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면 인재확보 과하면 '독'… 1. 조회 대상을 좁혀라 2. 깊이 파고 들어라 3. 믿을 만한 정보 이용

최근 A회사는 과장급 경력사원 B씨의 채용을 취소했다. B씨는 A사로부터 최종 합격통보를 받기 열흘 전에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제출했으나, A사에는 계속 재직 중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B씨의 전 직장에 평판조회를 하던 중 이 같은 사실이 발각되자 회사는 사소한 것까지 속이는 인재는 신뢰할 수 없다며 B의 채용을 취소한 것이다.

경력사원 채용 시 ‘평판조회(Reference Check)’가 인재 검증의 핵심수단으로 자리잡으면서 평판조회를 통해 드러난 구직자의 작은 단점이나 허위사실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기업이 늘고 있다.

평판조회는 경력사원을 채용할 때 채용 예정자의 업무능력이나 대인관계 등을 전 직장 주변인들에게 확인, 평가한 뒤 채용여부를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기업 채용 담당자들은 평판조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지나친 의존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평판조회의 시대가 열린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평판조회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배경에 대해 일자리 구하기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구직자들의 이력서 작성법이나 면접기술이 고도로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력서와 면접만으로는 인재의 진면목을 가려내기 힘들어졌다는 게 채용 담당자들의 중언이다. 그 결과 이력서나 면접보다 평판조회를 더 중요시여기는 풍토가 생기고, 평판조회로 인해 채용에 불이익을 당하는 구직자의 수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잡코리아 헤드헌팅 사업부의 박천준 차장은 “평판조회는 이제 경력사원 채용에서 필수코스가 됐으며,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이력서나 면접보다 평판조회를 더 신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평판조회를 통해 얻은 정보를 어디까지 신뢰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도 있다. 미국의 채용 전문 업체인 토마스 스태핑이 2001년 채용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약 15%만이 평판 조회를 통해 얻은 정보가 유용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채용 담당자의 개인적 인맥을 동원해 입사 지원자를 알만한 몇몇 사람들을 찾아 지원자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묻는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인물에 대한 객관적이고 심도 있는 정보를 얻기 힘들 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취업포털 커리어(www.career.co.kr)가 직장인 1,5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54.5%가 채용 시 평판을 조회하는 것은 ‘부적합한 평가방법’이라고 답했고, 그 이유로 사생활 침해와 객관적이지 못한 정보 등을 꼽았다.

LG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옥석(玉石)을 가려내기 위한 몇 가지 효과적인 평판조회의 비결을 제시했다.

첫째, 대상을 좁혀라. 모든 채용 인력을 대상으로 평판조회를 실시하는 것은 시간적으로나 비용적으로 무리다.

따라서 회사의 중요 직책을 담당할 사람, 기술이나 전문성 측면에서 핵심적인 업무를 담당할 인재, 현금을 다루는 재경 부서나 어린 유아를 상대할 사람을 대상으로 심도 있게 평판조회를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깊이 파고 들어라. 평판조회를 하기 전, 질문 할 내용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둬라. 그저 이리저리 전화를 걸어서 해당 입사 지원자에 대해 포괄적으로 물어보는 방식으로는 그 사람의 실력과 품성 등을 면밀히 살펴보기 힘들다.

직무와 관련해 전문성과 성과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고, 일하는 스타일이나 리더십, 윤리의식 등 개인적 품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물어봐야 한다.

셋째, 믿을 만한 사람을 찾아라.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에 못지않게 ‘누구로부터 정보를 얻을 것인가’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아무리 좋은 질문이어도, 신뢰할 수 없는 사람에게 물어본다면, 그 대답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일반적으로 평판조회를 위한 대상자의 선정은 입사 지원자가 지목해 제출한 명단에 의존한다.

그런데 이 점이 함정이 될 수 있다. 명단에 있는 사람들은 지원자와 친분이 있는 사람으로서 입사에 도움이 되는 좋은 이야기만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명단에 제출한 사람들이 과거에 입사 지원자와 함께 일을 했던 사람인지부터 살펴보고, 명단에 포함되어 있지 않더라도 입사 지원자를 가능한 객관적으로 평가해줄 수 있는 사람을 물색해야 한다.

● 인사 컨설턴트가 말하는 평탄조
평판조회는 참고만 하라… 더 중요한 것은 이력서와 면접

휴먼컨설팅 그룹 김재천 상무는 “평판조회 정보는 채용 시 어디까지나 참고자료로 사용할 뿐 과신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제3자의 입을 통해 얻은 평판조회 정보가 입사지원자가 직접 작성한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내용 그리고 지원자와 직접 대면해 실시하는 면접시험보다 더 정확하다고 믿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

또 외국의 경우, 평판 조회와 관련된 소송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어, 평판 조회 시 기업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김 상무는 평판조회의 핵심은 ‘객관적인 정보 수집’과 채용담당자의 ‘사실(fact) 정리 능력’이라고 지적했다.

“평판 조회를 할 때는 대개 3~5명의 전 직장 동료들에게 채용 후보자의 일적인 측면과 인간적인 측면을 물어보곤 합니다. 채용 후보자가 현재 재직 중일 경우, 비밀보장을 위해 현 직장이 아닌 전 직장 동료들을 접촉해야 합니다.

평판조회는 채용 후보자와 면접을 하기 전에 실시하게 되며, 조회 결과 후보자에 대해 윤리적 이슈 등 매우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면접을 취소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조회 결과는 면접 시 후보자에 대한 참고자료로만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무엇보다 채용담당자는 최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평판조회는 제보자의 감정이 개입되기 마련이기 때문에 입수한 정보를 팩트로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김 상무는 또 학력조회 경우 평판조회를 실시하는 것보다는 대학 동문회 사이트에 가서 조회해보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며, 업무성과 조회는 채용후보자와 ‘Behavioral Interview’와 같은 심층적인 인터뷰를 통해 검증해볼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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