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천만상상 오아시스'사이트 개설 시민들 아이디어 접수토론 통해 정책화 방침… '잠수교 보행전행' 등은 이미 현실화

“자전거로 한강 선착장과 도심 주차장을 연결합시다.”(이기창)

“버스 천장에 교통카드 체크기를 추가로 설치해 바쁜 출근시간에 환승을 편리하게 하면 어떨까요.”(김규대)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을 구경할 때 버스나 지하철 타기가 어렵다는데 하루 동안 이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1day 교통티켓을 판매하면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조선기)

서울시가 지난 10월 10일 개설한 ‘천만상상 오아시스’(seouloasis.net) 사이트에 올라온 시민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들이다.

기존의 시민 제안 및 창안 제도가 시민의 의견을 듣고 담당 부서는 단순히 결과를 공지하는 수준에 그친 데 비해, ‘천만상상 오아시스’는 시민의 창의적 아이디어에 일반 시민과 전문가, 공무원을 참여시켜 인터넷 토론을 가능케 함으로써 서울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가능성을 훨씬 높였다.

서울시정에 관심 있는 시민은 누구든지 인터넷을 통해 자유롭게 시에 상상제안을 할 수 있고 시는 이를 정책화하는, 서울시-시민 간 열린 소통공간이 마련된 셈이다..

‘천만상상 오아시스’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강조한 ‘창의적이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조직을 만들어 시민 행복지수를 높인다’는 시정 철학이 반영된 것. 오 시장은 취임 직후 행정에 창의력과 상상력을 결합해 조직을 활성화하고 고객 감동을 이끌어 낸다는 취지로 ‘100일 창의서울 추진본부’를 출범시키고 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수렴하는 ‘상상뱅크’를 오픈하였다

빠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한강 장수교가 보행자 전용교량으로 바뀌며 5개 한강 교량에 보행녹도가 조성된다 사진은 가상도.
이어 8월부터 민간 포털사이트 ‘파란’과 제휴해 ‘상상서울’사이트를 구축하고 시민의 창의적인 상상력을 제안 형식으로 수용해왔다.

‘천만상상 오아시스’는 ‘상상서울’ 코너를 이어 받은 것으로 당시 올라온 아이디어는 2,932건. 환경 분야가 935건(31%)으로 가장 많고, 이어 교통(20%) ·문화(16%)· 복지(10%)· 경제(7%)의 순이었다. 당시 댓글이나 추천이 많았던 아이디어들은 ‘천만상상 오아시스’로 옮겨져 열띤 토론이 오가고 있다.

지난 10일 ‘천만상상 오아시스’개설 이후 10월 말까지 700건이 넘는 아이디어가 토론의 대상이 됐다. 시민들이 상상을 펼친 주요 무대는 교통, 환경, 한강, 청계천 등이다. 10월 27일까지 집계된 아이디어를 분석한 결과 교통 분야가 29.3%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환경 분야가 15.7%, 문화 분야가 12.6%로 뒤를 이었다.

“서울시내 버스 중 광역버스를 현재의 준공영화에서 민영화로 전환하면 흑자가 가능하고 시민도 편리할 것”(최영광) “각 지자체 및 구청별로 운영하고 있는 재활용센터를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자”(최지훈) 등 정책 아이디어를 비롯해 “여성 전용 콜택시를 운영해줘요”(김홍기) “교통표지판을 도로 가장자리에 세워, 탁 트인 서울 거리를 만들어요”(허정식) 등 당장 써먹을 만한 아이디어들도 눈에 띈다.

“쓸모없어진 공중전화 부스를 흡연부스로 만들자.”(유영숙) “인천 앞바다 바닷물을 지하 송수관으로 끌어 와 도심에서 해수욕을 즐길 수 있게 하자”(문용수) 등 기발한 아이디어들도 있다.

‘천만상상 오아시스’는 상상제안, 상상토론, 실현회의, 사업시행 등의 단계별 절차를 거쳐 운영된다. 네티즌과 상상누리단(시민평가단)이 댓글을 통해 사이트를 통해 올라온 아이디어나 제안을 1차 평가하고 우수 의견으로 인정되면 시민과 시장, 공무원,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상상 실현회의’의 토론을 거쳐 정책에 반영할지를 검토한다

'천만상상 오아시스' 단계별 처리절차
장혁재 서울시 홍보담당관은 “네티즌들의 추천과 조회 수, 댓글 등을 통해 각 아이디어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를 눈여겨 보고 있다”며 “호응을 얻은 아이디어들은 토론방으로 옮겨 실행 여부에 관해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아이디어는 구체적인 모양을 갖춰 서울시 해당 실ㆍ국으로 넘겨지고, 관련 법령을 검토해 사업계획으로 태어나게 된다.

서울시는 이달 20일쯤 오 시장과 시민, 전문가가 참여하는 첫 ‘상상실현 회의’를 연다. 이 회의에서는 실제로 정책으로 현실화할 아이디어를 선정하고, 제안한 시민에게 ‘천상인(千想人)’호칭을 부여하고,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린다.

장혁재 홍보담당관은 “매월 상상실현 회의를 열어 시민의 창의적인 상상이 중요한 정책으로 태어날 수 있음을 보여 줄 예정”이라면서 “정책 결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토론과정 전체를 인터넷으로 실시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상상서울’의 일부 아이디어는 시정에 반영됐다. “한강에 사람과 자전거만 건널 수 있는 전용 다리를 놓아 문화공연을 즐길 수 있게 하자”(최원희)는 아이디어는 ‘잠수교 보행전용교 조성’으로 구체화됐다

백운석 ‘천만상상 오아시스’ 홍보기획팀장은 “10월 말까지 제안된 700여 아이디어 중에는 외국 관광객을 위한 ‘1day 교통티켓 판매’처럼 시급하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 아이디어들이 꽤 많다”며 “시민들의 호응이 점차 높아져 ‘천만상상 오아시스’의 미래가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천만상상 오아시스’ 운영을 통해 시민의 작은 상상을 소중히 여기고, 이를 시민에 의한 사업으로 시작하여 시민을 위한 정책으로 실현시킴으로써 진정한 ‘시민의 거버넌스’로 발돋움한다는 방침이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