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두 할아버지, 상극의 성질 이용해 병 다스려'상대성 원리'가 핵심적인 의술… 과자·곤충 등 특이한 약재 사용도

102살의 할아버지, 불치로 알려진 다수의 중증 환자들도 치료. 무면허 의료 행위를 벌였다고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 시민들의 탄원 운동 봇물….

‘현대판 화타’로 최근 뉴스의 중심에 떠오른 장병두 할아버지에 대한 얘기들이다. 화타는 중국 한나라때 독화살에 맞은 관우를 낫게 해 주고 조조를 치료하려다 암살됐다는 전설의 명의.

의사 자격증도 없고 정규 교육기관에서 의학 공부도 하지 않은 그는 어떻게 환자들을 고쳐냈을까?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돼 사건이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이지만 장병두 옹 의술의 비밀에 대한 궁금증은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다.

과연 장병두 할아버지가 가진 비법은 양방일까? 한방일까? 아니면 그 만의 독특한 방법이라도…? 안타깝게도 장병두 옹 의술의 실체에 대해 아직까지 뚜렷하게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다만 여러 환자들의 경험과 주변 인사들을 통해 흘러 나오는 일단의 사실들만이 종합되고 추론돼 전해지고 있는 정도. 할아버지 자신이 대외적으로 그의 비법에 대해 공개한 적도 물론 없다.

그럼에도 장병두 할아버지가 보인 의술이 여전히 세인들로부터 커다란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그의 치료가 크게 효험을 발휘한 사례들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손을 들었다’고 포기한 환자들이 그가 조제해 준 약을 먹고는 회복되는가 하면 그의 의술 덕에 만성병에서 벗어났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결코 적지 않다.

물론 이와 반대되는 주장을 펴는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법정 공판이 진행중인 지금도 그의 진료와 처방을 받겠다는 대기 환자들은 줄을 서 있는 상황이다.

‘상대성 원리’. 할아버지 의술의 핵심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딱 맞아 떨어지는 용어이다. 떡잎도 2장이듯 ‘살아 있는 모든 것에는 짝이 있다’는 데 할아버지 의술은 기반을 두고 있다.

그를 옆에서 지켜본 많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사항이기도 하다. 물론 아인슈타인이 주창한 상대성 원리와는 궤를 달리 한다.

일례로 출산 후 몸이 퉁퉁 붓는 증상에 시달리던 산모가 할아버지를 찾은 적이 있다. 원인을 모르고 찾았지만 산모에게 돌아간 대답은 뜻 밖에도 임신 중에 과자를 너무 많이 먹어 병이 났다는 것.

박태식 전북대 교수가 법원 앞에서 장병두 할아버지를 후원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할아버지가 지어준 약재 중에 과자가 들어갔다는 것이다. 과자로 인해 병이 났고 상대적으로 과자를 통해 병을 치유한다는 할아버지만의 비법에 의한 것이다. 물론 할아버지가 조제해 준 약을 먹고 산모는 다시 회복됐다.

“밥에 체하건, 술에 체하건 반드시 상극된 것이 있어!” 할아버지는 상대성 원리라고 단어를 직접 명시하지는 않지만 의술의 원리를 어렴풋하게나마 털어 놓았다.

장병두 할아버지가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쓰는 약재들 또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더더욱 극대화시키고 있다.

양방은 물론 전통 한의약에서도 일반적으로 쓰는 약재들과는 전혀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곤충류나 과자가 약재로 쓰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밥이나 술도 약재로 들어 간다.

당연히 환자와 병환의 종류, 증세에 따라 달리 처방되는 것은 물론이다. 할아버지가 약재로 사용하는 재료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름 모를 약초들을 비롯해 40여 가지 이상 되는 것으로만 추정된다.

이처럼 ‘상상하기 힘든’ 평범하지 않은 약재가 사용되는 것 또한 할아버지만이 가진 비법에 의한 것이다. 때문에 장병두 옹의 의술은 병이란 인체의 어떤 장기나 부위가 균형을 이루지 못했을 때 생겨나고 치료는 그에 상극되는 성질을 가진 것으로 병의 근원을 차단하는 것으로도 요약된다.

장병두 할아버지가 환자들을 보고 진단하는 방식을 보고 나면 더더욱 신기하기만 하다. 주로 환자들이 방문을 열고 들어 오면 얼굴 표정과 걸음걸이, 몸짓 등을 훑어 보기만 한다고. 한의원에서처럼 맥을 짚어 보는 일도 없다.

다만 한 가지 특이한 점은 환자의 등을 보면서 병을 진단한다는 점이다. ‘등을 돌리고 앉으라’고 하고선 목부터 허리까지 경추와 경혈을 따라 눌러 보는 것이 할아버지가 행하는 가장 직접적인 진료 형태이다. 간혹 입을 벌려 입 안을 살펴 보기도 한다.

할아버지가 환자들과 나누는 대화도 많지 않다. 밥을 못 먹는다거나 잠을 못자는 등 간단한 사항 외에 환자들에게 구체적으로 물어 보는 것도 없다는 점 또한 그를 옆에서 지켜 본 이들을 놀라게 하는 사실이다. 주변에서는 할아버지가 환자들로부터 ‘어디가 아프다’라는 얘기를 듣는 것을 거의 보기 힘들다고 전한다.

암선고를 받고 석달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사형선고를 받고 장병두 할아버지가 지어준 약을 먹고 완치된 박태식 전북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주 반잔을 마시고 할아버지를 다시 찾았다가 들은 한 마디를 아직도 기억한다.

친한 친구가 돼지 쓸개에 소주를 약간 타서 ‘몸에 좋다’고 마시라고 한 것을 마셨는데 이튿날 할아버지에게 약을 지으러 갔다 ‘술 마시고 왔소? 약 안 줄 테니 그냥 시요”라는 얘기만 들은 것.

박 교수는 “너무 할아버지의 의술을 신비화하는 것은 경계하고 있지만 어쨌든 놀라운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한다.

할아버지가 약을 처방할 때 또한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진다. 일례로 ‘장하루 장장…’ 등 이상한 암호 같은 용어들을 할아버지가 불러 주면 옆에서 받아 적기만 한다. 무슨 약재인지, 어떻게 조제가 되는 지는 일반인들은 알 수 없는 일. 진료는 대략 5분 내외면 끝난다.

하지만 장병두 할아버지를 찾았다고 모두에게 약을 주거나 진료를 한 것은 아니다.

할아버지도 자신이 치료할 수 없는 병이나 환자에게는 선을 긋는다. ‘3개월 후 쯤에나 약이 들어 온다’고 돌려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걔 중에는 3개월 전후 사망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고. 할아버지가 환자를 보고 수명을 대부분 짐작한다는 것.

할아버지도 “아, 내가 아무에게나 약 줬다가 죽어 버리면 ‘내가 지어준 약 때문에 죽었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거야? 눈에 보이는데 그러면 난 (약) 못 줘!” 할아버지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자신의 약 처방 원칙에 대해 짤막하게 언급했다.

호적상 1906년생으로 돼 있지만 실제 할아버지의 나이는 102세이다. 어릴 때 등창을 심하게 앓기도 해 일찍 호적에 올리지 못하다 뒤늦게 올린 탓이다. 젊었을 때는 산야를 떠돌아 다니다가 일제시대에는 금광업을 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럼 할아버지는 어떻게 의술을 깨우치고 비법을 갖게 된 것일까? 의대를 다니지 못한 것은 물론 놀랍게도 동의보감이나 한의서를 따로 공부한 것도 아니라고 한다. 어릴적 한의사였던 외조부에게서 한의학을 어느 정도 접한 적이 있다지만 이것이 그가 가진 지금의 의술수준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하기에는 무리이다.

“내가 치료하는 것을 보면 알잖아. 나도 다 연구한 거야. 학벌이 없고 (학교에서) 공부를 못한 것 뿐이지” 의술의 비법을 묻는 질문에 할아버지는 흥분된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법원에서 내 의술에 원리가 없다고 과학적 검증을 하자고 해. 풀 잎사귀에 과학이 어디 있어. 들어 있는 독(성분)도 4번까지 성질이 변하는 데 그걸 알아?”

할아버지는 어릴 적 아픈 소를 지켜본 경험을 이야기했다. “소들이 평소 절대 안 먹는 풀이 있어 하지만 지가 죽을 때가 되면 알아서 그 풀을 뜯어 먹어. 난 그걸 바로 옆에서 봤지.

소도 아는데 사람만 몰라. 과학 과학 하는데 그게 진짜 (과학)이야!” 할아버지는 이어 “꽃이 필 때와 다 피었을 때 각각 약이 다르다”며 “그건 경험 안 해 보면 모른다”고 설명했다.

실제 할아버지는 예전에 “젊은 시절 실험을 한다며 죽인 소 돼지 닭 등의 수가 결코 적지 않다”고 털어 놓기도 했다. 본인이 경험하고 목격한 현상에도 개인적인 노력과 연구, 실험도 포함됐다고 볼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불가사의한 장병두 할아버지 의술의 비법을 후대를 위해 어서 전수 받아야 한다는 지적도 최근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할아버지가 100세가 워낙 넘으셔서 연로하신 것 또한 부담스러운 사실이기 때문.

하지만 할아버지의 의술이 간단히 설명되고 전달되기 쉬운 성격이 아니라는데 딜레마가 있다. 할아버지가 알고 있는 비법이 그가 겪은 여러 지식과 경험, 판단의 종합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왜 자기만 알고 있고 남들에게 설명하지 못하냐? 그게 무슨 이론이고 과학이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이에 대해 장병두 할아버지의 변호를 맡고 있는 박태원 변호사(법무법인 성실)는 “할아버지의 의술은 지식이나 단순한 경험 차원이라기 보다는 그 이상의 득도나 견성 같은 단어로 설명 가능한 부분이 없지 않다”고 설명한다.

박 변호사 자신도 “처음에는 그런 의술을 믿지 않았는데 할아버지를 보고 나선 쉽게 설명되지 않지만 ‘어떤 무엇가’가 있겠다”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는 것. 실제 할아버지가 행하고 거둔 치료 사례들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들이라는 근거에서다.

“왜 자꾸 나한테 원리를 설명하라 그래? 내가 치료한 걸 보면 알잖아.” 할아버지는 과거 수 차례 자신의 비법을 전수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매번 실패한 것은 그 비법과 이론은 배운다고 아는 것이 아닌 ‘깨우쳐야만 알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할아버지 표현대로 ‘깨우치고 받아들일 혜안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

“내가 어떻게 오래 사냐고?” “일단 화를 내지 말아야 돼! 바른 마음도 중요하고…” 할아버지는 장수의 요건으로 소식을 하고 술 담배를 최대한 삼가라고 강조했다.

● "무면허 의료 반드시 처벌돼야" 한목소리
장병두 옹 의술에 대한 양방·한방계 입장

박경철 의협 대변인/ 김수범 한의사협 부회장

의사 면허 없이 다수의 난치 환자를 치료한 장병두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기존 의학계의 입장은 두말 할 나위 없다.

한 마디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다 적발된 것은 법적 처벌의 대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는 것. 법에 명시된 규정을 어긴 불법 사항에 대해서는 제재가 당연히 가해져야 한다는 데 양방과 한방 양 측 모두 입장을 같이 한다.

하지만 좀 더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양 측의 대응 강도가 약간씩 다르거나 입장도 미묘하게 엇갈린다. 양방 쪽에서 좀 더 완고한 입장이다면 한방 측은 어느 정도 유연성을 보이고 있어서다.

대한의사협회 박경철 대변인은 이에 대해 "우연성에 의한 것을 학문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며 "의학이란 치료 효과가 일관적으로 반복되고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이어야만 한다"고 못박는다.

할아버지가 치료한 사례들이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검증되지 않은 수준이라는 것. 할아버지에 대해서도 "소문 이외는 아는 바가 없다"며 "우연성의 결과를 일반화한다면 이는 현대 의학의 기본 바탕을 뒤엎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방 진영 역시 "명백한 무면허 의료 행위는 반드시 처벌돼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장병두 옹 사건을 계기로 '외부 세력'이 개입되지 않을까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할아버지 사건과는 별개로 무면허 의료 행위를 펼치는 다른 사례들도 저마다 우후죽순 격으로 '합법'을 주장하고 나설 수 있다는 염려에서다.

대한한의사협회도 "의사 자격증은 국가가 인정하는 최소한의 자격증인데 결코 남발되거나 무시돼서는 안될 사안"이라며 양방과 입장을 같이 한다.

할아버지가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다 보니 실력이 좋아진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다 인정하다 보면 무면허 진료를 양산하거나 자칫 기존 의료 질서까지 깨뜨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한방 측은 할아버지 의술의 검증 부분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겨 놓고 있다.

김수범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은 "할아버지의 의술은 이론이 부족해 보이지만 부분적으로 한방과 유사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며 "만약 뛰어난 비법을 갖추고 있다면 숨기는 것 보다는 국가와 장래를 위해서 검증 작업을 함께 벌이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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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