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이익은 기대 이하… 정부 규제 강화 불똥 맞을라" 속앓이

성인 도박장 ‘바다이야기’가 문을 닫으면 경마장이나 강원랜드가 덕을 볼까?

바다이야기 등 일부 사행성 게임이 집중 포화를 맞으면서 최근 흘러 나오고 있는 얘기다. 과연 그럴까. 약간은 그렇다.

경마와 강원랜드 카지노가 요즘 ‘바다이야기 반대효과’를 누리고 있다. 바다이야기 파문 이후 조금씩 매출이 개선되고 있는 것. 물론 큰 흐름을 바꿀 만큼 눈에 띄는 변화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막상 KRA(구 한국마사회)와 강원랜드는 되레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왜 그럴까. 바다이야기로 인한 사행산업 규제 불똥이 자신들에게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소문만 무성하던 사행성 게임기에 대한 폐해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 8월 20일. 검찰이 바다이야기, 황금성, 인어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기를 제조한 업체 관계자 11명을 무더기로 구속 기소하면서부터다.

매주 주말 경마를 여는 KRA의 매출이 나아지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다. 토요일인 8월 19일 388억원, 다음날엔 491억원에 불과하던 하루 매출액은 1주일 만에 개선 조짐을 보였다. 26일은 379억원으로 부진했지만 27일은 487억원으로 매출이 늘었다.

본격적인 ‘바다이야기 효과’를 본 것은 9월 이후부터. 2일은 토요일임에도 420억원을 올리더니만 다음날은 533억원으로 모처럼 500억원 대를 넘어섰다. 매출 신장세는 계속 이어져 9일 424억원, 10일에는 또다시 542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KRA는 ‘바다이야기 효과’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데 무척 소극적이다. 내부에서 “오늘 매출이 좀 늘었다”라고 서로 얘기하는 직원들이 있긴 하지만 굳이 바다이야기 효과와 연관시키려 들지 않는다. KRA 노병준 홍보과장은 “매출이 바다이야기 파문 후 조금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공교롭게도 추석이라는 계절적 상승 요인이 작용한 탓이 더 클 것”이라고 설명한다.

KRA가 이처럼 조금이나마 늘어난 매출에 희색을 감추고 있는 것은 최근 수년간 계속된 경마 시장 침체의 골이 워낙 깊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줄어든 매출 하락분을 감안하면 최근 한두 달, 그것도 약간 늘어난 정도의 매출 실적으로 만족할 만한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기 위축에다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지만 경마가 해마다 매출 감소에 시달리고 있는 데는 바다이야기 등 사설 베팅 시장의 확산의 영향이 컸다는 방증이다.

실제 경마의 매출 곡선은 2002년 이후 내리막을 그려왔다. 월드컵이 열린 2002년 7조6,000억원으로 최정점을 기록한 이후 해마다 매출이 감소, 지난해에는 5조2,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역시 지난해보다 성장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

내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는 강원랜드 역시 바다이야기 효과를 누리고 있다. 7월까지만 해도 심각한 매출 부진에 시달렸지만 8월 들어 개선 기미를 보이더니만 9월에는 호조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인근 사북읍이나 태백시까지 사설 게임장이 난립해 영업 잠식을 당해온 강원랜드 역시 ‘바다이야기 효과’를 인정하거나 기뻐하는 모습을 결코 보이지 않는다.

강원랜드 박도준 홍보팀장은 “8월은 성수기인데 카지노보다는 호텔 매출이 늘어난 덕을 본 것”이라고 말한다. 또 9월 매출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지난해 동기보다는 매출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2000년 오픈 이후 해마다 성장세를 보여온 강원랜드 카지노 역시 ‘사설 게임장들의 습격’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해까지는 해마다 매출이 늘어왔지만 올해 들어서는 심각한 매출 부진에 허덕여왔다. 예년의 경우 하루 매출이 20억원 선이었지만 올 들어서는 18억원 아래로 뚝 떨어졌다.

강원랜드나 KRA나 모두 그동안 알게 모르게 ‘피해자’였다는 점에서 동병상련이다. 대부분의 정부 대책이 규제가 손쉬운 경마, 경륜 등 공영 베팅사업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공영 분야는 2003년 이후 위축과 침체를 거듭하고 도리어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사행사업을 확산시키는 악순환을 만들어 왔다는 생각이다.

2004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와 문광부 산하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 따르면 2005년 KRA의 매출액이 5조1,000억원인 데 반해, 불법 사설경마(개인이 마사회 시행 경마를 대상으로 유사 마권을 판매하고 적중자에게 환급금을 내주는 것) 시장은 약 3조4,000억원, 스크린경마와 바다이야기 등 게임 시장은 약 22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결국 경마 등 공영 베팅사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불법, 탈법 사행사업만 키우는 ‘풍선효과’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결국 KRA와 강원랜드가 이처럼 ‘표정 관리’에 먼저 나서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번 바다이야기 효과를 매출 대세 상승의 반전으로 보지는 않기 때문이다. 우선 최근 한두 달새 늘어난 매출 규모가 크지도 않을 뿐더러 지금 정부 단속으로 잠시 잠수하고 있을 뿐 사설 게임장은 다른 형식으로 또다시 고개를 내밀 것으로 보고 있다.

사행성 게임의 폐해가 집중 보도되면서 경마, 강원랜드 카지노, 경륜, 로또 등 기존의 공영 베팅사업들은 사행성 게임과 동급으로 취급받는 게 억울하다는 입장이나 이를 드러내지도 못하고 속만 태우고 있다. 특히 사행성 도박이 사회문제로 불거질 때마다 덩달아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아온 이들 베팅 사업체로서는 매출은 늘지 않으면서 오히려 정부 규제 강화라는 몽둥이를 맞을까 더 걱정을 하고 있는 형편이다.

때문에 이들 공영 베팅사업체들은 사설 게임장과의 본질적인 차별화를 강조한다. 현재 공적기관에서 운영하는 경마와 경륜, 강원랜드(카지노) 등 공영 베팅산업은 베팅과 오락이 결부된다는 점에서는 사설 게임장과 비슷하다. 그렇지만 시행 방식이나 산업유발 효과 등에서는 많은 차이가 있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공영 베팅사업은 국가로부터 법으로 엄격히 관리·감독 받고 있어 성인오락실 등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사행성 게임과 사업 목적이나 운영 형태에 있어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대표적인 사행산업으로 뭇매를 맞아온 경마사업의 경우 축산발전과 마사진흥 기여 명목으로 국가 및 지방재정으로 레저세, 농특세 등 매출액의 18%를 납부하는 등 수익금의 대부분을 농어촌사회복지증진사업 재원 등으로 출연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러나 바다이야기와 같은 사행성 게임에 대해서는 게임산업의 진흥이라는 목적을 표방하고 있지만 개인사업자가 운영 주체이다보니 영리가 최우선시된다. 어떤 방식이든 매출 올리기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을 안고 있다. 매출액의 일정부분을 세금으로, 수익금의 대부분을 공익기금으로 출연하는 공영 베팅사업과 달리 사행성 게임은 사업을 통한 공익 기여가 전혀 없고 수익은 모두 개인영리로 돌아간다. 또한 과도한 사행성에 대한 규제를 하려 해도 불법이나 탈법행위에 대한 국가의 관리·감독도 어려운 현실이다. 사행성 게임이 성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이다.

이에 대해 베팅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마, 강원랜드, 내국인 카지노 등 공영 베팅사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의 확산에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며 “베팅사업에 대한 일방적이고 피상적인 비판보다 사행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에 좀더 관심을 갖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