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의회 유치 재도전 결의안에 도내 42개 시민단체 반발"쫓기듯 중대 결정 졸속으로 처리… 실패 원인부터 검증해야"

“강원도 발전을 위해 2018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해야만 한다.”(찬성)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 원인을 조사하고 재도전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라.”(반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두 번 실패하면서 과연 세 번째 도전을 해야 하느냐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결선 투표에서 근소한 차로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아쉬움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다음 도전 여부를 놓고 각계 각층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

평창의 동계올림픽 3수 도전 여부를 둘러싼 논란에 불이 붙은 것은 지난 달 강원도의회가 ‘3수 도전’에 본격 시동을 걸면서부터다. 강원도의회는 지난 7월16일 비공개 의원총회를 개최,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 재도전을 결의안으로 채택했다. 결의안은 이어 본회의에도 상정돼 원안대로 결정됐다.

이에 반발한 것은 시민단체들. 도내 시민단체들의 연합체격인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강원연대회의)는 “본말이 전도된 동계올림픽 재도전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며 즉각 3수 도전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강원연대회의에는 강릉경실련, 동해환경사랑회, 원주시민연대, 백두대간보전회, 속초경실련, 춘천여성민우회, 춘천환경운동연합, 횡성21세기정책연구소 등 도내 각 지역 42개 소속단체들이 참가하고 있다.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에서 평창이 탈락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강원도 평창군청에 모였던 어린이들이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평창= 김주성기자

강원연대회의 주장의 골자는 우선 지난 실패에 대한 검증 작업부터 거치고 이를 토대로 도전 여부를 결정해 임하자는 것. 3수 도전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닌 점 또한 분명히 하고 있다.

강원연대회의는 이를 위해 충분한 도민여론을 수렴하고 강원도의회의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행정조사권 발동과 시민단체와 공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강원 도내 시민단체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부분은 강원도의회 의원총회에서의 2018동계올림픽 유치 재도전 결의안 채택 과정.

사안에 대한 총체적인 검토나 의원 개개인들의 의견 피력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이 됐다고 이들 단체들은 지적한다. 특히 3수 도전을 논의하는 도의회 방청을 사전에 요청했음에도 공개를 거부한 채 결정됐다는 데 대해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원연대회의는 특히 강원도의회 결의안이 전체의원의 총의를 모아 채택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재적의원 40명 중 32명이 참가, 27명이 찬성하고 5명이 반대한 가운데 이루어졌는데 동계올림픽 3수 도전을 목표로 의원들을 독려하는 등 소신토론이 이루어 질 수 없는 분위기 속에 처리된 비민주적이고 대표성 없는 결정이라는 것이다.

강원연대회의는 성명서를 내고 “동계올림픽 3수 도전이라는 중대한 결정이 충분한 조사와 찬반 토론 없이 쫓기듯이 졸속으로 이루어진 점에 대해 강원도의회가 더 이상 150만 강원도민의 대표기관이 아니라 집행부의 거수기로 전락했다고 규정한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평창의 동계올림픽 3수 도전은 올림픽 유치 효용론으로도 비화하고 있다. 과연 올림픽 유치만이 강원도의 미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겠냐는 물음에서다. 강원도의회는 이에 대해 결의안에서 “강원도민이 좌절하지 않고 굳건히 일어나 재도전하기만 하면 강원도의 빛나는 미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동계올림픽 3수 도전 성공의 방략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또 “2018년 재도전을 포기한다면 강원도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도민을 향해 근거 없는 협박까지 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한다.

김진선 강원도지사가 6일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단과 함께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후 도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에 대해 강원연대회의는 강원도의회 주장처럼 2018년 동계올림픽을 재도전하면 어떻게 강원도의 빛나는 미래가 보장되는지, 재도전을 포기하면 왜 강원도가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전락하는지 규명하기 위한 공개 토론회를 공동개최할 것을 제안해 놓고 있다.

평창 동계 올림픽 3수 도전 논의는 김진선 강원도지사의 지난 도정 정책과도 함수관계가 없지 않다. 상대적으로 평창을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는 찬성 의견이 우세한 반면 춘천 등의 기타 지역에서는 반대 견해가 만만찮은 것. 일례로 지난 해 도내 혁신도시 선정에서 원주가 선정되면서 경쟁에서 탈락한 도시들은 반감이 적잖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3수 도전을 하면 반드시 동계올림픽 유치전에서 승리할 것이냐는 점에서도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이번 두 번째 도전에서 오일 달러와 푸틴의 지원을 등에 업은 러시아 소치라는 강력한 복병을 만나 평창이 탈락한 것처럼 다음 도전도 결코 승리를 기약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이 지난 달 청와대 영빈관에서 2014 평창동계올림픽 유치활동 관계자들과 가진 격려 오찬 자리에서 평창의 재도전 여부에 대해 참석자 모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용성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강원도가 먼저 결정할 일이다. 4년이나 남았다”고 언급했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역시 “제가 대답할 문제가 아니다. 국민전체가 원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한 바 있다.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러시아 소치로 결정되자 노무현 대통령이 한승수 유치위원장을 위로하고 있다. 과테말라시티-최종욱 기자


특히 시민단체들은 “강원도의회가 필승전략 없이 무모한 재도전을 결정한 것은 강원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존재함에도 동계올림픽 때문에 시책 추진을 방기한 집행부의 과오를 덮어주려는 의도에서 무리하게 결의안 채택을 서두른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라며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양측의 논란을 떠나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대외적인 상황도 강원도의 세 번째 도전에 유리한 상황이지 만은 않다. 일본이 2016년 하계올림픽을 준비하고 있으며 중국도 2008년 하계올림픽 개최 이후,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선언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평창이 세 번째 도전에 나서려면 동계올림픽의 대륙별 순환개최 관행을 IOC 위원들에게 강력히 호소하고 설득할 수 있는 논리적 무장을 든든히 해야 한다.

현재 양측의 주장도 한 치 양보없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강원지역본부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동계올림픽 재도전 논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고 민노당도 3수 도전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또 춘천을 중심으로 한 리통장협의회와 주민자치위원회 번영회 등에서도 반대 성명과 1, 2차 도전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 줄 것을 감사원에 청구해 놓은 상태다.

반면 강원도 시장군수협의회와 시군의회 의장단협의회는 찬성 의견을 나타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의회의장단협의회에서 표결로 결정이 됐지만 아주 우세한 판세가 아닌 단 한 표 차이로 찬성으로 결정된 것뿐이라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강원연대회의 유정배 사무처장은 “3수 도전의 성공 여부는 그 동안의 실패 원인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뒷받침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며 “온 국민적인 정책 결정 사항을 급박하게 여론몰이식으로 진행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며 이는 국력의 낭비로 이어질 뿐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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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