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朝鮮(조선)의 자원(字源)ㆍ어원(語源) 고찰朝는 아침·조정·궁실, 鮮은 신선·깨끗 의미… '중국과 대등' 자부

신라 시대 대학자인 최치원의 <帝王年代歷(제왕연대력)>에 따르면 “단군께서 경인년에 도읍을 평양으로 옮기고 국호를 고쳐 ‘朝鮮(조선)’이라 하였다. <동사보감(東史寶鑑)>에 이르기를 그 땅이 동쪽 끝에 있어 일광이 선명한 까닭에 朝鮮이라 일컫게 되었다고 한다”라 하였으니 이것이 가장 널리 알려진 단군의 국호 ‘朝鮮’의 어원이다.

이 외에도 위나라 사람 장안(張晏)의 ‘습수(濕水)ㆍ열수(列水)ㆍ산수(汕水)’라는 강 이름에서 비롯되었다는 설, 만주어에서 관할구역을 뜻하는 ‘주신(珠申)’에서 비롯되었다는 설, ‘아사달(阿斯達)’설 등 다양한 설들이 존재하지만 모두 분명한 것은 아니다.

국호 朝鮮(조선)의 바른 어원을 알기 위해서는 그 구성자인 ‘朝’와 ‘鮮’의 자원(字源)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한자의 종주국이라 자처하는 중국학계에서조차도 현재까지 ‘朝’와 ‘鮮’ 두 글자에 대한 자원을 분명히 파악치 못하고 있어 어려움이 있다.

‘朝’자의 경우 분명한 것은 현대 서체 ‘朝’는 소전체 (조)에서 비롯된 것이며, 소전체는 대전체 (조)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대전체 (조)의 이전 자형으로 추정되고 있는 갑골문자에 대해서는 그 다음 자형인 (조)와 너무나 다를 뿐만 아니라, 중국학계 내에서도 강력한 반대의견(‘萌(맹)’의 갑골자로 봄)이 있어, 朝의 확실한 자원을 알기 위해서는 고대 자형으로 확실히 인정되는 대전체 (조)를 살펴야 한다.

연구 결과 朝는 아침해가 떠 고대의 천자가 국정을 집행하는 모습을 본뜬 글자로, 그러한 모습에서 ‘아침’ 외에 ‘조정’ 및 조정과 관련된 ‘궁실, 정치를 집행하는 곳’의 뜻을 나타낸다.

즉 대전체 (조)는 ‘배(舟, 나라 상징)와 깃발의 합성어에 아침(日)을 내포한 것으로 글자 모양대로라면 선장이 아침에 깃발을 나부끼며 배를 움직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본질적인 뜻은 천자(왕, 선장)가 아침에 제후들과 조정회의를 열어 국정을 도모한다는 의미다.

‘朝’에는 ‘천자가 정치를 집행하는 곳(朝廷)’, ‘제후들이 정기적으로 천자를 뵙고 국정을 보고하다(朝覲)’ 등 ‘천자’의 뜻이 있으며 中國(천자가 있는 중심 지역)과 동의어인데, ‘아침’은 朝가 나타내는 여러 의미 중 하나에 불과하디.

따라서 단군이 국호를 朝鮮이라 한 것은 천손민족을 나타낸 것으로 고대의 용법에 따르면 중국과 대등하거나 천자국의 후예라는 자부심을 나타낸 것이다.

‘鮮’자의 경우, 음은 善(좋을 선)에서 비롯되었으며 鮮에서의 羊은 ‘양 양’이 아니라 ‘善(좋을 선)’의 약체ㆍ생획이다. 즉, 고대 金文(금문)에서는 鮮에서의 羊(양)자의 위치가 오늘날처럼 魚(어)의 오른쪽이 아니라 위쪽이었으니 鮮의 羊은 善의 약체임을 신속히 인지하게끔 한 고대 문자구상자의 배려였다.

정리하면, 鮮(선)은 물고기(魚)가 부패하지 않고 좋은(善→羊) 모양, 즉 신선한 상태를 표현한 글자로 ‘싱싱하다, 신선하다, 깨끗하다, 곱다’ 등의 뜻을 나타낸다.

따라서 국호 朝鮮은 ‘朝光鮮明(조광선명)’의 준말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朝가 꼭 ‘아침’만이 아닌 ‘천자가 정사를 집행하는 조정 또는 천자의 국정 집행’ 등을 의미하므로 朝鮮의 바른 어원은 1차원적 풀이인 ‘아침 해가 선명히 비추는 곳’에서 나아가 ‘조정의 기운이 깨끗한 곳’즉 ‘조정이 정사를 행함에 있어 억울한 백성들이 없게끔 깨끗하고 공평무사하게 집행하는 곳’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렇게 보면 국호 朝鮮과 단군의 홍익인간 사상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종언어연구소 박대종 소장 deejong@hanj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