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 스튜디오 한국 시장 진출 발표, 2012년 개장 목표… 디즈니랜드·파라마운트 등도 '노크'

한국이 세계적인 테마파크(theme park) 업체들의 격전장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년 전부터 한국 시장을 호시탐탐 노려오던 유명 테마파크들이 잇달아 국내 진출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

그중에서도 미국의 글로벌 테마파크 브랜드인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최근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테마파크 운영업체인 ‘유니버설 파크 앤 리조트’(UPR)는 5월 22일 국내 독점사업권 계약사인 유스코와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 시장 진출에 대한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이날 회견에서 토마스 윌리엄스 UPR 회장은 “한국은 소득, 인구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관심 증가 등 테마파크 개발의 필수 요소를 갖춘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세계 최고의 테마파크 운영 능력을 한국에 접목해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성공적으로 운영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사업 관련 정보를 한국 정부, 국민과 공유하며 지지를 얻어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반드시 한국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현실(reality)이 되도록 하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올랜도 전경

■ 안산·평택 등 수도권 후보지로 거론

UPR과 유스코 측은 부지 선정과 정부 승인 및 테마파크 조성 작업 절차 등을 감안하면 2012년쯤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개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테마파크 후보지로는 경기 안산, 평택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 자리잡은 가장 큰 규모의 영화 촬영장이면서 동시에 ‘쥬라기공원’, ‘슈렉’ 등 블록버스터 영화의 세트 및 특수촬영 장면, 스턴트쇼 등을 즐길 수 있는 대형 테마파크다.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올랜도, 일본 오사카,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지에 테마파크를 두고 있으며 최근에는 싱가포르와 두바이에도 진출을 추진 중이다.

이런 가운데 UPR 측이 한국을 또 다른 사업 후보지로 노리는 것은 높은 시장 잠재력을 주목한 때문이다. 이와 관련, 윌리엄스 UPR 회장은 “한국은 세계적인 테마파크가 들어서기에 이상적인 입지 조건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UPR이 꼽는 한국 시장의 매력은 무엇보다 인구 2,500만 명이 집중해 있는 수도권 지역의 시장성과 함께 중국 등 인근 아시아 국가의 관광객을 흡수하는 데 알맞은 입지 조건을 갖췄다는 점이다.

아울러 UPR은 아시아인을 사로잡은 한류 및 영화산업 콘텐츠, 그리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정보기술(IT) 등도 한국 시장의 장점으로 주목, 유니버설 스튜디오와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사업 모델을 구상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 시장을 노리는 테마파크는 유니버설 스튜디오뿐만이 아니다.

세계 최고의 인지도와 경쟁력을 갖춘 디즈니랜드도 수년 전부터 한국 진출을 시도해 오고 있다. 디즈니랜드는 서울 인근에 테마파크를 열겠다는 계획을 갖고 오랫동안 서울시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테마파크 유치를 통해 관광산업 육성 및 고용 창출을 기대하는 서울시는 이미 과천 서울대공원을 테마파크 사업 용지로 제안해 놓은 상태다.

홍콩 란타우 섬에 조성된 '홍콩 디즈니랜드. 디즈니랜드도 한국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디즈니랜드가 서울 지역에 입성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양측이 사업 조건에 대해 적지 않은 의견 차이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디즈니랜드와의 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 대비해 다른 테마파크 사업자들과도 대화 창구를 열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파라마운트, MGM 등 미국 유명 영화사들도 자사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테마파크를 앞세워 한국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특히 파라마운트는 최근 인천 송도에 대규모 테마파크를 조성하기 위해 대우자동차판매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데 합의했다. 15만 평 규모로 개발될 파라마운트 코리아(가칭)는 인천 아시안게임이 열리기 전인 2013년 무렵 개장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미국계 거대 테마파크의 공세가 가열되고 있지만 한국 시장의 빗장이 그리 쉽게 풀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부지를 확보하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테마파크는 집객(集客) 효과를 높이려면 최소 10만 평 이상 규모는 돼야 한다. 그런데 국내 땅값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폭등하는 바람에 부지 매입 비용도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치솟았다.

국내 진출을 타진 중인 테마파크 업체들이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부지 매입과 관련한 혜택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더욱이 최대 시장인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는 땅값 외에도 규제라는 변수가 또 다른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현행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수도권의 자연보전권역에서 6만 평방미터(약 1만 8,150평) 이상의 관광지 개발을 금지하고 있다.

대규모 테마파크 건설 자체가 원천적으로 난관에 부딪힌 셈이다. 과거 덴마크의 레고사가 경기도에 ‘레고랜드’ 조성을 추진하다가 포기한 것도 현행 수도권 규제 법령 탓이 크다.

■ 정부 규제완화 움직임

하지만 최근 유니버설 스튜디오 국내 진출 선언과 맞물려 정부 내에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5월 1일 취임 한 달을 맞아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은 주목할 만하다.

한 총리는 이날 “경제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서비스 산업에 대한 규제의 대폭 완화가 필요하다”면서 “과거 덴마크 레고나 미국 디지니랜드,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이 많은 규제 때문에 한국에 진출하지 못했는데 이런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정부 정책의 조정자 역할을 하는 국무총리의 입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간단치 않은 무게가 실린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정부가 테마파크 사업 추진이 원활해질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바꾸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해외 테마파크들이 설령 정부 규제를 넘더라도 한국 시장에서 곧바로 성공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는 국내 테마파크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10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데다 에버랜드와 롯데월드 등 토종 테마파크가 서울 및 수도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비롯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에버랜드와 롯데월드는 나름의 특징과 다양한 시설, 프로그램 등을 내세워 이미 국제적인 수준에 오른 테마파크들”이라며 “외국 업체들이 들어온다고 해서 쉽게 시장을 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시각에 대해 UPR 측은 새로운 프로그램과 시설만 갖춘다면 얼마든지 신규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토종 테마파크와 디즈니랜드,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 서로 다른 테마파크가 공존하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는 테마파크의 자체적인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결국 입지 조건이 사업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와 관련, 롯데월드 관계자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경우 우리 국민들도 친숙한 영화 캐릭터를 많이 보유해 도심권에 위치한다면 엄청난 흡인력을 보일 것”이라면서도 “현재 거론되는 것처럼 서울서 두 시간씩 걸리는 위치에 자리잡는다면 주말 영업에 국한될 수밖에 없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킹콩, 죠스, 쥬라기 공룡, 슈렉 등 막강한 볼거리를 앞세운 미국계 거대 테마파크들의 한국 상륙 작전은 결국 어떤 지점을 선택할지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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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