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기관서 주시설… 국세청 세무조사는 길어져 추측 무성

국내 제약업계 1위를 순항 중인 동아제약이 연초부터 뜻밖의 ‘암초’ 를 만났다. 동아제약을 둘러싼 여러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사정기관의 주목 대상이 되고 있는 것. 동아제약 핵심 구성원의 불법 여부와 경영에 따른 탈법 의혹이 논란이 되면서 관련 기관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공금 유용 혐의도 제기

사정기관들이 우선 주목하는 것은 동아제약이 시가 7억~8억원에 달하는 부동산을 편법으로 강정석 전무에게 증여했다는 의혹이다. 강 전무가 지난해 6월 친척인 강모 씨로부터 경기도 이천시 사음동의 토지 2,953㎡(공시지가 2억7,071만원)를 증여받은 게 문제가 되고 있다. 논란이 된 토지는 경기도 이천의 옛 라미화장품(동아제약 계열사) 부지로 동아제약은 1996년 7월 직원인 정모 씨를 소유자로 하는 명의신탁(名義信託, 소유자 명의를 실소유자가 아닌 다른 사람 이름으로 해놓는 것)을 했다가 2001년 7월 친척인 강모 씨가 매입한 것으로 바꾸었다.

등기부상 강 씨는 지난해 4월 부지를 동아제약에 매도했고 동아제약은 5월 부지를 다시 강 전무에게 파는 형태로 소유권을 이전했다. 하지만 한 달여 뒤인 6월 동아제약과 강 씨와의 매매계약은 해지되고 대신 강 씨가 증여계약으로 강 전무에게 소유권을 이전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동아제약 부지가 친척인 강 씨에게서 증여 형식으로 강 전무에게 소유권이 이전된 것에 대해 강 씨는 “(이천 부지는)본래 동아제약의 땅인데 법인으로 등기할 수 없어 회사 직원인 정모 씨의 이름으로 등기했다가 그가 퇴직한 뒤 내 이름으로 명의를 이전한 것”이라면서 “강 전무에게 처음 매매 형식을 취했다가 나중에 증여 형태로 바꾼 것은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현행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부동산실명제법)에 따르면 명의신탁 약정은 무효이다. 따라서 명의상 소유자인 친척 강 씨가 권리자인 셈이다. 동아제약 부지가 편법으로 강 전무의 소유로 변경한 것에 대해 법조인들은 실제 소유자인 강신호 회장이 업무상 배임죄의 혐의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석한다.

동아제약 의혹 관련 증여 계약서와 공사도급 계약서 등.
아울러 친척 강 씨가 지난해 4월 본래 동아제약 소유인 이천시 사음동 토지 1,081㎡(공시지가 9,188만원)를 매매 형식으로 동아제약에 소유권을 이전한 것도 부동산등기법을 비롯해 과세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동아제약의 공금이 수 차례 개인 용도로 유용된 것도 문제가 될 전망이다.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의 사저에 대한 조경공사가 한 예로 꼽힌다. 강 회장측은 2001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강남구 삼성동 자택의 수목 이식 및 시설물 설치를 위해 H조경회사와 6,600만원의 공사 계약을 한 것을 비롯해 2005년 6월 G조경회사와 1,000만원의 수목보식 공사, O조경회사와 수 차례의 조경공사를 하면서 소요되는 비용을 모두 동아제약 몫으로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제약 자료에는 지난해 5월 경북 상주 무릉리에 있는 강 회장 조상묘에 대한 잔디조성과 조경을 보완하는 데 소요된 비용 400만원도 회사가 부담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법조인들은 “회사 공금을 개인 용도로 유용할 경우 업무상 횡령죄에 저촉될 수 있다”고 말한다.

동아제약이 사옥 및 공장을 신ㆍ증설한 과정도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일각에서 수의계약을 통해 공사대금을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제약은 주로 G건설사와 거래를 해왔으며 2005년에만 해도 원주지점 신축공사와 수원(화성) 영업장 건물 신축공사를 맡겼다. 하지만 동아제약이나 G건설사측은 “건설 계약에 문제될 게 없다”며 “막연한 의혹일 뿐”이라며 일축했다.

박카스 관련 서류 집중 조사

동아제약에 대한 국세청의 조사도 결과 여부를 떠나 큰 부담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10월부터 동아제약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해 아직 진행 중이다. 일반적인 정기 세무조사가 한 달 정도면 마무리되는데, 동아제약의 경우 시간이 길어 구체적인 조사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세청과 정보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세무조사의 주요 대상은 동아제약 대표 제품인 박카스의 매출액 내역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카스는 2005년 매출액이 1,255억원이고 지난해 상반기 매출 비중이 21%에 이를 정도로 동아제약의 기반 제품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11월부터 동아제약의 박카스 관련부서 서류를 정밀 분석해 무자료 거래,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각에선 박카스가 의약품으로 분류돼 일반 식품유통업체에서는 판매할 수 없는 규정에 근거, 편법 거래가 있었는지 여부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아울러 박카스 병에 대한 의혹도 있다. 박카스 병 공급 과정에 ‘단가’차이를 달리해 비자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동아제약측은 “오래전 DㆍJ사 등이 해오던 박카스 병 공급을 몇 해 전부터 계열사인 S사와 계약을 맺고 투명한 거래를 하고 있다”며 항간의 의혹을 반박했다.

그밖에 제약회사의 고질적인 병폐인 병ㆍ의원 리베이트 여부도 타깃이 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일부에선 한 고위 임원의 지난해 판공비가 전년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 리베이트와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지만 억측일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동아제약을 향한 사정기관의 행보가 앞으로 어떤 속도와 깊이로 나아갈지는 알 수 없다. 오는 3월 경영권의 향배를 결정할 주주총회를 앞둔 동아제약 입장에선 ‘의혹’대두와 사정기관 안테나에 걸린 것만으로도 적잖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동아제약이 안팎의‘암초’를 극복하고 제약업계 선두의 위상을 지켜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