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구 이끌고 법정 출두하는 장병두 옹선처 호소하는 시민들 탄원 빗발쳐… 처방약 분석 등 신중한 접근

“내가 왜 죄인이야? 아픈 사람 병 고쳐 줬는데…, 이런 나라가 어디 있어!”

의사 면허 없이 환자를 진료하고 약을 처방해 준 장병두 할아버지는 의료법 위반 행위로 기소돼 현재 법의 심판대 위에 올라 있다. 지난 해 말 1심에서 징역 3년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지만 항소해 지금은 전주지법에서 항소심이 진행중인 상황.

형사심이라 공판이 열리는 날이면 매번 법정에 출두해야만 하는 할아버지는 100세가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거의 매달 전주 법원까지 오가야만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사실 할아버지가 환자들을 치료해 주다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3년에도 단속돼 집행유예를 받았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할아버지가 이번에 다시 기소된 것은 군산에서다.

아픈 환자가 있다고 해 군산에 갔다가 치료를 해 준 후 ‘명의’로 입소문이 나면서 곳곳에서 환자가 밀려 들면서부터다.

한 달에 겨우 한 두번 정도 군산에 내려갈 때면 전국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 온 환자가 줄을 설 정도였다고 한다. 이 때 불법 의료 행위로 신고돼 할아버지는 군산 법원에서 1심 선고를 받게 된 것.

장병두 할아버지는 사실 이번 사건 이전부터 전문 의료인 수준 이상의 ‘명의’로 소문이 자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방 이후 실세 정치인들부터 재벌 회장, 심지어는 모 병원장의 아들까지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회 지도층 인사 상당수를 할아버지가 직접 치료해 준 것으로도 전해진다. 최근에 의료법 위반으로 적발된 것은 일반 불특정 대중들을 상대로 진료를 하면서다.

공교롭게도 장병두 할아버지 의술의 ‘불가사의한’ 효능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도 이번 사건을 통해서다. 할아버지가 기소돼 법정에 출두하고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선처를 호소하는 시민들이 탄원이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의 치료나 약을 받고 나은 환자나 할아버지의 약을 계속 받으려는 환자들은 물론, 할아버지의 의술을 믿는 많은 이들이 성원을 보내고 있는 것.

장병두 할아버지 사건 공판이 열리는 날 법원을 찾은 장병두 할아버지 생명의술 살리기모임 회원 및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할아버지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할아버지를 응원하는 이들은 인터넷에서 ‘장병두 할아버지 생명의술 살리기모임’ (http://cafe.naver.com/lovelifejang)을 결성, 구명 운동을 펼치고 있다.

후원 회원들은 공판이 열리는 날이면 법정으로 달려가 시위를 벌이고 또 방청석을 가득 메울 정도. 공판이 열릴 때 마다 모이는 회원만 200명 가까이나 된다.

장병두 할아버지 사건을 다루는 법원도 고심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원래 8월쯤 결심과 선고가 끝날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연기된 상태.

전주지법 형사1부 서경환 부장판사는 지난 8월10일 열린 항소심 5차 공판에서 할아버지가 처방한 약을 성분 분석해 보고 의술을 검증해 볼 것을 새롭게 제안하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병두할아버지 생명의술 살리기모임’의 박태식 회장(전북대 경제학부 교수)는 “장병두 할아버지가 가진 신비의 의술을 이대로 그냥 사장시켜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여론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며 “할아버지가 이번 사건을 거치면서 법정에 출두하느라 지방을 오가는 등 시달리셔서 그런지 예전 보다 더 기력이 떨어지신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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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