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등교육법 개정안 발의 이주호 의원지식인 사회의 소외계층, 최저 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수입으로 '보따리 장수' 전락

“대학 시간강사는 어쩌면 우리 사회가 끌어안아야 할 마지막 소외계층일지도 모른다.”

이런 말을 들으면 대학생들은 좀 의아해할 것이다. “우리를 가르치는 똑똑하고 지적인 강사님이 왜….” 상당수 일반 국민들도 비슷한 반응이지 않을까. 많이 배워 대학교 강단에까지 서는 인텔리들이 무슨 소외계층이냐고.

하지만 분명 그 말은 아주 사실에 가깝다. 주당 11시간 강의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시간강사가 1년 동안 버는 수입(강의료)은 평균 1,080만원에 불과하다. 월 평균 90만원. 3인 가구의 최저 생계비 97만여 원에도 못 미치는 쥐꼬리 수입이다.

시간강사들은 대부분 박사, 석사로서 남들보다 많은 학비를 들여 오랜 기간 공부해 그 자리에 섰지만 정작 학교에서 받는 처우는 너무나 초라하다. 우리 사회도 그들의 실상을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무관심으로 방관했다.

다만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이 대학 저 대학을 전전하는 시간강사들의 비애를 ‘보따리장수’라는 말로 동정해왔을 뿐이다.

이런 터에 최근 이주호 한나라당 의원(교육위원회)이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대학교육 정상화, 고등교육의 질 향상, 국가 차원의 학문 후속세대 양성을 위해서라도 시간강사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간강사 처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국내 대학의 경쟁력 강화라는 차원에서 간과할 수 없는 문제였다. 대학 강의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시간강사들이 처우에 만족하지 못하면 강의의 질은 당연히 떨어지게 돼 있다.

정부가 그동안 BK21, 누리사업 등을 통해 대학에 재정 지원을 많이 했지만 효과가 불투명한 데다 돈이 실제 써야 할 곳에 가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시간강사)에 대한 직접 지원이 대학 경쟁력 강화에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개정안 말고도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법안이 발의된 적이 있었지만 흐지부지된 상태다. 국회 통과에 자신 있나.

“이번 법안에는 시간강사 문제를 풀 현실적 해법이 담겨 있다고 자신한다. 예전 법안들은 시간강사에게 당장 전임강사와 같은 지위를 부여하자는 내용이어서 재원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그 때문에 일각에선 소요 재원을 막연히 수조 원으로 부풀려 반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논의를 현실적으로 하기 위해 ‘고용 보조금’(employment subsidy)이라는 개념을 가져 왔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예산으로 대학은 고용을 유지하고 시간강사들은 임금을 올려 받을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다.

정부 지원 예산은 BK21이나 누리사업 등 목적 달성이 끝난 기존 대학관련 사업 예산 등을 전용하면 충당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임금으로 시간강사를 활용해온 대학들이 개정안에 반대하지 않을까.

“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오히려 반길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물론 대학 측이 부담해야 할 4대 보험료는 좀 부담스러워할 수 있겠다.”

-시간강사를 교수가 되기 전에 어쩔 수 없이 잠깐 거쳐가는 관문쯤으로 여기는 시각이 많은 것 같다.

“결코 그렇게 볼 문제가 아니다. 시간강사 중에는 오랫동안 그 지위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많다. 적절한 처우 개선이 꼭 필요한 이유다. 설령 잠시 거치는 단계라 하더라도 지금처럼 열악한 조건이라면 그 단계를 넘기 전에 좌절하고 만다.

학문 후속세대 단절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시간강사는 교수로 가는 직업경로(career ladder)의 첫 계단이 돼야 하는데 지금 우리 현실은 넘지 못할 ‘허들’(huddle)로 작용하고 있다.”

-전임 교수들의 무관심과 이기주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전임 교수들의 시간강사에 대한 태도는 우리 사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문제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자신의 기득권과 이익을 놓치지 않기 위해 동료의 아픔을 외면하는 것이다.

전임 교수들은 이른바 철밥통이라는 표현처럼 과도하게 보호받고 시간강사들은 뼈빠지게 일해도 합당한 보상을 못 받는다는 건 잘못된 일이다.”

이주호 의원실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전국 대학에서 강의를 맡고 있는 시간강사는 약 5만~6만 명(중복 출강 제외)으로 6만 6,000여 명에 이르는 전임교원 숫자와 큰 차이가 없다. 또한 전체 대학 강의의 3분의 1은 시간강사가 담당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강의평가 결과는 전임교원과 대등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ㆍ공립대, 사립대의 전임교원 대 시간강사의 전체 인건비 총액을 비교하면 전임교원이 시간강사의 8배 안팎에 이른다. 물론 전임에는 연차가 높아 고액 급여를 받는 교수, 부교수들이 많이 포함됐음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큰 차이가 아닐 수 없다. 시간강사의 평균 연봉은 가장 낮은 단계의 전임강사 그룹과 비교해도 20~30% 수준에 불과하다.

이 의원은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대학 교수들에 대한 평가시스템 개선과 더불어 고용 관행의 합리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임 교수와 시간강사로 확연히 구분된 경직적 고용 관행을 깨야 선의의 경쟁이 활발해져 궁극적으로 학생들의 실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개정안 마련 과정에서 시간강사들을 만나 의견청취를 했을 텐데.

“대부분 4대보험 보장이 안 되는 문제, 방학 때는 급여가 끊기는 문제, 학교에 가도 연구나 강의 준비를 위한 변변한 공간이 없다는 문제 등을 주로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스스로 목소리를 높일 수 없는 처지였다. 학교 측에 밉보여 불이익을 받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향후 고등교육법 개정안 추진 일정은 어떻게 되나.

“일단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여론 조성 작업도 단계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조만간 개정안과 관련된 당사자들을 모아 국회에서 공청회도 열 것이다. 이번 9월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일단 교육위원회 위원들도 명분에 공감하는 분위기라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 의원은 세부 전공으로 노동경제학과 교육경제학을 전공했다. 1995년 교육개혁위원회 전문위원으로 교육문제와 인연을 맺은 뒤 지금껏 한우물을 파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문제의 해결을 위한 개혁 목소리를 자주 내 주목받아왔다.

● 이주호 의원 고등교육법 개정안 주요 내용

시간강사 명칭을 ‘강사’로 변경하고 교원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한 게 골자다. 아울러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보수 등 강사의 처우 개선과 지위 향상에 소요되는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ㆍ보조하도록 했다.

현행법에서는 교수, 부교수, 조교수 및 전임강사만 대학의 교원으로 규정하고 있어 시간강사들이 법적 지위를 부여받지 못하는 빌미가 된 것.

또한 급여 현실화와 관련해서는 2005년 국ㆍ공립대 전임강사의 평균 연봉(약 4,500만원)의 최소 50% 수준인 2,250만원을 기준점이 되도록 했다. 이 의원은 급여 인상분과 4대 보험료 등을 합치면 2008년 기준 약 7,400여 억원의 추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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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