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상담가 최원호 교수가 말하는 '훌륭한 부모 되는 법' 밥상머리 교육 중요… 부모는 아이 적성 발굴하는 매니저가 돼야

공교육의 끝없는 추락, 무너진 교권, 난무하는 학교 폭력···.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열을 자랑하는 교육강국 한국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우울한 현주소다.

초등학교, 아니 심지어 유치원에서부터 ‘전인교육’이란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어도 진짜 전인교육을 받은 학생은 과연 얼마나 될까.

“한국 교육은 이제 달라져야 한다.” 사교육과 입시지옥의 부담에 짓눌려 모두가 그 주장에 공감하지만, 정작 나아갈 방향을 올곧게 제시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한국교육상담연구원 최원호 원장이 최근 펴낸 'PARENTS POWER' (부제 : 자녀 인생 매니지먼트)(순정아이북스 발행)가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한영신학대학교 교수로 ‘자녀가 행복하면서 성공할 수 있는 법’에 관해 열강을 펴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사교육비 1위인 대한민국 학부모들의 고충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겪거나 느낀 것을 생생하게 썼다.

초등학교, 아니 유치원생부터 우리의 자녀들은 모두 일렬종대로 한 곳을 향해 달려간다. 전업주부들은 옆집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서 많이 안다. 옆집 아이가 미술학원을 다니면 내 아이도 보내야 할 것 같고, 또 옆집 아이가 영어를 잘하면 그 영어학원에 보내야 한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는 아이 옆에 함께 있어 주지 못해서 좋다는 학원을 찾아 순례한다. 아이들은 쉴 틈이 없고, 부모들은 부모대로 힘든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최 원장은 그런 부모들에게 화두를 던진다. “부모들이 줏대를 가지고 ‘왜, 무엇을, 어떻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길 바란다.”

공기 좋은 서울 평창동 자택의 전망 좋은 방에서 최 원장은 고백적인 어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소위 일류 학벌은 아니지만, 제가 좋아하는 상담 공부를 했으니까 그게 전 행복해요. 우리 꼬마들에게도 공부를 강요하지는 않아요. 부모가 원하는 ‘판검사’말고, 아이가 정말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아이를 위한 삶을 설계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거든요.”

단순한 자랑이나 겸양의 말이 아니다. 그 만큼 부모의 바른 길잡이가 필요하다는 신념이 묻어난다.

그 말처럼 책 속에서 눈에 띄는 주제들은 ‘일류대 가는 길’을 가르치는 주류의 교육 서적들과는 사뭇 다른 것들이었다. ▲암보다 무서운 학부모 입시병 ▲조기 실패의 지름길, 조기 유학 ▲특별한 목적 없이 고생하는 특목고 ▲의사ㆍ변호사 시대는 갔다 등····.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을 지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김영식 사무총장은 그래서 이 책을 이 땅의 모든 부모들에게 권하고 싶다고 했다. 영어 교육이나 국내 교육에 만족하지 않아 자녀들을 외국에 보냈다는 기러기 아빠들이 넘치는 세태에 대해 ‘당신은 누굴 위해 살아가느냐고’ 묻고 싶단다. 아울러 이 책 속에 담긴 ‘진정 성공적인 자녀 인생을 위해 부모들이 해야 할 일’을 가르쳐주고 싶기 때문이란다. 한성열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이렇게 평했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인 양 착각 속에 빠져 있는 부모들은 아이의 성장보다 부모의 성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다른 아이보다 한 걸음 더 빠르다고 좋아하고, 늦다고 해서 초조할 건 없다. 무조건 1등 만들기에 혈안이 된 부모보다 자녀의 적성과 능력을 발굴해 내는 현명한 부모로서의 매니저 기능과 매니지먼트의 역할을 정립해야 한다는 저자의 혜안에 놀라울 따름이다.”

그렇다면 모든 부모가 알고 싶은 과연 현명한 부모의 역할은 무엇일까.

“유명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뿐만 아니라 자녀에게도 훌륭한 매니저가 필요합니다. 적어도 자녀가 스스로에 대한 셀프 매니저가 될 때까지는 교사와 더불어 부모의 매니저 역할이 중요하죠. 정확한 타이밍에 개입하여 삶을 개척하는 다양한 동기를 부여하고 용기를 줘야 합니다.”

그러한 타이밍은 언제일까. “태어나서 최소 12년 이상은 부모의 매니저 역할이 절대적으로 요구됩니다. 특히 초등학교 때가 가장 영향력이 큽니다. 초등학교 때 잘못된 학습 태도나 습관을 바로잡아주지 못한다면, 중·고등학교에 가서 고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요즘 사회문제로 떠오른 학교 폭력도 알고 보면 어린 시절 부모의 적절치 못한 매니지먼트의 결과라고 한다. 과도한 폭력이 결코 하루 아침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 “어릴 적 엄마를 주먹으로 툭툭 치는 것을 장난으로 여기고 받아주면, 자라서는 발로 차는 폭력으로 커진다”고 경고했다. 또 요즘 부모들이 자녀에게 흔히 내뱉는 ‘맞지 말고, 때리고 오라’는 말 역시 매우 위험한 발언이라고 꼽았다. “친구를 때리는 버릇이 생긴 아이가 나중에 배우자나 부모를 안 때릴까요?” 최 원장은 “요즘 상담을 하다보면 자녀에게 매 맞는 부모가 셀 수 없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학습면에선 최 원장은 자녀 교육의 핵심 키워드로 ‘자율성’을 꼽았다. 스스로 주도적으로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학원에 보내 반 성적 10등 올리는 것보다 훨씬 소중하다고 믿는다. 그는 최근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원 중독 현상이 비단 학창 시절에서만 적용되는 비극이 아니라고 말한다. “요즘 기업 CEO들이 모이면, 기성세대에 비해 신입사원들의 창의성이 오히려 떨어진다는 한탄이 많이 나와요. 족집게 학원 강사가 없으면 공부 못하는 습관이 사회에 나와서도 계속되는 것이죠.”

이해는 가지만 실천은 매우 어려울 것 같은 그러한 ‘훌륭한 부모 되는 법’은 어찌 보면 대단히 간단하다. 바로 근본을 중시하는 것이다. 특히 가정의 ‘밥상머리 교육’은 그래서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른이 숟가락을 든 뒤에야 아이들도 밥을 먹고, 밥 투정하는 아이는 억지로 먹이지 않으며, 밥 한 톨도 가벼이 여기지 않는 마음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가정은 ‘아이들을 옭아매는 구속의 장이 아니라, 자율 속에 규율과 질서를 가르쳐 주는 곳’이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