 엄마는 “조그만 아이들도 도빈이를 보면 피한다”며 “사람들이 장애인을 보면 멀리하는 것이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나이에 적합한 분유개발 간절

무엇보다 ‘요소회로대사질환’ 환자들에게는 생명줄과 같은 특수분유의 적절한 보급이 절실하다. 인호 아빠도, 도빈이 엄마도 만 3세 이하의 유아를 위한 특수분유만 나오는 현실을 개탄했다.

특수분유는 수만 명 중 한 명 비율로 발병하는 선천성 대사질환에 걸린 사람들에게만 필요하기 때문에 이윤을 기대할 수 없는 기업들이 생산을 기피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아쉽다고 한다. 때문에 우리 나이로 열다섯 살인 도빈이와 아홉 살인 인호도 할 수 없이 ‘만 3세 이하’용 분유를 먹고 있다.

“평생 특수분유를 먹고 살아야 하는 것도 서러운데, 적절한 영양공급이라도 될 수 있도록 연령에 맞는 2, 3단계 특수분유를 생산하게 정부에서 도와주세요.” 부모들은 간절하게 입을 모았다.

◆ 원인 및 증상

요소회로대사질환 중에서 유일하게 X염색체 유전을 하는 OTC(Ornithine transcarbamylase)결손증은 단백질 대사의 노폐물을 인체에서 무해하게 변화시키는 대사 과정에 유전적으로 장애가 있어서 나타난다.

출생 후 수유와 함께 고암모니아혈증을 보여서 진단이 늦어지면 심한 뇌손상 및 사망에 이르는 질환이다. 신생아 3만명당 1명 정도로 발생한다. 시투룰린혈증은 효소 결핍으로 단백대사 노폐물인 암모니아의 정상적인 처리를 불가능하게 하고 인체에 필요한 아르기닌의 합성을 저해한다. 상염색체 열성유전을 한다.

주요 증상으로는 신생아 때 수유 시작 후 2~3일 지나면 구토, 식욕저하, 보챔, 경련 등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지능 저하, 발달 지연, 신경학적 장애도 보고되고 있다.

◆ 진단 및 치료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혈액 속의 암모니아와 소변에 배설되는 대사물질 분석이 필요하다. 모든 형에서 혈중 암모니아가 상승하며, 시투룰린혈증에서는 혈중, 요중의 시투룰린이 증가한다. 고아르기닌혈증에서는 혈중에 아르기닌이 상승한다. 유전자분석으로 보인자, 환자 및 태아의 산전 진단도 가능하다.

급성기 치료로는 혈액투석 혹은 복막투석을 하고 주사요법 등으로 암모니아 수치를 낮추면서 고탄수화물, 고지방 식이를 통해 충분한 열량을 공급한다. 급성기에서 회복되면 저단백 고탄수화물식(단백질 섭취량 1.0-1.5g/kg/일) 및 안식향산 등의 약물 투여로 암모니아 수치를 150mg% 이하가 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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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