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서 중 인격 형성과 관련된 책 많아은퇴 후 설계하는 재테크 서적 인기… 문학 분야선 김훈 등 국내작가 약진

베스트셀러는 당대의 사회 트렌드를 이해하는 도구다. 베스트셀러가 되려면 다수의 사회 구성원들이 필요로 하는 코드를 읽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자기계발서와 경제·경영서들이 강세를 이어갔다. 인터넷서점 알라딘(www.aladdin.co.kr)이 지난 7월 초에 발표한 올해 상반기 베스트셀러 50권에서 자기계발서‘청소부밥(위즈덤하우스)’이 최고의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밖에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한스미디어/8위)와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은 50가지 비밀(서돌/14위)’등 18종의 경제경영 도서들이 베스트셀러 50권 중 36%의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자기계발서의 키워드가 ‘성공’과 ‘자기관리’였다면, 올해는 ‘인간적 덕목’이라는 점이 다르다. 올 상반기 자기계발서 분야 베스트셀러는 ‘경청’,‘용기’,‘겸손’, ‘내려놓음’과 ‘긍정의 힘’ 등 인간의 덕목을 내세우는 책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인간관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출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출판문화연구소 백원근 수석연구원은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태 속에서 성숙한 인간관계와 내면의 성찰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기업이나 직장 등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으면서도 놓치고 있는 인간적인 면을 키워드로 내세우는 경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테크 서적은 당장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은퇴 후의 삶을 설계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게 대두했다는 점이 새롭다. 본격적인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노년층은 물론 젊은층 독자들도 생애주기에 맞는 재테크의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문학분야에서는 김훈의 ‘남한산성’, 박완서의 ‘호미’, 김진명의 ‘나비야 청산가자’등 국내 작가들의 약진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국내 작가들의 작품이 계속 인기를 이어갈 지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

장동석 출판저널 편집장에 따르면 외국 작가들에 밀려 기를 펴지 못하던 국내 작가들의 작품이 고공행진을 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 공지영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영화로 제작돼 흥행에 성공한 뒤부터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의 흥행에서 불붙은 우리문학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얼마나 오래갈지는 두고 볼 일이라는 것이다.

표정훈 출판 칼럼니스트는 역사소설의 변화를 올 상반기 베스트셀러에서 주목할만한 트렌드로 지적했다. ‘남한산성’,‘리진’등 올해 베스트셀러에 오른 역사소설은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두되 작가의 주관적인 관점과 상상력에 의해 재창조된 점이 색다르다는 것이다.

“’태백산맥’, ‘장길산’등 예전의 역사소설을 보면 역사의 무게를 살려 그대로 재현해내려는 노력이 엿보였으나 요즘의 역사소설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fact)’과 ‘허구(fiction)’가 뒤섞인 ‘팩션(faction)’의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고, 역사적 사실을 오늘날 우리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점이 다릅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이 도서 15종이 50위 권에 오른 것도 지난해와 다른 점이다. ‘마법천자문(아울북)’은 13권(7위)와 14권(18위)이 동시에 인기를 모으며 최고의 만화학습서임을 증명했다.

알라딘 박진경 마케팅 팀장은 “이번 상반기 베스트셀러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경제경영 도서들이 크게 인기를 모은 반면 어린이 도서들이 새롭게 대거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이 특징”이라면서 “이는 알라딘의 주요 소비층인 30~40대들이 자기계발과 어린이 도서에 대해 관심이 높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올 상반기 베스트셀러로 본 키워드를 ‘현명한 삶’이라고 정의했다. 여기서 현명하다는 것은 영악스러울 정도로 자기중심의 실리를 추구하는 것을 뜻한다.

가령, 여행서만 하더라도 ‘혼자서 하는 여행’이나 여행지에 대한 주관적인 느낌을 강조하는 책들이 주류를 이룬다. 한 소장은 이 같은 자기중심적사고는 앞으로 모든 출판분야에 적용될 것이며,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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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