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시대 주목받는 한국폴리텍대학평생 직업능력 개발로 취업률 90% 기록, 기업체 구인 요청도 해마다 증가

“취업을 원하세요?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싶다고요? 그렇다면 가장 가까운 한국폴리텍대학 캠퍼스를 찾아주세요.”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니 ‘사오정(45세 정년)’이니 하는 말들이 너무나 익숙한 취업난 시대에 한국폴리텍대학(이하 폴리텍대학)이 ‘취업사관학교’의 명성을 다져나가고 있다.

특히 제조업에 필요한 기능ㆍ기술 인력만을 주로 양성했던 과거 모습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이제 취업을 원하는 국민 모두에게 평생 직업능력 개발 기회를 제공하는 학교로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 덕분에 최근에는 대학에 가려는 고등학생은 물론 미취업 상태의 대졸자, 직업 전환을 꿈꾸는 직장인 등 고학력 계층에서도 폴리텍대학을 노크하고 있다.

취업률도 일반 대학보다 높다. 2006년 기준으로 노동부에서 산업학사 학위를 수여하는 2년제 다기능기술자(Technician) 과정은 91.1%, 기능사를 양성하는 1년 과정은 85.3%의 취업률을 기록했다. 일단 입학하면 열에 아홉은 일자리를 얻어 나가는 셈이다.

그렇다면 폴리텍대학이 여느 대학들에 비해 돋보이는 취업률을 자랑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 비결은 역시 현업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즉시 전력감’을 배출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엄준철 기획국장(전기과 교수)은 “철저하게 현장 중심, 실무 중심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어 졸업생들의 현업 적응 능력이 뛰어나다”며 “우리 졸업생을 한번 써본 기업체들은 대부분 흡족하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폴리텍대학의 이론 대 실습 비율은 2년제 학위 과정의 경우 40:60, 비학위 단기 과정의 경우 30:70에 이른다. 강의실에서 책만 뒤적거리기보다 한 번이라도 더 실습실에서 장비를 만져보도록 하는 것이다.

교수진 95%가 기술사·기능장 자격 보유

이런 교육방식이 실효를 거두려면 물론 교수들도 현장 경험이 있어야 한다. 특기할 점은 일반 대학의 공대 교수들과는 달리 폴리텍대학 교수의 약 95%(교양과정 교수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100%)가 기술사나 기능장 등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교수 채용 때 학벌보다도 현업 경력을 중시하다보니 대부분 기업 현장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들이 지원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이 대학에는 여러 분야의 기술사, 기능장 자격증을 대여섯 개씩 가진 교수가 있는가 하면 기능인 최고의 영예인 명장(名匠) 칭호를 얻은 교수도 있다.

폴리텍대학의 독특한 현장 중심 교육훈련 시스템도 취업 경쟁력의 원천으로 평가된다. 그중에서도 산업환경 변화와 산업인력 수요에 맞춰 교과 과정을 융통성 있게 개편하는 이른바 ‘FL(Factory Learning) 시스템’은 이 대학 고유의 학사운영 모델로 꼽힌다. FL 시스템은 간단히 말해 관련 산업체와 연계해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형식의 실무 중심 교육 방식이다.

이에 대해 엄준철 국장은 “가급적 공장과 똑같은 환경을 만들어 교육을 하자는 것으로 수시로 변하는 산업현장과 보조를 맞추기 위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FL 시스템에서는 학생들과 산업체를 잇는 교수의 능동적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이를 위해 폴리텍대학은 소(小)그룹 지도제와 기업 전담제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소그룹 지도제는 1명의 지도 교수가 10명 안팎의 학생을 소그룹으로 편성해 학습과 대학생활, 취업을 책임지고 도와주는 ‘멘토’ 역할을 하는 것. 아울러 기업 전담제는 교수 1인당 10개 기업을 전담 관리하며 현장 기술을 커리큘럼에 반영하는 한편 기업에는 기술 컨설팅, 직원 재훈련 등도 실시하는 등 평소 돈독한 산학연계를 유지하는 제도다.

결국 폴리텍대학에서는 교수들이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기업체와 학생들의 중개자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기 때문에 높은 취업률로 보상받는 셈이다.

이처럼 폴리텍대학이 ‘취업이 잘 되는 학교’로 소문이 나자 좁은 취업문을 뚫지 못했거나 전공을 바꿔 새 인생을 설계하려는 고학력자들의 입학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실제 전문대 이상 학력자의 입학 숫자는 2002년 616명에서 올해에는 2,289명으로 5년 만에 거의 4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중에는 자신이 원래 공부했던 전공을 택해 들어오는 이공계 졸업자도 있지만 기능이나 기술과 무관한 사회, 어문계열 졸업자들도 상당수다.

서울 소재 상위권 4년제 대학에서 외국어를 전공한 김영철(가명ㆍ25) 씨가 그런 경우다. 김 씨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폴리텍대학 통신전자과에 다시 입학해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지만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2년 만에 입증했다.

현장중심 실무교육, 고학력자 입학 늘어

현재 반도체 관련 부품회사에 다니는 그는 “대학교 때는 진로 선택으로 늘 고민이 많았는데 폴리텍대학에서 기술 교육을 받으며 진짜 내 적성을 발견했다”며 “인생 진로를 과감하게 바꾼 건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김 씨는 2년제 과정을 밟았지만 대부분 대졸자들은 1년제 단기 과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미 학사모를 써봤기 때문에 학위가 불필요하기도 하지만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취업에 필요한 기술을 거의 다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엄준철 국장은 “대졸자나 직장인들은 기본적 지식과 이해력을 갖춘 데다 자발적인 동기와 열의를 지녔기 때문에 실습 중심의 교육 방식에 수월하게 적응하는 편”이라며 “특히 이공계 졸업자 등 관련 전공 공부를 이미 해본 학생들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기술을 익혀 나간다”고 밝혔다.

폴리텍대학 졸업생의 높은 현장 적응 능력은 산업계에서도 이미 인정하는 바다. 그 때문에 기업체들은 폴리텍대학 졸업생을 한 명이라도 더 데려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실제 구인 요청률을 보면 졸업생 전체 숫자 대비 500~600%에 달할 정도다.

평생 직장의 신화가 붕괴된 오늘, 이제는 평생 직업이 화두다. 평생 먹고 살려면 결국 ‘나만의 기술’을 갖추는 수밖에 없다. 이처럼 실용적 직업관을 가진 사람들은 지금 폴리텍대학에서 길을 찾아가고 있다.

폴리텍대학은?

한국폴리텍대학(Korea Polytechnic Colleges)은 과거 공공직업훈련을 맡아온 전국의 기능대학과 직업전문학교가 통합돼 지난해 새로 출범한 학교다. 폴리텍대학은 호주, 영국, 독일, 싱가폴 등지에서는 ‘종합기술전문학교’라는 뜻으로 통용되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은 전국을 7개 권역(서울권역, 인천/경기권역, 강원권역, 충청권역, 호남/제주권역, 대구/경북권역, 부산/울산/경남권역)으로 나눠 각각의 권역을 맡는 한국폴리텍I~VII대학과 4개의 특성화대학(바이오, 항공, 섬유패션, 여자)으로 편제가 짜여져 있다. 캠퍼스는 모두 40개다.

이 대학은 기존의 기능인 양성 목적 외에도 현대 사회가 고도의 지식기반 사회로 변해감에 따라 재직 근로자의 직무능력 제고를 돕는 향상훈련 과정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평생학습 사회에 걸맞게 보다 많은 국민들이 평생 직업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문호를 더욱 넓혀 공공직업훈련의 대표기관으로서 위상을 확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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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