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화학첨가물 위해성 논란… 최근 조사서 절반 가량 사용 밝혀져몇 년간 환경단체 거듭 문제제기… 일부 기업은 자발적 제거 노력도개선 없는 제품 불매운동 움직임

코카콜라 라이트, 코카콜라 제로, 환타, 포카리스웨트, 파워에이드, 웰치, 리치스, 마운틴듀, 미린다, 스위팅, 캘리포니아 레몬에이드….

무슨 리스트? 안식향산이나 타르색소, MSG 등 첨가물을 사용하고 있는 음료 이름들이다.

우리가 많이 마시는 음료 속에는 어떤 화학 첨가물들이 들어 있을까? 사람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화학 첨가물들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음료제품 상당수에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환경시민단체인 (사)환경정의가 최근 탄산음료 및 혼합음료, 어린이대상 음료 등 13개 회사, 음료 43종, 79개 품목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절반 가까이에서 첨가물이 들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칠성, 농심, 동서, 동아 오츠카, 한국코카콜라 등 12개사 65종의 제품에서 건강위해 논란이 있는 첨가물들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

이번 조사는 2006년 9월 식품완전표시제도가 시행된 이후 변화된 상황을 파악해 보기 위한 것. 즉 바뀐 제도에 따라 음료업체들이 제품 라벨에 함유된 성분을 표기해야 되면서 드러난 첨가물을 제품별 기업별로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한 결과라는데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관심의 초점이 된 첨가물은 타르색소, 안식향산나트륨, 아황산나트륨, 아질산나트륨, MSG 등 5가지. 이들 물질 외에도 안전성에 대해 의심이 가는 첨가물이 많지만 최근 몇 년간 환경단체의 거듭된 문제제기에 따라 몇몇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제거 노력을 보여준 것들이 우선 대상이 됐다.

“이들 성분은 이미 몇몇 기업들이 해당 첨가물을 식품 속에서 제거함으로써 기업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음료에 넣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즉 기업들이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지요.”

조사를 진행한 신권화정 팀장은 “그러나 모니터링 결과 시민들의 우려와 요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제품들이 해당 성분을 사용하고 있었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조사 결과 특히 같은 회사의 동종 제품군 안에서도 첨가물 성분이 사용되기도 하고, 사용되지 않기도 하는 경우가 있어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시중에서 인기 있게 팔려 나가고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음료인 콜라.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의 코카콜라 경우 보존료인 안식향산나트륨이 들어가 있지 않다. 그러나 코카콜라 라이트나 코카콜라 제로에는 안식향산나트륨이 들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롯데칠성의 미린다 포도맛에는 안식향산이 사용되지 않지만, 오렌지맛에는 안식향산을 사용하고 있다. 롯데칠성의 게토레이 역시 레몬 등 다른 제품과 달리 게토레이 오렌지자몽 맛에는 안식향산나트륨이 사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정의는 “같은 회사의 같은 제품 안에서도 해당 성분이 들쑥날쑥 사용된다는 사실은 회사측이 국민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해당 첨가물을 제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업체측의 무성의를 질타했다.

무엇보다 어린이 대상 음료에 여전히 색소 등 첨가물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져준다.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의 ‘쿠우 포도맛’은 적색 40호와 청색1호를 사용하고 있었다.

영창실업이 중국에서 수입한 어린이 음료 스위팅도 황색 4호와 황색 5호가 들어 있었고 안식향산까지 추가로 들어가 있었다. 이는 최근 자유무역체제에서 수입산 식품의 위험을 보여주는 한 예라고 환경정의는 분석한다.

이는 최근 음료업체들이 어린이용 음료에서 합성착색료를 천연색소로 교체하거나 아예 색소를 사용하지 않는 추세와도 전적으로 역행된다.

코카콜라 제로, 아미로플러스마이너스, 코카콜라 라이트

조사 결과를 첨가물 종류별로 보면 전체 43종 중 11종 17개 품목의 제품이 안식향산나트륨을 사용하고 있었다. 또 10종 21개 품목의 제품은 황색4호, 5호, 청색 1호, 적색 40호 등 타르색소를 사용하고 있었다.

안식향산과 타르색소를 모두 사용한 제품도 6종 12개 품목이나 됐다. MSG(L-글루타민산나트륨)를 사용하고 있는 제품도 2종 2개 품목이 있었다.

환경정의는 이번 음료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소비자 건강에 의심이 가는 첨가물들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롯데칠성과 농심, 한국코카콜라, 동아오츠카, 동서 등 해당 음료 업체들에게 자발적으로 첨가물을 제거해 줄 것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타르색소와 안식향산나트륨, MSG 사용 제거 계획에 대해 공개 질의를 벌이고 공식적 답변을 요청하는 등 행동에도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음료회사들의 답변 수위는 회사별로 다르다.

대체적으로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첨가물 대체를 검토 및 연구 중에 있다’는 입장을 보인 가운데 일부 업체는 보다 구체적 이행계획과 강한 개선 의지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리치스 레모네이드, 그레이프, 딸기 등을 수입 시판하고 있는 동서의 경우 아직까지 아무런 개선을 위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환경정의는 덧붙였다.

농심의 경우는 “미국에서 제조한 제품(웰치)을 수입 판매하고 있는 것이므로 미국 웰치사와 해당첨가물을 천연소재로 교체하는 것을 협의하고 있다”며 다소 모호하면서도 난처한 입장을 드러냈다.

한국 코카콜라 역시 “제품 및 원재료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음을 확신한다”면서 “그러나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다양한 연구를 통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변, 첨가물이 들어있는 음료 판매와 그에 대한 우려에 대해 여전히 소극적 태도를 보여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환경정의는 “음료회사들이 공식적으로 밝힌 이행계획을 시민에게도 알리고 첨가물이 대체 및 제거되었는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소비자들이 더 안전한 식품을 먹을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조사를 진행한 김미선 국장은 “첨가물 대체 및 안전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보이지 않는 기업과 공개한 이행계획을 지키지 않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시민과 함께 해당 제품 불매운동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유해 첨가물 척결 의지를 단호하게 밝혔다.

● 식품 첨가물 어떻게 해롭나

식품첨가물은 현재 법적으로 허용되고는 있지만 그 안전성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의혹이 증폭돼 오고 있다. 아토피나 천식, 알레르기 등의 증상이 식품첨가물과도 적잖이 관련이 있다는 보고와 실험 결과 등이 곳곳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이와 관련한 연구와 근거 자료들이 더욱 늘어나면서 화학 식품첨가물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식품산업의 발달과 생활패턴의 서구화로 국내에서도 가공식품의 섭취비율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가운데 가공식품을 오래 보존하고, 맛과 향, 모양을 좋게 하기 위해 수많은 식품첨가물들이 사용되는 것이 문제다.

미국 자료에 의하면 1970년대 초반 2kg 전후였던 1인당 연간 식품첨가물 섭취량이 최근 두 배로 늘어 4kg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600여 종의 식품첨가물을 허용하고 있으며 제품 하나에 수십 종의 식품첨가물이 사용되기도 한다.

식품첨가물은 어린이에게 노출될 경우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면역기능과 독성 물질에 대한 해독 능력이 완전히 발달되지 않은 상태에 있고, 상대적으로 작은 체중에 비해 흡입하는 독성물질의 농도가 높기 때문에 오염물질에 더욱 취약하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영국의 전문가들은 "어린이들의 하루 평균 색소와 보존제 섭취량이 과잉행동장애, 집중력 결핍, 알레르기, 분노, 발작 등 행동장애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최근 국내 한 임상연구에서는 아토피가 심한 어린이들이 타르색소, 안식향산나트륨, 아황산나트륨 등에게서 이상면역반응을 보인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 어린이가 먹지 말아야 할 첨가물5
■ 식품 첨가물 어떻게 해롭나

1. 타르색소

타르계 색소는 석유에서 추출한 물질로 일부 타르색소는 인체에 간독성, 혈소판감소증, 천식, 암 등을 유발한다는 연구 자료가 보고되고 있다. 미국은 발암성을 이유로 적색제2호의 사용을 금지했고 유럽연합은 황색제4호를 천식유발물질로 간주하고 있으며 황색 5호는 동물실험에서 종양세포를 만든다는 보고가 있다.

청색제1호는 어린이들에게 활동과다를 유발한다는 이유로 섭취제한을 권고하고 있다. 그 밖에 적색제3호는 갑상선종양발생과 연관 있으며, 적색제40호는 쥐에서 암 발생이 보고되어 사용과 관련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2. 안식향산나트륨

최근 탄산음료 성분 중 하나인 안식향산나트륨이 DNA를 손상시켜 간경변이나 파킨슨병 등 퇴행성 질병을 불러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0년 안식향산나트륨이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으나 그 안전에는 한계가 있다고 명시한 바 있다.

음료 속의 첨가 비타민C와 결합할 경우 발암물질인 벤젠이 생성된다는 사실이 알려져 영국식품기준청(FSA)가 지난해 벤젠 농도가 높은 음료 4종류를 회수하기도 했다.

음료의 부패를 막으려고 쓰는 안식향산나트륨은 과도하게 섭취하면 눈, 점막의 자극, 신생아 기형유발, 두드러기 등 피부염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학계에 보고되고 있다.

3. 아황산나트륨

아황산나트륨은 식품에서의 세균 발육 억제, 갈변의 방지, 밀가루 반죽의 품질 개선, 표백작용을 위해 사용되는데, 최종 제품의 외관만을 개선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화장품'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아황산나트륨은 물에 녹으면 강한 산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인체에 들어 갈 때 식도를 훼손하고 위 점막을 자극, 통증을 일으키며, 신경염, 만성기관지염, 천식 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과다 사용은 규제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80년대에 천식환자 중에서 아황산나트륨의 피해로 천식 발작을 일으키고 사망한 사건이 여럿 발견돼 식품에 아황산나트륨이 포함되어 있으면서도 이를 표기하지 않은 제품들이 전량 회수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황산나트륨이 잘 표기되지 않은 경우도 많으며, 과일 주스, 물엿, 포도주, 잼 등 여러 제품을 통하여 아황산나트륨을 섭취하게 되기에 1일 섭취 한계량을 초과하여 천식 발작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4. 아질산나트륨

햄이나 소시지 등 육류가공품에 사용되어 선홍색을 띠게 해 먹음직스럽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구토, 발한, 호흡곤란, 허탈의 부작용이 있으며, 육류와 반응하여 니토로소아민이라는 화합물을 만들어낸다.

니트로소아민은 발암물질로 밝혀졌을 뿐만 아니라 그 양이 많으면 돌연변이, 출산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아질산 이온이 보툴리누스 식중독을 일으키는 박테리아의 성장을 억제하는 성분이 있어 발색제이면서 동시에 보존료의 역할을 하는데, 기업에서 식품광고를 할 때 첨가물에 아질산나트륨은 표기하면서 겉 표지에 '무보존료'라는 표기를 하며 마치 방부제를 전혀 쓰지 않은 것처럼 허위포장을 하기도 했다.

5. MSG

조미료로 흔하게 사용되며 L-글루타민산나트륨으로 표시되기도 한다.

1960년대 MSG를 과다 섭취할 경우 뇌신경세포를 상하게 한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있으며 민감한 사람의 경우 두통, 메스꺼움, 허약, 팔뚝과 목덜미부분에 타는 듯한 기분 등을 느끼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숨을 헐떡이고, 심박수에 변화가 오며, 심박동수에 변화가 오며 호흡곤란을 호소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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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기자 parky@hk.co.kr