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협의체 주도로 이달 중순 첫 삽…' 미래형 도시 건설'국책사업 새 지평IT산업 등 유치로 대기오염 발생 원인 줄여7만 명 고용창출·연간 9조 원 생산유발 효과… 안산·시흥 시민 대상 설문조사서 87%가 찬성

경기도 시화호 주변지역이 최근 사람과 자연, 그리고 생태와 첨단기술이 한데 어우러진 미래형 도시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8월 중순 기공식을 갖는 시화 멀티테크노밸리(MTV·Multi-Techno Valley) 조성사업이 그것.

시화 MTV는 안산과 시흥시 시화호변 북쪽 간석지 일대 9.26㎢(280만평)에 2016년까지 2조3,940억원을 들여 첨단산업과 연구개발(R&D) 지원시설, 국제업무, 관광레저단지가 어우러진 친환경 첨단 복합도시를 만드는 사업이다.

지난 1996년 정부가 시화호의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화 MTV 개발사업의 모태가 된 ‘시화지구 장기종합계획’을 마련하지 11년만의 일이다.

시화 MTV사업은 초기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일부 시민단체와 주민들의 잇따른 시위와 고소ㆍ고발에 이어 2001년 8월 건교부가 시화 MTV 개발계획을 고시할 때는 지역 시민단체들이 선(先) 환경계획을 요구하며 반발, 진전되지 못했다.

돌파구가 마련된 것은 2004년 정부와 지자체, 시민단체, 지역전문가 등이 협의체인 ‘시화지속가능발전협의회(38인)’를 구성하면서다. 국책사업 최초로 정부주도형 개발추진 대신 ‘시민사회 참여형’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결정적인 힘을 발휘한 것.

시화지속협의회는 3년 6개월간 140여 차례의 회의를 갖고 시화 MTV사업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데 주력했다.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환경개선사업. 대기ㆍ수질개선대책 로드맵을 수립하고 간석지의 친환경적 개발방안을 세워 시화호의 수질이 크게 개선됐다.

시화지구 지도

또 당초 계획했던 개발 규모를 축소하고 공해가 유발되는 일반제조업 대신 IT와 신소재 생명공학 등 첨단산업 제조시설을 유치하기로 해 대기오염 발생 우려를 줄였다. 녹지율도 처음의 20.3%에서 전국 최대의 27.5%로 끌어올렸다.

시화 MTV사업은 총 8군데 용지로 나뉘어 진행될 예정이다. 즉 △IT산업ㆍ첨단기계ㆍ신소재 기업이 들어서는 첨단산업용지 △테마파크ㆍ해양 레저 스포츠단지의 관광ㆍ휴양용지 △연구개발 및 벤처기업을 위한 복합용지 △주거용지, 행정 및 후생복지ㆍ물류ㆍ유통시설이 들어서는 지원시설용지 △ 천수광장ㆍ여가공간 △철새서식지 등이다.

한국수자원공사 여재욱 시화첨단도시건설단장은 “시화 MTV사업은 약 7만 명의 고용창출과 연간 9조원의 생산유발,연간 300억 원의 지방세 수입 등의 경제적 효과를 낳을 것”이라며 “또 개발이익금(약 4,500억원) 대부분이 시화지역 대기 및 수질개선을 위해 투자되기 때문에 지역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화 MTV사업을 통해 가장 기대되는 효과는 ‘시화호 오염’,‘굴뚝공장’, 환경파괴' 등의 부정적 이미지로 점철되던 시화지역이 생태ㆍ레저 기능이 조화된 친환경 도시로 변신하게 된다는 것이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한 때 ‘죽음의 호수’로 불리던 레만호수(Lac Leman)가 환경개선 작업을 통해 현재 스위스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되살아났다”면서 “시화 MTV사업이 마무리되는 2016년이 되면 시화호 및 주변 지구의 수질과 대기가 크게 개선돼 세계 유명관광지에 버금가는 지역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화MTV 개발계획안

그럼에도 시화 MTV사업이 환경오염을 가중시키고 지역경제를 침체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최근 안산시민대책위원회는 개발 예정지인 시화호 북측 간석지에서 법정 보호종인 맹꽁이 서식지가 발견되자 환경영향평가 전면 재실시를 주장하며 기공식 터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또 시화MTV가 조성되면 시화호 오염이 지금보다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일부 지역민들은 “시화 MTV사업이 장기간에 걸쳐 시행되고 종래와는 다른 산업구조로 개편돼 지역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대해 수자원공사는 “환경보호종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갖고 있다”며 “사업추진에 따른 개발이익금이 환경개선을 위해 제대로 사용될 수 있도록 시화지속협의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친환경적인 수변공간의 활용으로 차별화된 상업지역을 건설해 지역상권과 연계된 발전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데 총력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발전협의회가 최근 한국갤럽에 의뢰해 안산시민과 시흥시민 1,03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7%가 시화MTV개발계획에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지이용계획의 적절성에 대해 64%가 찬성을, 대기 및 수질개선을 위한 로드맵과 개발이익금 활용의 적정성에 대해선 73%가 찬성하였다.

시화지속협의회 공동위원장인 시흥 환경운동연합 서정철 대표는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주민 의견을 존중하고 지역의 환경개선과 경제ㆍ사회적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시화 MTV사업이 지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에 힘입어 탄력을 받으면서 시화지속협의회는 개발사업 진행단계에서 환경오염 유발업체를 배제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그동안의 합의내용 이행실태와 환경관리상황을 점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고 있다.

동북아시대를 겨냥해 환경친화적인 첨단 복합도시를 개발한다는 시화 MTV사업은 본래 취지와 함께 민관협의체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 국책사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진행과정과 예상성과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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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