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 표심 잡기 위해 구애… 웹 2.0시대 업고 인터넷 등서 산업으로 부각

#1 지난 연말 인터넷에 올라온 ‘여중생 폭행 동영상’이 사회를 들썩이게 했다. 여중생 4명이 동료 여중생을 100여 차례 손찌검하고 강제로 교복을 벗기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 UCC(User Created Contentㆍ사용자제작콘텐츠)가 인터넷에 공개된 사건이다. 파급효과는 엄청났다. 단 하루 만에 115만 명의 조회 수를 기록했고, 경찰이 신속하게 수사에 나서 가해자를 붙잡았다.

#2 2006년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발명품은 바로 동영상 UCC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Youtube)였다. 1984년 올해의 인물로 PC를 선정한 이래 최대의 이변이다. 또 타임지는 지난해 연말 올해의 인물로 ‘당신(YOU)’을 선정했다. 사용자 생산 콘텐츠의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다. 이는 물 건너 ‘남의 나라’ 얘기만이 아니다. 국내의 동영상 UCC의 대표적 사이트인 판도라TV와 프리챌은 지난해의 히트 상품이다. UCC가 동영상을 중심으로 인터넷 지각변동의 핵으로 떠오른 것이다.

UCC, 산업이 되다

지난해부터 거세게 불어 닥친 UCC의 인기는 어느새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야기. 시대의 화두를 넘어 거대한 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인터넷 시장에서 급성장한 업체들은 동영상 UCC에 강점을 가진 곳이었다.

참여, 개방, 공유를 지향하는 ‘웹 2.0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인터넷의 무게 중심이 ‘UCC’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웹사이트 분석평가 전문 랭키닷컴에 따르면, UCC 이용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와 함께 지난해 12월 인터넷 방송 및 동영상 사이트의 월간 방문자 수는 같은 해 1월에 비해 평균 217%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굴지의 거대 포털들도 UCC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부터 동영상 UCC에 대한 공격적 경영을 개시했던 ‘다음’은 새해 인터넷시장 공략의 승부수를 동영상 UCC의 강화에 걸고 있다. 네이버도 동영상 서비스인 플레이(Play) 활성화에 나설 움직임이다.

온라인 마켓도 UCC서비스 경쟁에 돌입했다. ‘옥션’은 15일 판매자가 동영상으로 제품을 홍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를 개시하고, 연내 소규모 판매자를 위한 제작 스튜디오를 지원하는 등 UCC를 통한 판매자 지원에 적극 나선다. 홈쇼핑이 아닌 오픈마켓에서 UCC동영상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송과 연예계의 동영상 UCC 구애도 각별하다. 기이한 사람, 놀라운 사연을 소개하는 SBS 새 오락프로그램 ‘스타킹’은 프로그램 홈페이지 내 ‘스타킹 UCC’를 열어 시청자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가장 재미있는 UCC 동영상은 방송에 소개될 뿐더러 상금도 주어진다.

연예기획사의 연예인 캐스팅 문화도 UCC로 인해 변하고 있다. ‘길거리 캐스팅’ 시대는 구닥다리. UCC 오디션이 대세다. 비를 배출한 박진영이 업계에선 가장 발빠르게 UCC를 주목했다. 그는 포털 다음과 손잡고 최근 펼친 UCC 오디션엔 네티즌 150여 명이 동영상을 올려 여성그룹 ‘원더걸스’의 마지막 멤버가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이수만의 SM엔터테인먼트는 아예 UCC 전문 사이트인 ‘다모임’을 62억원에 전격 인수하고, 캐스팅 등 다양한 활용안을 모색 중이다.

정부 부처, 정치인도 'UCC' 구애

UCC 열풍엔 정부도 가세했다. 14일 문화관광부와 한국문화정보센터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인 방송ㆍ통신 융합 시대에 요구되는 문화콘텐츠 서비스를 전국 네트워크를 통해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갈 문화PD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문화PD가 만든 동영상 콘텐츠는 문화포털(www.culture.go.kr)을 통해 국내외 서비스를 펼칠 예정이다.

표심을 잡기 위한 대선 주자들의 UCC 구애도 뜨거워지고 있다. 23일 판도라TV와 디시인사이드가 공동으로 ‘UCC를 활용한 제 17대 대통령 선거 전략 설명회’를 개최한다는 내용이 알려진 직후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직접 참석을 통보해온 것을 비롯해 각 대선 후보 진영과 정당별 공보실, 지구당 관계자까지 참여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주최측 관계자는 “당초 대선 후보자들과 각 정당 관계자 등 약 100명 정도의 참여를 예상했으나 접수 첫날에만 100여 명의 신청이 몰려 놀랐다”며 “유력 대권 후보들은 UCC의 내용뿐 아니라 누가 먼저 UCC를 오픈하고 활용하느냐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왜 열광하나

전문가들은 UCC 열풍의 이유로 감정과 욕구를 표현하기 위해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신세대의 특성이 UCC와 잘 부합되는 데다 이용자들이 휴대폰 등으로 손쉽게 동영상을 찍어 올릴 수 있는 기술 구현이 맞물렸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이러한 UCC 열풍을 ‘거품’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비판적 시각의 대표적 이유는 양적 확대에 비해 직접 제작한 콘텐츠의 질이 매우 빈약하다는 것.

온라인 미디어 전문기업인 DMC미디어가 네티즌 2,521명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결과, 동영상 콘텐츠를 등록해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13.2%에 불과했으며, 이 중 직접 제작한 UCC 동영상을 올린 사람은 2.6%(전체 응답자의 0.4%)에 그쳤다. DMC미디어 마케팅 리서치팀의 권영준 차장은 “UCC 동영상이 화제인 것은 분명하나 실제로는 많은 이용자들이 직접 동영상을 만드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여과되지 않은 질 낮은 UCC의 양산ㆍ보급도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크다.

여하튼 시민이 직접 생산한 콘텐츠가 이슈를 생산하고 여론을 만들어가며 산업을 이끈다는 점에서 UCC는 ‘1인 미디어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예고하고 있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