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거졌던 TV시청률 조작 의혹 보도 파문을 계기로 SBS와 시청률 조사기관인 TNS미디어코리아, 그리고 AGB닐슨의 3각 관계가 방송가에 화제가 되고 있다. 방송이라는 무대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이들 3사가 최근 몇 년 새 피할 수 없는 ‘애증(?)’의 관계를 겪고 있어서다.

우선 국내 양대 시청률 조사기관인 TNS미디어코리아와 AGB닐슨미디어리서치는 동업자이긴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숙명의 라이벌 관계다. 지난 2월 AGB는 최대 고객이라 할 수 있는 KBS와 MBC의 시청률 공급계약을 따내기 위한 경쟁에서 TNS에 밀렸다. 이때 AGB는 TNS에 비해 낮은 시청률이 불리하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방송사 입장에서 보면 자사 프로그램의 시청율이 높게 나오는 것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데, AGB의 시청률이 TNS보다 낮다보니 자연스럽게 TNS의 자료를 선택하게 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된 것. 방송사와 시청률 조사기관 간 자료공급 계약은 연간 단위로 이뤄지며 지난해에도 TNS가 주자료 공급회사로, AGB가 부자료 공급회사로 선정됐던 것을 감안하면 TNS가 수성(守城)에 성공한 셈이다. 주자료 공급회사로 선정되면 부자료 공급회사로 선정된 회사와 계약금에서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또 공교롭게도 SBS는 현재 지상파 3대 방송사 중 유일하게 TNS와 조사 계약을 맺지 않고 있다. 지난 2004년 1년여 TNS의 시청률 조사를 활용한 것이 두 회사 간 인연의 전부. 하지만 SBS는 올 초 일부 외주프로그램 시청률이 높게 나온 것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될 때 TNS자료가 인용되는 바람에 TNS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때 SBS는 TNS측의 태도에 크게 불쾌해 했다는 것이 일부 방송가의 전언.

시청율 조작 파문을 취재 보도한 SBS보도국 이주상 차장은 “취재 당사자가 시청률과 밀접한 방송사라는 점 때문에 취재를 하고 나서도 어떻게 보도할 것이냐를 두고 많이 망설였다”며 “방송사와 조사기관 간의 관계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긴 했지만 언론의 사명이라는 판단에서 보도했다”고 말했다. 방송가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실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언론보다는 제3의 기관이 나서서 해야 할 사안”이라며 “이번 SBS보도는 시청률 조사기관의 객관성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줬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